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땀·눈물로 특허 냈는데···KT, 직원에 보상 '외면' 논란

IPTV 통합 전원 신규 리모컨 발명 법에 따라 특허 실시되면 보상해야 신청 절차 까다로워 직원 도중 포기 KT, 특허 적용 여부는 답변 피해

2023-10-20     이상무 기자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 /연합뉴스

통신·디지털 플랫폼 기업인 KT가 종업원의 발명 특허에 대한 법적 보상을 외면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KT는 발명진흥법에 따라 사내 종업원의 발명에 따른 특허가 활용되는 경우 ‘직무발명 실시 보상’을 하는 내부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KT는 최근 종업원의 보상 신청에 대해 객관적 근거를 갖춰 설명하지도 않고 특허청 산업 재산권 분쟁조정위원회 조정까지 거부했다.

20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KT 올레TV본부 등에 근무하다가 퇴직한 A씨 등은 IPTV(인터넷TV) 리모컨의 전원 제어 버튼이 TV용과 셋톱박스용으로 2개였던 것을 하나의 버튼으로 통합하는 기술을 발명, 2012년 2월 KT 특허로 등록되게 했다. A씨 등은 이 기술이 2011년 8월부터 KT 올레TV에 적용되어 오면서 KT 이익에 기여하고 있다며 2016년 5월부터 KT 특허 담당 부서에 법에 따른 실시 보상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들은 다시 지난 8월 10일 이 특허가 KT IPTV 리모컨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리모컨 제조업체와 KT 기술 부서의 확인 등을 증거자료로 첨부하여 산업재산권 분쟁조정위원회 조정까지 신청했다. A씨 등은 이 기술을 경쟁사가 침해하여 적용했다는 KT 특허 담당 부서의 내부 보고서까지 증거로 첨부했다. KT 측은 이 특허권 유지를 위해 특허 등록료를 계속 납부해 오고 있다.

특허청 ‘산업재산권 분쟁조정 위원회’까지 거부

그러나 KT 특허 담당 부서는 이 위원회에 검토 기간을 2주 연장해 달라고 요청하고선, 조정 참여를 거부하였다. A씨는 “특허가 적용되고 있다는 증거들을 구체적으로 제출했는데 KT 담당 부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을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이후 KT 특허 담당 부서의 임원들에게 ‘특허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해 보라’고 계속 이메일을 보냈으나 KT 측은 답을 하지 않는 상태다.

KT 특허 담당 부서 핵심 관계자는 본지에 특허 적용 여부에 대해선 답하지 않고, 특허의 등록된 권리 범위와 구성요소 완비 원칙 등 해당 특허 자체의 완전성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KT 홍보실도 이 특허 적용 여부에 관한 본지의 질의에 답변을 주지 않았다.

통합 전원 제어 리모컨과 과거 리모컨의 비교 /제보자 제공

업계에선 일부 기업들이 직무발명 보상 소송에 수천만원의 기본 비용과 수년의 소송 기간이 소요되어 퇴직자 개인이 이를 감내하기 어렵다는 약점을 노려, 일방적으로 직무발명 보상을 회피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KT는 또 사내 기술연구소 등 현직 직원들이 직무발명 보상 신청을 하는 경우 그 절차를 복잡하고 까다롭게 만들어 신청 과정 중에 지쳐서 중도 포기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 기술연구소에 재직했던 B씨는 “특허 발명에 대한 보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좋은 직무발명 특허가 나오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지식경제 시대, 내부 발명 독려하는 선진기업과 딴판

이는 LG에너지솔루션·현대차그룹 등이 사내 발명왕 포상 등을 시행하며 종업원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특허 개발 의욕을 고취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차는 특허 활용에 따른 기여도 등을 평가해 제안자에게 10억원까지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김근배 숭실대학교 명예교수(경영학)는 “이미 지식경제의 시대이고 향후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면 종업원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기업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며 “종업원 발명 특허를 활용하면서 정당한 보상을 외면하는 것은, 지식의 착취라고 볼 수 있으며 이는 기업의 장기적 생존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국내 전체 특허 출원 중 기업 등 법인의 출원이 약 80%를 넘어 종업원의 개발 의욕을 고취할 직무 발명과 보상을 활성화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KT의 직무발명 보상 거부는 다수의 전·현직 직원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어 KT 내부적으로도 문제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 KT 새 노조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특허를 낸 직원이 패소한 경우들이 있었다"며 "강력한 회사 법조팀이 특허 인정 안 해주는 이유를 찾아내서 대응하다 보니 몇 년씩 걸리는 소송을 중간에 포기하게 되어버린다"고 말했다.

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직무발명 보상금을 청구한 소송에서 이긴 사례는 있다. 2017년 대법원은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초성만 입력하면 검색해주는 기술을 발명한 삼성전자 연구원에게 회사가 2185만원을 보상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삼성전자는 2012년에도 디지털 HD(고화질) TV 기술을 개발한 직원에게 6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