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모델 빼고는 다 할 수 있는 나이야" 

시니어 모델 교육 인기 전국으로 확산 자세 교정 통해 신체적·심리적 자신감

2023-10-21     김민 인턴기자
당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시니어 모델들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유아 모델 빼고는 다 할 수 있는 나이야." 

SNS에서 돌아다니는 말이다. 주로 젊은 사람들이 도전하기를 망설일 때 ‘아직 젊다’는 의미로 위로해 주기 위해 쓰는 말이다. 최근 노년층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시니어 모델' 교육에도 해당한다.  

울산시니어모델협회는 지난 11일 카페 아주로 마레(Azzurro Mare)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충청도민일보는 '2023 대한민국한복문화시니어대회'를 열었다. 9월 26일 안양시 롯데백화점 평촌점에서는 '2023 안양시 시니어 모델 아카데미 수료식'을 열기도 했다.

비영리단체이자 사회적 협동조합인 시니어모델협회 김조회 대표는 시니어 모델 교육을 받은 수강생들은 몸에서부터 변화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시니어 모델 교육을 받으면 일단은 기본자세가 잘못된 자세에서 바른 자세로 교정이 많이 됩니다. 이것도 어떤 취미 활동이니까 문화생활도 되고요. 또 정신적으로도 도움이 돼요. 아무래도 노인 분들은 육체적인 활동이 젊은 사람들보다 더 둔하고 운동량이 많지 않은데 이 활동을 통해 새로운 제2의 인생을 즐길 수 있게 되는 거죠.

예를 들자면 교육을 받은 후에는 오래 걸어도 피곤하지 않다는 분들이 많아요. 코어가 좀 삐뚤어진 상태에서 계속 걷다 보니까 허리에 심한 통증이 생기곤 했는데 자세 교정을 통해서 이 고통이 많이 완화된 거죠. (교육을 받으신 분들이) 이제 장거리를 가게 돼도 통증에 대한 느낌이 전혀 없다고 해요."

시니어 모델 교육의 긍정적인 효과는 단순히 신체적인 변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 교육을 통해서 패션쇼나 이런 데를 갈 수 있잖아요? 이제 젊은 사람들처럼 많이 나갈 수는 없어도 그런 행사에 나가게 되면 교육받은 거에 대한 동기부여가 됐다고 할 수 있죠. 대중들한테 모델 활동 하는 걸 보여줌으로써 자기 내면에 있던 것도 보여줄 수 있고요."

2019년 9월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컬쳐파크에서 열린 '시니어 패셔니스타 콘테스트'에 참여한 시니어 모델들. /연합뉴스

동덕여자대학교 패션전문대학원의 안시현 외 2인의 논문 '시니어 모델 교육 프로그램 경험자와 비 경험자의 참여에 따른 라이프스타일, 신체 만족도, 신체 자기 효능감, 자아 존중감, 패션 연출 자신감의 특성 비교'에 따르면 시니어 모델 교육은 노인의 '자기 효능감'에도 도움이 된다. 

연구자들은 "노인은 나이가 들수록 행복하기 위해 경제적 요인보다 자기 효능감이 매우 강하게 있어야 하며 연령이 증가할수록 행복을 결정하는 부분에 있어 자기 효능감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논문 저자인 열린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안시현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시니어 모델 교육은 아직 건강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신체 효능감, 남들은 하지 못하는 시니어 모델 수업을 받는다는 체형 자신감, 또래에 비해 스타일리쉬하다는 우월감, 걷기운동을 통해 바른 체형을 교정하여 아름다워졌다는 체형 자신감 등을 준다"고 강조했다. 

현재 시니어 모델을 하는 이은하 씨는 "시니어 모델이라고 하면 50대까지는 영시니어, 50대 중반부터 70대까지는 그냥 시니어라고 한다"며 "그 나이가 되면 자신의 생활을 찾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아지는데 그런 분들에게 추천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릎이 안 좋거나 척추가 휜 분들이 모델 활동을 통해 교정되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아무래도 똑바로 서고 호흡이랑 같이하니까 보디 밸런스도 좋아지고 성격도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나이 드신 분들은 아이들이 크고 난 뒤 집안일에 매달리다 자존감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모델 일을 하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니어 모델이 주목받음에 따라 시니어 모델 지망생들에게 워킹 등을 가르치는 교육기관 역시 늘고 있다. 각종 사설 교육기관이 생기기 시작했다. 울산에서는 '울산시니어모델협회'라는 단체가 각종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인천에서도 '인천시니어모델협회'가 인천시사회서비스원 고령사회대응센터와 연계하여 시니어 모델 제2 경력개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한양대학교에서는 '영시니어 모델 과정'이란 이름으로 시니어 모델을 교육하고 있다.

시니어 모델 교육은 주로 자세 교육 및 의상 콘셉트 및 무대 연출에 따른 워킹 교육을 하고 있다. 안 교수에 의하면 패션 자신감을 기르기 위한 다양한 패션 스타일링 기법 및 코디네이션 기법 역시 배운다. 

김조회 대표는 시니어모델협회의 교육에 대해 "워킹도 있고 턴도 있고 그런 것들을 주로 초급 중급 고급 3개월씩 해서 9개월 동안 그렇게 수업을 받는다"며 "수료 후에는 심화 과정으로 본인이 원하면 갈 수 있는데 정해진 기간은 없고 관련 행사에 나가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시니어 모델 교육 업체의 증가가 긍정적인 영향만을 준 건 아니다. 시니어모델협회 김 대표는 "일부 사설 업체는 쇼를 나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서 무대에 나가는 참가비나 의상 비용을 따로 직접 받기도 한다"며 "수강생을 돈벌이 대상으로 여기는 업체는 소비자가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