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소환 앞둔 김범수···SM엔터 주가 조작 배재현에게 지시했나

23일 금감원 자본시장 특사경에 소환 조사 수사당국 메신저·이메일 다수의 증거 확보

2023-10-22     이상헌 기자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왼쪽)과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 /연합뉴스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인수 과정에서 시세 조종 의혹을 받는 카카오에 대한 수사가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으로 확대됐다. 김 전 의장의 오른팔인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가 구속된 상황에서 공모 관계 여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은 SM엔터 경영권 분쟁과 하이브와의 공개 매수 경쟁 과정에서 불거진 주가 조작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김 전 의장을 23일 오전 소환한다.

법원은 앞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배재현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19일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과 금감원은 카카오 주요 임원진의 메신저 내역과 사내 이메일 등 다수의 증거를 확보해 증거 능력을 상당수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의 상황을 복기하면 카카오가 SM의 제2대 주주가 되기 위해선 법원으로부터 경영권 분쟁 상황이 아니라는 결론이 먼저 나와야 했다. 하지만 사우디 빈살만 왕세자 등으로부터 제삼자 배정 방식으로 투자받은 자금을 활용해 턱없이 낮은 신주 인수가(주당 9만1000원)로 제삼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한 인수합병(M&A)을 계획한 것이 카카오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SM타운 건물 모습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당시 하이브는 SM엔터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하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적대적 M&A 의혹을 받는 카카오가 자칫 하이브와 공개 매수 경쟁을 벌이다간 이수만 창업자가 법원에 제기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또 이 과정에서 CJ그룹 참전설 등 주가 높이기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자본시장에선 "배재현 카카오 CIO가 밑그림을 그리지 않았겠느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더해 공개매수 기간이던 2월 16일 IBK투자증권 판교점에서 원아시아파트너스 측 사모펀드(PEF)인 하바나1호가 특수목적회사(SPC)인 헬리오스제1호 유한회사에 출자해 SM엔터 지분율을 시분할 주문(Careful Discretion; CD) 방식으로 28일 기준 4.6%까지 높이며 하이브의 지분 매입을 방해했다.

금융당국은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 SM엔터 주식을 대거 매수해 주가를 끌어올린 원아시아파트너스와 카카오와의 유착 여부를 중점 수사해 왔다. 배재현 CIO가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당시 시세 조종 과정에서 김범수 전 의장의 지시가 있었거나 주가조작을 보고 받았다면 공모 관계가 성립될 수 있다.

앞서 하이브의 신고가 접수되자 금감원은 "공개매수 기간 중 주식 대량매집 등을 통해 공정한 가격 형성을 방해하는 불공정거래 행위가 있으면 엄단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역량을 집중해 자료 분석과 조사 등을 진행 중"이라며 "생각보다는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실체 규명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만큼 조만간 기회가 되면 말씀드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