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기 온난화 가고 한파 온다···“연준 금리 인상 사이클 끝자락”

5% 넘나드는 미 국채 금리 경기 우려 불안과 호황 사이 3Q 전기 대비 4.9%↑ 파월 동결 시사 “국채 고금리 인상 효과” 페드워치 동결 97.7% 금리 인하 2.3%

2023-11-01     최주연 기자
미국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연율 4.9%를 기록, 예상치(4.7%)마저 웃돈 실적을 내며 냉랭한 주요국과 전혀 다른 뜨거운 경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5%대 국채 금리가 이를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미국 플로리다주 노동자가 무더운 근로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장면. /EPA=연합뉴스

미국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연율 4.9%를 기록, 예상치(4.7%)마저 웃돈 실적을 내며 냉랭한 주요국과 전혀 다른 뜨거운 경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5%대 국채 금리가 이를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연방준비제도(Fed)는 경제 호황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보다는 경기 둔화에 더 집중하는 낌새다. 내일 새벽 파월 연준 의장의 금리 동결 단행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도 떠오른다.

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연준의 금리 정책 결정을 앞두고 뉴욕증시가 일제히 상승 마감하는 등 시장의 금리 동결에 대한 확신이 강하게 반영됐다. 31일(현지 시각)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26.98포인트(0.65%) 상승한 4193.80로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23.91포인트(0.38%) 오른 3만3052.8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61.76포인트(0.48%) 상승한 1만2851.24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뿐 아니라 학계도 내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연준의 동결 가능성을 높게 본다. 이는 솟구치는 미 국채 수익률에 기인한다. 최근 10년 만기 미 국채수익률은 5%를 넘나들었다. 지난 18일 2년 만기 국채도 5.2% 선을 훌쩍 넘으며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뿐 아니라 학계도 내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연준의 동결 가능성을 높게 본다. 그래프는 2020년 3월부터 지난 10월 31일까지의 한미 기준금리 추이 /최주연 기자

고금리 상황과 다르게 미국 경제는 뜨겁다 못해 타오른다. 견조한 소비와 투자, 타이트한 노동시장 등으로 미국 경제는 올해 3분기 전기 대비 연율 4.9% 성장률을 기록했다. 소비자지출이 GDP 성장률 서프라이즈에 절반 이상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전기 대비 연율은 미국이 앞으로 이번처럼 4%대 성장률이 1년(4개 분기) 동안 나와야 올해 성장률이 4.9%에 이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해당 성장률이 4개분기 동안 연속해 나올 때 한해 성장률이 해당 수치만큼 나온다고 본다. 즉 이번처럼 4.9%가 1년 동안 나올 때 한해 4.9%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면서 '연율 4.9%'로 기재한다.

반면 한국의 3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0.6%이며, 올 한 해 성장률 목표가 1.4%임을 볼 때 큰 차이임을 확인할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금리와 경기의 괴리가 오래 지속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국제금융센터 지난달 28일 자 국제금융속보 보고서에서는 “과거 사례를 보면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국채금리가 급등하면 가계 및 기업은 차입비용 상승으로 상환압박 부담을 느끼면서 경제 심리가 위축됐다”면서 “일부는 지금까지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엔진이었던 소비가 곧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성재 미국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본지에 “장기금리가 급등했던 2007년에도 연준의 장기간 긴축을 버티지 못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중심으로 버블이 붕괴하면서 경기가 침체에 빠졌다”면서 “그 후 장기금리는 2% 아래로 밀렸다. 현재도 연준이 고금리 긴축을 지속할 경우 자산 버블이 붕괴해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고금리는 ‘잔매’와 같아서 웬만한 맷집의 경제라도 버티기 힘들기 때문이다”라고 우려했다.

저축 헐어 소비·조달 비용 상승 피로 
4분기 0.8% 성장 전망 4%포인트 뚝  

영국 글로벌 경제분석 기관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일각에서는 팬데믹 이후 비축된 미국의 2조 달러 이상의 초과 저축 중 상당 부분이 이미 줄어든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잉여 소비 여력은 부유층에 국한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기계와 기타 장비에 대한 기업의 투자도 전분기 대비 0.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금리 장기화에 기업이 이미 비용 상승 피로감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올해 마지막 분기 경제성과는 곤두박질칠 전망도 주요 컨센서스 중 하나다. 블룸버그 컨센서스에 따르면 미국의 GDP 성장률은 4분기에 0.8%를 기록하며 전분기보다 4%포인트 이상 하락한 뒤 내년 1분기에 0.2% 저점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19일 뉴욕경제클럽 간담회에서 10년물 국채 금리 상승 추세에 따라 금융 환경이 긴축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EPA=연합뉴스

연준도 4분기 경제 둔화를 예상한다. 연준은 9월 경제전망에서 4분기 낮은 경제성장률과 높은 인플레이션을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19일 뉴욕경제클럽 간담회에서 10년물 국채 금리 상승 추세에 따라 금융 환경이 긴축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분명히 금융 여건이 긴축되고 있다”면서 “기준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금융 여건을 긴축시키기 위한 것인데,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긴축적인 금융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 금리 인상 대체 가능성에 대해선 “지켜보자”라고 즉답을 피했지만, 시장에 금리 인상 사이클 종결 기대감을 부추겼다.

한편 9월 이후 미 국채수익률의 급등은 3번의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 효과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시장에 끼치는 파장이 컸다. 도이치뱅크는 내년 경제활동의 0.6%포인트 감소를 유도할 정도의 금융긴축 효과를 발휘했다고 분석한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 페드워치는 금리 인하 전망도 내놓기 시작했다. 페드워치는 내일 새벽 연준이 현 5.25~5.50%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97.7%,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에 2.3%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