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 칼럼] ‘주담대 이자 3%’ 바이든 뛰어넘은 케네디의 포퓰리즘 공약

[김성재의 국제금융 인사이트] 첫 주택 구매자 이자 깎아 빈부격차 해결? 케네디 “정부 비과세 채권 발행 비용 마련” 저소득층 곤란 원인 고금리보단 가격 상승 공급 늘려 거품 제거 주택 가격 안정해야

2023-10-23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1979년 12월 12일 뉴욕 피에르 호텔에서 열린 모금 만찬에 모인 케네디 가족. /AP=연합뉴스

올해는 1983년 사다트가 이끄는 이집트와 아랍연맹이 이스라엘을 공격했던 욤 키푸르 전쟁 50주년이 되는 해다. 하마스는 거기에 대한 기념이라도 하듯 이스라엘을 습격했다. 올해는 또한 존 F. 케네디(JFK) 대통령의 동생 로버트 F 케네디(RFK) 암살의 55주년이기도 하다.

JFK는 인종·성별·국적·연령 등 각종 차별에 반대하는 민권법을 마련했고 그가 댈러스에서 암살된 뒤 뒤를 이은 린든 B. 존슨(LBJ)이 1965년 그 법에 서명했다. 오늘도 민권법은 인종의 용광로라 일컬어지는 미국 사회가 다양성과 건강함을 유지하는 초석 역할을 하고 있다.

LBJ는 JFK의 유업을 이어받아 폭넓은 사회보장 정책을 시행하고 JFK의 감세로 인해 촉발된 강력한 경제성장과 낮은 물가에 힘입어 1964년 미 대선에서 90%가 넘는 선거구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이는 프랭클린 D. 루스벨트가 보유한 이전의 압승 기록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런 LBJ도 민권법 통과의 여파로 남부지역 유권자가 이탈하고 베트남전 패배의 수렁에 빠지면서 현직 대통령임에도 재선을 포기했다. LBJ가 재선 포기를 선언하자 미국 정가는 깊은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민주당에는 또 다른 유력한 대선후보가 있었다.

바로 JFK의 동생이자 JFK 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냈던 RFK였다. RFK도 형을 닮아 소수자의 권리 보장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RFK는 다소 귀족적이고 난봉꾼 기질이 다분했던 JFK를 뛰어넘는 자질이 있었다. 그는 진정으로 소외되고 가난한 미국인의 벗이 되고자 했다.

만약 RFK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오늘날 미국 사회의 모습은 크게 달라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RFK는 1968년 로스앤젤레스의 한 호텔에서 팔레스타인계 이민자가 쏜 흉탄에 쓰러졌다. 그의 나이 42세였다. 캘리포니아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서 승리하며 대선후보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직후에 암살된 터라 아쉬움은 더욱 진했고 그 후 민주당은 지리멸렬했다.

이후에도 미국의 정치 명가 케네디 가문에는 각종 불행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정치인의 맥이 끊긴 것은 아니었다. RFK의 동생인 테드 케네디가 47년간 연방상원의원으로 재직했고 RFK의 아들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내년 미국 대선에 출마 의향을 비쳤다.

'독자 후보' 케네디 진보 선두 바이든 부담
첫 집 구매자 한정 ‘3% 금리 주담대’ 공약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사진)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뽑는 예비선거에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노선을 바꿔 독자 후보(인디펜던트)로 대선에 뛸 것이라 밝혔다. 그의 대선 레이스 참여는 가뜩이나 트럼프에 밀리고 있는 바이든에게는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한다. /UPI=연합뉴스

원래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뽑는 예비선거에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노선을 바꿔 독자 후보(인디펜던트)로 대선에 뛸 것이라 밝혔다. 그의 대선 레이스 참여는 가뜩이나 트럼프에 밀리고 있는 바이든에게는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한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매우 진보적인 주택정책을 발표해 소외계층과 소수인종의 표에 의존해야 하는 바이든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그는 거대기업과 대형 금융기관에 잠식당해 갈수록 빈부 격차가 커지고 있는 현실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대기업이 주택을 대거 매입해 세를 놓는 구조에 대하여 날카로운 비난을 가한다. 이대로 가면 2030년에 이르기까지 40%에 달하는 주택이 대기업 소유가 될 것이라 우려한다. 실제 블랙스톤을 비롯한 월가 금융기관들은 주요 도시 주택을 공격적으로 매수했다.

무엇보다 최근 들어 고금리가 고착하면서 저소득층의 주택매수 기회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가장 기본적인 부의 증식 수단인 주택 보유 기회의 상실은 부의 편중을 더욱 가속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면서 그는 아주 참신한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최근 미국의 30년 만기 모기지론 금리가 8%를 넘어섰음에도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게 3%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빌릴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다.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정부가 비과세 채권을 발행해 대출 재원을 마련하면 된다고 응수했다.

이렇게 해서 매월 평균 1000달러 내외의 모기지 원리금 납부액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미국의 역대 정부도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해 왔다. 1930년대 프랭클린 D. 루스벨트는 모기지 대출제도를 마련해 대공황으로 고통받고 있던 미국인의 주택 매수 기회를 확대하는 토대를 닦았다.

그가 설립한 연방주택청(FHA)을 비롯한 다양한 정부 기관에서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에게 저금리 대출상품을 제공할 수 있게 했다. 또한, 패니메이(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과 같은 정부 유관기관이 주택저당채권(MBS)을 발행해 모기지론 채권을 유동화할 수 있게 했다. 대출채권의 유동화로 여신기관은 대출 여력을 대폭 확충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증권화(securitization)’란 용어를 만들고 ‘MBS의 아버지’라 불리는 루이스 래니어리(Lewis Ranieri)가 샐러먼 브라더스에서 민간 금융기관이 발행하는 MBS와 MBS 유관 파생상품을 설계하고 판매하면서 모기지 대출시장에 혁명이 일어났다. 그 영향으로 월가 금융기관의 업무영역과 수익성은 크게 증폭됐고 모기지 대출 기회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모기지 납부액 상승 저소득층 장애
일차적 원인은 금리 아닌 집값 폭등

이렇게 정부의 지원책과 월가의 금융혁명이 맞물리면서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급성장하고 내 집 마련 기회도 획기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또 다른 참신한 주택정책 대안으로 제시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의 3% 모기지 대출금리 추진이 현시점에 타당한 정책인지는 의문이 든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에서 열린 '인디펜던스 투어'에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연설을 경청하고 있는 지지자. /EPA=연합뉴스

현재 저소득층이 주택을 마련하지 못하는 이유가 단순히 고금리에만 있다고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주택매입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상승한 모기지 원리금 납부액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원리금 납부액 급등의 주범은 금리 인상이 아니다. 바로 집값 급등이 일차적 원인이다.

팬데믹 직전 미국의 평균 주택가격은 32만 달러였다. 집값의 80%를 빌린다고 하면 대출금은 25만6000달러선이 된다. 여기에 8% 모기지 금리를 적용할 경우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월 모기지 원리금 납부액은 1878달러 정도가 된다.

현재 미국의 평균 주택가격은 42만 달러 언저리다. 이 가격의 80%에 8% 금리를 적용할 경우 월 모기지 납부액은 2465달러가 된다. 즉, 집값 상승으로 납부액이 587달러 늘어났다. 집값이 급등한 대도시로 갈 경우 월 납부액 증가는 천정부지로 늘어난다.

물론 금리가 내리면 모기지 납부액이 줄어들겠지만 인위적인 금리 조정이 정답은 아니다.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팬데믹 이전보다 46% 상승했다. 최근에는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전고점을 경신했다. 포퓰리즘적 저금리 강요가 아니라 주택공급을 늘리고 가격 거품을 제거해 집값을 정상화하는 것이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는 근본적 처방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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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종합금융회사에서 외환딜러 국제투자업무를 7년간 담당했고 예금보험공사에서 6년간 근무했다. 미국에서 유학하여 코넬대에서 응용경제학석사,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경영학박사 (파이낸스)를 취득했다. 2012년부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주 가드너웹대학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퍼먼대학교에서  재무 금융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