尹 정부 출범 선물처럼 앞당겨진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안 보고

용역 시작 10일 만에 강상면 변경안 나오고 5월 18일 정부 출범하자 일정 4개월 단축

2023-11-02     이상헌 기자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도로공사 함진규 사장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의 양평고속도로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본 타당성 조사→설계→보상→착공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그런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확정된 서울양평고속도로의 종점을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이 위치한 강상면으로 변경하는 안이 나오기까지 불과 열흘 걸렸다. 아울러 지난해 5월 8일 정부가 출범하자 당초 8월까지 예정됐던 노선변경 검토 기간도 4개월이나 단축된 5월 19일 보고가 이뤄졌다.

본(本) 타당성 분석을 위한 용역 업체 경동엔지니어링-동해종합기술이 선정된 것은 지난해 3월 29일이다. 국토교통부의 타당성 분석 용역 업체 선정은 윤 대통령 당선 닷새째인 3월 15일 진행됐다. 지금까진 이로부터 두 달 뒤인 5월 19일 '강상면으로 종점을 변경하는 안'이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으나 실제론 종점 변경 계획이 용역 계약 열흘 만에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분석한 서울양평고속도로 본 타당성 용역 보고자료 원본 파일.

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초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용역 결과 종점이 양서면으로 결정된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을 '강상면'으로 변경하는 계획이 본 타당성 용역이 시작된 지 10일 만에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한국도로공사가 경동엔지니어링-동해종합기술과 타당성 용역 계약을 체결한 것은 2022년 3월 29일이다. 허 의원이 이로부터 용역업체의 보고가 이뤄진 5월 19일까지 8차례에 걸쳐 작성된 보고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실제 노선 변경(안)은 기존에 알려진 50일이 아닌 불과 10일 만에 도출된 것으로 나왔다.

위의 그림을 보면 보고자료의 최초 작성(마지막 저장 기준)은 2022년 4월 4일로 용역 계약 체결 이후 만 5일 만에 작성됐고 2번째 버전은 4월 11일, 8번째 마지막 버전은 착수 보고가 있기 바로 직전 날인 5월 18일 작성됐다. 여기서 특이한 것은 2번째 버전 보고자료부터 '강상면'을 종점부로 하는 노선 변경안이 제시된 점이다.

지난 10월 12일 한국도로공사 국정감사에 출석한 용역사의 임원은 "4월 6일 최초 현장에 나갔고, 4월 22일에서야 사진 및 드론 촬영을 위한 현장 방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계약일(3월 29일)로부터 불과 7일 만인 4월 6일 현장 방문을 딱 한 번 한 이후 4월 11일 이미 드론 사진 자료가 포함된 '강상면 종점 노선 착수보고안'을 만들어 낸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정식 출범한 5월 9일을 기점으로 8개월에서 4개월로 절반이나 줄어든 서울양평고속도로 본 타당성 용역 사업개요 및 추진 현황. /허영 의원

허 의원은 "보고자료 분석 결과 사진 및 드론 촬영을 위해 4월 22일 현장 방문을 했다고 언급한 용역사 임원의 국정감사 증언과도 명백히 배치되는 것으로 나왔다"며 "용역 계약 체결 이후, 마치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처럼 곧바로 강상면 종점(안)이 제시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원희룡TV'를 통해 타당성 조사 용역사가 한국도로공사에 본 타당성 검토안을 보고한 시점이 5월 19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노선 선정 검토 일정 또한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4월 4일~4월 20일까지 6차례의 보고자료엔 노선 선정 계획이 '8개월'로 계획돼 있었던 것과는 달리 윤석열 정부가 정식 출범한 5월 9일 이후 작성된 5월 13일과 18일에 작성된 보고서에선 '4개월'로 줄었다.

공교롭게도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 내용'에 종점이 양서면에서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 일가가 보유한 강상면 병산리로 변경됐다는 내용이 담긴 것은 올해 5월 8일 어버이날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칼럼을 통해 "만약 야당이 주장하는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처가와 대통령이 경제공동체가 아니라는 주장을 할 수 없어 두려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