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의협 마지노선 351명 넘기고 싶은 尹···정부 발표까지 연기 왜?
일단 속도 조절하면서 증원 명분 쌓기 목적 장관에 지시한 1000명 미달 시 자존심 상처 의협 총파업 전술에···尹 퇴로 차단된 상황
의대 정원 1000명 이상 확대를 주장한 윤석열 대통령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을 빌미로 지방자치단체에선 의대 신설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의사들이 발표 강행 시 총파업이란 벼랑 끝 전술에 돌입하면서다.
18일 정치권 안팎에선 지방 국립 의대 증원의 필요성을 주장해 온 윤 대통령이 오는 19일 김영환 도지사 관할의 충북대 의료원을 깜짝 방문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으나 지난 15일 고위 당정 회의 이후 대통령 직접 발표 형식을 번복한 데 이어 예정된 일정까지 미뤄졌다.
정부·여당의 증원 방침은 굳어진 상황이지만, 발표 형식과 일정을 속도 조절하면서 국립대 의대와 지방의 정원 50명 미만 소규모 의대를 중심으로 정원을 늘리는 방안 검토에 돌입한 것이다.
가짜뉴스 된 1000명 확대 언론플레이
비상 걸린 복지부 다시 전수조사 착수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줄어든 의대 정원 351명(10%)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또 지금까지 보건복지부와 협회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은 512명 증원안이었다. 하지만 정부 발표를 앞두고 1000명, 3000명 확대 예정이란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를 인용한 '가짜뉴스'가 쏟아져 나오면서 역풍을 맞은 모습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전국 의대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해 지역 간 비교와 교수들의 역량을 따져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의사협회가 마지노선으로 삼는 351명과 논의 테이블에 오른 바 있는 512명을 넘겨 발표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로 보인다.
정부는 신설 의대 설립보다 기존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전남 지역 국회의원들이 의대 신설 촉구 삭발식을 감행하는가 하면 경북에선 포항시민 1000여명이 포스텍 의대 설립을 촉구하기도 했다. 여전히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 임기가 남은 순차적으로 3000명까지 늘리자는 얘기도 나온다.
의협의 마지노선인 351명을 지방 의대에 배분하는 것이 갈등의 소지가 가장 적지만 윤 대통령의 잃어버린 자존심을 되살리기 위해 조규홍 장관에게 지시한 1000명에 가까운 수준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의대 정원을 현재 고등학교 2학년생이 대학 입시를 치르는 2025년도부터 적용하기 위해선 연말까지는 규모를 확정해야 한다.
정부는 발표 일정을 연기하면서 정원 확대를 위한 명분을 쌓는다는 포석이지만, 대한의사협회의 마지노선이 명확한 만큼 '의대 정원 대폭 확충'을 구상해 온 윤 대통령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정부가 예정대로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한다면 이는 명백한 9·4 의정 합의 위반이며, 2020년 파업 때보다 더 큰 불행한 사태가 나올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