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전자 조급해하지 말고’···반도체 업황 내년까지 ‘뜨뜻미지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적자 축소 단가 상승 동시에 물량 수요 증가 4Q 흑자 전환 내년 상승 폭 제한 “경기 흐름 연동, 성장 전망 약해”

2023-10-18     최주연 기자
올해 반도체 한파가 하반기 들어 기지개를 켜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쌍두마차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적자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그러나 이대로 반도체 업계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할 거라는 기대는 이르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반도체 한파가 하반기 들어 기지개를 켜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쌍두마차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적자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수요 물량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나 이대로 반도체 업계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할 거라는 기대는 이르다. 반도체 업황은 특히 거시경제 상황과 연동하는데, 내년까지도 글로벌 성장세가 크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8만전자’를 넘어 ‘9만전자’ 전망은 시기상조다.

18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1100원(1.59%) 오른 7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7만원대 진입은 지난달 19일 이후 11거래일 만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0일 6만6400원(종가 기준)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탔다. 중도에 부침이 있기는 했지만 이날까지 7거래일 동안 6%포인트 상승했다.

3분기 영업익 개선이 주가를 밀어 올렸다. 지난 11일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2조4000억원으로 직전 분기 6000억원대 영업이익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들어 첫 조 단위 영업익이다. 다만 전년 동기 대비 77.9% 감소했다.

18일 삼성전자 주가가 전일 대비 1100원(1.59%) 오른 7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7만원대 진입은 지난달 19일 이후 11거래일 만이다. /인베스팅닷컴

직전 분기 대비 실적 개선은 모바일경험(MX)과 삼성디스플레이(SDC) 부문 영업이익이 반도체 부문 적자를 상쇄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에서 3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한다.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9조 규모 적자와 비교해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고 평가한다.

SK하이닉스 3분기 영업이익도 상반기에 비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6650억원 적자다. 1분기(3조4023억원 적자)와 2분기(2조8821억원 적자) 성적에 비하면 큰 폭 개선이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보합을 기록하며 13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SK하이닉스도 지난 4일 기점으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주가는 4일(11만5400원)부터 이날(13만원)까지 10거래일 동안 12%포인트 넘게 올랐다.

이 같은 주가 회복세는 글로벌 반도체 업황 개선에 기인한다. 부품 단가 상승과 수요 회복이 원인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범용 제품인 DDR4 8Gb 2666의 현물가가 지난 6일 기준 1.518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4일 연중 최저가(1.448달러)와 비교하면 한 달 만에 4.83% 상승했다. 여기에 반도체 수요 증가가 세게 밀어 올렸다.

최성락 국제금융센터 주식분석부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부품 단가가 반등하긴 했지만 유의미하게 오르진 않았고 물량 측면에서 수요가 많아 매출이 오른 측면이 크다”라면서도 “거시경제 전망보면 내년 글로벌 성장세가 그렇게까지 강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이에 따라 반도체 수요가 과거 호황기만큼 폭발적으로 증가할 거란 기대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황, 내년 거시 경제 상황과 연동
4분기 흑자 전환해도 기대치 실적 나와야

내년 상반기까지 점진적인 수급 개선 가능성은 있지만 모바일과 PC 등 B2C 부문 수요 회복이 더뎌지면서 상승 폭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현장 /연합뉴스

반도체 업황 사이클도 호황과 불황을 반복한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수요처는 컴퓨터와 모바일 기계, 서버 등인데 이에 따라 전반적인 경기 흐름과 연동된다. 내년 상반기까지 점진적인 수급 개선 가능성은 있지만 모바일과 PC 등 B2C 부문 수요 회복이 더뎌지면서 상승 폭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7만전자를 갓 넘은 삼성전자에 대한 주가 기대가 8만전자를 넘어 9만전자까지도 넘어선 상황에서 주가 폭등에 대한 기대가 시기상조라는 말이다.

다만 올해 4분기 반도체 업계 흑자 전환에 대한 컨센서스는 분명하다. 이에 따른 주가 상승은 기대치에 상응하는 흑자 폭에 달렸다.

최 부장은 “흑자 폭이 기대치보다 작으면 오히려 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발표 시점에서 기대치가 얼마인지 이로 인해 주가가 얼마만큼 올라와 있는지 실제 실적은 얼마인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다”라면서 “현재로선 기대치가 크진 않고 4분기 실적이 내년 1월에 나올 텐데 그때까지 국내 반도체 주가가 많이 올라온 상태라면 기대만큼 실적이 나와야 하고, 반대로 주가는 부진했는데 막상 뜯어보니 좋은 실적이라면 이는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