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앞 속수무책 재가 장애인···안전 훈련 교육 부재
사고 사망 장애인 비율 57.4% 중증 장애인 96.1% 집에 거주 개인별 맞춤형 안전교육 필요
집에서 생활하는 재가 장애인에 대한 재난 사고 안전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30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화재 사고 사상자 중 장애인 사망자 비율이 57.4%에 달하면서 비장애인(12.1%) 대비 4.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진행된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작년 소방기본법이 개정되면서 안전 훈련 교육대상에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포함됐다"면서도 "반면 집에서 거주하는 재가 장애인에 대한 대책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고 대응에 특히 취약한 중증장애인의 경우, 96%가 집에 거주하는 재가 장애인이다"라며 "중증장애인 중 극히 일부만 안전 훈련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소방기본법 제17조 4항을 보면 안전 훈련 교육 대상 중 장애인은 장애인복지시설에 거주하거나 해당 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으로 한정돼 있다.
2021 한국장애인개발원 중증장애인 현황을 보면 전체 중증장애인 약 98만명 중 시설 중증장애인은 약 3만9000명, 재가 중증장애인은 약 94만1000명으로 중증장애인 96.1%가 집에 거주하는 재가 장애인으로 나타났다.
시설 거주 장애인으로 한정된 법망의 사각지대로 인해 재가 장애인의 희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조윤화 부연구위원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거주하지 않고 시설만 이용하는 경우도 시설에서의 대피 방법은 교육 후 알 수 있다"며 "하지만 시설 이용자는 밤이 되면 집으로 돌아간다. 사건·사고는 주로 자택에서 발생한다"며 "소방기본법 개정으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훈련은 이루어지지만 실질적으로 실제 장애인이 '살고 있는 집'에서의 대응·대피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가정 방문 통한 개인별 맞춤형 재난안전교육 필요
시설, 기관 등 공급자 중심의 집단형태 안전교육에서 벗어나 장애인이 실제 살고 있는 집에서 장애인 가구 특성 및 장애 유형을 고려한 맞춤형 개인별 재난안전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서 조 부연구위원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직접 집에 방문해 대피 방법을 구두로 설명 후 시연해 주고 계획을 세워주는 게 필요하다"며 대피 훈련 계획과 예방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장애인개발원과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올해 '장애인 개인별 재난안전 대피 계획 수립' 사업을 진행했다. 조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지난 4월 서울소방본부와 MOU를 체결해 전국 최초로 서울 소방본부 및 서울 25개 자치구 소방서와 장애 전문가를 매칭해 안전 교육을 실시했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중증장애인 100명을 대상으로 가정방문을 통해 실시됐으며 총 두 차례에 걸쳐 재난 대피 훈련 계획 수립과 이해도 확인, 예방법 교육 등을 진행했다.
조 부연구위원은 "당국과 서울소방본부가 최초로 시작한 본사업은 내년 대구에서 유사한 사업을 시작하는 등 전국적으로 확산 중이다"라며 "현재 재가 장애인을 포함해 각 장애 특성에 맞는 매뉴얼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사자에게 직접 대피 교육을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애인이 거주하는 집 주변 이웃과의 네트워크 형성이 제일 중요하다"라며 지역사회 공동체 기반 소방 대피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