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는 극찬하더니 민주당이 칼질 나선 양도제한조건부주식

다수 기업에 스톡옵션 대체 성과급 수단 경영권 방어에 유리하단 점이 문제 된 듯

2023-10-20     이상헌 기자

한화그룹은 올해 상반기 한화 16만6004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6만5002주, 한화솔루션 4만8101주를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Restricted Stock Unit)으로 대주주에게 지급했다.

경영 성과 보상으로 부여한 총주식의 현재 가치는 136억원 수준이지만 옵션 행사 제한 기간 5~10년 동안 주가가 얼마나 오르냐에 따라 교부받을 성과급도 높아질 전망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점으로 한화그룹뿐만 아니라 네이버, 두산, 포스코퓨처앰, CJ ENM, 토스, 쿠팡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RSU와 같은 주식 연계형 보상이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의 또 다른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미국에서 오래전부터 널리 이용돼 온 주식 연계형 보상 제도의 대표적인 형태인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은 한화그룹 대주주인 김동관 부회장 경우처럼 장래 성과 조건 충족 시 주식을 교부하는 RSU 형태와 계약 시점 먼저 주식을 교부한 뒤 성과 조건 미충족 시 주식을 회수하는 RSA(Restricted Stock Awards) 방식으로 구분된다.

근속년수 외에 기업공개(IPO) 성과, 매출액, 당기순이익, 주가 상승률 등 계량적으로 측정 가능한 조건을 단일 또는 복수로 성과 조건을 설정한다. 임기 만료나 사망 이외의 사유로 퇴사하는 경우엔 회사에 주식을 반환하는 조건이 붙기도 한다. 주식 부여 기간(vesting period)을 단계별로 설정해 회사에 대한 기여도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주식매수선택권과 양도제한조건부주식 비교 /정리=이상헌 기자

지급 모델, 스톡옵션보다 임직원에 유리 
자기주식 미리 취득해 경영권 방어 가능 

금융투자업계에선 RSU와 같은 주식 연계형 보상은 단순히 일정 가액을 기준으로 주식평가 차액을 지급하는 평가 보상형 제도와는 다른 것으로 본다. 특히 회사가 주식을 무상으로 교부하는 점에서 주식을 정해진 가격으로 매수하는 권리인 스톡옵션보다 임직원에게 유리하다는 평가다.

국내에선 대부분의 RSU가 회사가 추후 자기주식을 교부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통상 스톡옵션은 대주주에게는 부여할 수 없고, 발행 주식 수의 10% 이내로 수량 제한이 있는 반면 RSU엔 이런 특별한 제한이 없다. 특히 기업 승계를 위한 주식 증여·상속 시의 세금(경영권프리미엄 할증 적용 최대 60%)보다 다소 낮은 소득세(최고세율 45%, 지방세 포함 49.5%)가 적용되는 장점도 있다.

즉 RSU가 지배주주의 경영권 승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에 이어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까지 RSU(두산 주식 3만2266주 상당)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재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0월 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글로벌기업 경쟁력 강화 의원 모임 한화 그룹 초청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동수 의원, 이성수 사장, 홍 원내대표, 김병욱 의원, 정성호 의원 /연합뉴스

결국 제재 위한 상법 개정안 발의한 野
주요주주 부여 대상 배제 및 한도 설정

국내 상장법인은 RSU 부여 대상과 금액이 정해지면 상법 제341조의 규정에 따라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자기주식을 곧바로 취득한다. 또 상법상 별도의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사의 경우 정관 또는 주주총회에서 보수 한도 범위를 정하고 누구에게든 RSU로 주식을 부여할 수 있는 구조다.

다시 말해 RSU를 발행할 때마다 10년 가까이 보유하는 자기주식 비율이 늘어나는 셈이다. 기업 오너로선 이만큼 편리한 경영권 방어 수단은 없다. 반면 소액주주들은 대기업의 자기주식 보유를 반대하며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을 요구한다. 민주당이 겉으로는 RSU를 극찬하면서도 경영권 세습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제재에 나선 이유다.

지난 10월 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글로벌기업 경쟁력 강화 의원 모임 한화 그룹 초청 토론회에서 홍익표 원내대표는 RSU를 두고 "스톡옵션에 비해 장기적으로 회사의 발전과 함께할 수 있는 보상 패러다임"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면에 감춰진 이용우 의원의 상법 개정안을 보면 주요 주주와 그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에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을 부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미국처럼 전체 부여 한도를 발행주식 총수의 10%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도 담았다. 아울러 '양도제한조건부주식 등'이라는 표현을 써 스톡 그랜트 등 다른 주식 연계형 보상 수단까지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또 '보수' (성과급) 지급 조건을 정관에 직접 규정하도록 강제해 기업 자율성을 현저히 떨어뜨렸다.

지난 6월 5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한국거래소와 금융연구원이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공동 주최한 ‘상장법인의 자기주식 제도 개선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교롭게도 이는 윤석열 정부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안상현 금융투자발전심의위원장이 추진해 온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 이슈와도 맞물린다. 자본시장 한 전문가는 "기업오너의 지배력 강화를 코리안 디스카운트라고 주장해 온 이들에겐 자기주식 장기보유를 허용하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은 눈 앞에 가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급 형태와 내용 면에서 완전히 다른 RSU를 기존 주식 가치가 희석되는 문제가 있는 스톡옵션과 동일한 관점에서 규율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며 "적대적 M&A에 대응 수단이 없는 국내 현실에서 자기주식을 활용한 기업 경영권 방어를 경영권 세습 수단으로 보는 것도 매우 잘못된 인식"이라고도 했다.

또 한편에선 "해당 제도가 현행 법령에 명문으로 규정되지 않아 다수 기업이 경영권 승계용이라는 비난으로 해당 제도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용우 의원 법안처럼 법제화가 자칫 반기업적 제제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공시 활성화를 통해 법률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한 제도화 방향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본의 회사법(제361조 제1항)이 정관이나 주주총회에서 이사의 보수를 정할 때 '가액이 확정되지 않은 것은 구체적인 산정 방법'을 함께 정하도록 규정한 것이 참고할 만하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상법 제388조에서 보수액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 이사가 자신들의 보수를 스스로 정하는 경우의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란 취지를 감안하면 (일본처럼) 금액을 산정하는 기준을 정하는 것도 허용될 수 있다고 해석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