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는 데만 1시간 47분···전기차 신종 재난 리스크 부상

리튬 이온 배터리의 '열 폭주'가 원인 물 뿌려도 불 안 꺼져 화재 진압 난관

2023-10-30     김민 인턴기자
전기 자동차가 화재 위험성으로 재난 위험 요소로 꼽혔다. /연합뉴스

전기 자동차는 화재가 일어날 때 순식간에 온도가 섭씨 1000도까지 치솟을 수 있어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행정안전부가 이를 감안해 전기자동차를 새로운 '재난 위험 요소'로 꼽아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30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잠재 재난 위험 요소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전기 자동차와 용오름(토네이도), 비브리오 패혈증이 3대 재난 위험 요소로 꼽혔다. 해당 보고서는 이상기후 등 재난환경 변화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위험 요소를 탐색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전기 자동차는 불이 나면 배터리가 순식간에 온도를 1000도까지 상승시켜 불길이 순식간에 확산한다. 이로 인해 탑승자 대피가 쉽지 않고 화염을 진화하기 어려워 지하 주차장 등에서는 대형 화재로 번질 위험이 크다. 

실제로 지난 13일 인천 남동구 논현동에서 전기 자동차 화재가 발생했을 때 진압에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당시 소방대원 45명과 화재 진압 장비 17대가 투입됐는데도 진화하는 데 1시간 47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에 국민의 힘 정우택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전기 자동차 화재에 원활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특수 화재 진압 장비인 이동식 수조가 확보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30일 밤 11시 40분경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내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도 전기 자동차 화재 사고가 일어났다. 한 입주민이 전기 자동차에 연기가 나오는 것을 목격하고 119에 신고했고 이후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시작됐다. 불은 약 30분 만에 진화됐으나 화재로 사고 차량이 전소했으며 주위 차량 5대도 부분 연소하는 피해가 생겼다. 화재의 원인은 배터리 '열 폭주'로 추측된다.

경북 안동시 경북소방학교 훈련장에서 전기 자동차 화재 진압 기법을 연구하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전기 자동차 화재 사고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전기 자동차의 연식이 오래되면서 판매 대수 당 화재 비율이 올라가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초기 전기 자동차의 화재 위험성이나 불량률은 내연기관 대비 10분의 1에 지나지 않았다"며 "그러나 전기 자동차 판매가 시작된 지 꽤 시간이 지나고 전기 자동차가 노후화되면서 불량률이 내연기관의 2분의 1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전기 자동차 화재 사건이 주목받는 건 빈도보다 화재 시 위험성과 진압의 어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일반 내연기관도 화재 시 차가 전소되는 데 시간이 5~6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전기 자동차는 그것보다 전소되는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라고 말했다. 

전기 자동차 화재가 내연기관보다 위험한 이유는 전기 자동차에 주로 사용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특성 때문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대부분의 전기 자동차에 사용된다. 하지만 리튬 이온 배터리는 화재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 교수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공기 중에 노출되는 순간 열 폭주가 발생하고 발열 반응으로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특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수분에도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이러한 리튬 이온 배터리의 특성 때문에 "전기 자동차의 경우 화재 시 완벽하게 진화할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전기 자동차 업계에서도 화재 위험성에 대한 방지책 개발에 고심하고 있다. 실제로 자기장을 이용해 이차전지의 내부 결함을 미리 확인하고 폭발 사고 등을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자기장 기술 이외에도 BMS를 통해 배터리의 불균형을 확인하는 기술이 있다. 충전 중에 10분 정도 방전을 하면서 배터리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이상이 있는 배터리는 미리 공지하는 기술들이 개발되고 적용되는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업계에서도 화재 문제에 각별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 예방 기술뿐만 아니라 화재 발생 시 탑승객들이 충분히 피할 수 있도록 열 폭주를 지연해 주는 기술들도 어느 정도 완성하여 적용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