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 칼럼] 하마스가 띄운 검은 백조, 세 번째 오일쇼크 위기

[김성재의 국제금융 인사이트] 대선 앞둔 바이든 외교 성과 위기 유가 안정 꿈꿨지만 ‘이·팔 전쟁’ 가자 지상 공격 땐 아랍권 결집 美 유대계 블링컨 외교 장관 수습

2023-10-16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지난주 토요일인 10월 7일 이스라엘 서안 인구 230만 명의 가자지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군사 조직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급습했다. 1300명에 달하는 이스라엘인이 목숨을 잃었다. 사진은 팔레스타인 하마스 지지자 /AP=연합뉴스

지난주 토요일인 10월 7일 이스라엘 서안 인구 230만 명의 가자지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군사 조직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급습했다. 이스라엘 영토로 5000발의 로켓을 퍼붓고 1500명의 무장병력이 다방면의 군사작전을 전개한 대규모 전투였다.

이 공격으로 1300명에 달하는 이스라엘인이 목숨을 잃었다. 또한, 하마스 병력은 군인과 민간인,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살인과 방화를 자행하면서 150명의 민간인을 납치해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공격 과정에서 미국인도 27명이 사망했고 수십 명이 납치됐다.

이스라엘은 즉각적으로 전쟁을 선언했다. 하마스의 공격을 태평양전쟁의 시발점이 됐던 일본의 진주만 공습과 2001년 9∙11 테러에 비유하면서 하마스가 활동하는 모든 지역을 타깃으로 해 공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직후부터 이스라엘은 600발의 포탄을 가자지구에 투하했다.

가자지구도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1200명 안팎의 인명 손실이 발생했다. 보다 심각한 것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제공하던 전기와 연료 공급을 끊고 인도적 물자의 제공도 중단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행위에 대한 비난이 점증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입장은 강경하다.

하마스가 붙잡고 있는 인질이 석방되기 전에는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과 물자 봉쇄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중동 지역의 상황이 수십 년 만에 다시 급박하게 전개되자 세계 주요국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미국의 입장은 처음부터 분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 하마스를 돕는 모든 행위에 대하여 엄격한 경고를 날렸다. 영국과 독일도 미국과 유사한 입장이다. 그런데 바이든의 일방적 이스라엘 편들기가 중동지역 맹주들의 지지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과의 관계 개선에 성공하면 국제 유가 안정에 도움이 된다.  바이든의 이 모든 노력이 하마스의 공격으로 일순간 수포로 돌아갈 지경에 처했다. 이스라엘 군사 지원 방안 언급하는 바이든 /로이터=연합뉴스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은 외교적 성과가 절실했다. 지난 3월 오랜 기간 앙숙 관계였던 수니파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의 맹주 이란이 중국의 중개로 2016년 이래 단절해 왔던 외교관계를 재개했다. 이 깜짝 이벤트로 미국은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에 치명상을 입었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졸속 철수하면서 조롱거리가 됐던 터라 바이든은 초조했다.

바이든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개선 추진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이를 중개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우디의 실권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MBS) 왕세자와의 관계 개선도 노렸다. 이와 동시에 이란과도 교섭을 재개해 이란이 수 년 간 억류하던 미국인 죄수 5명의 석방에 성공했다.

미국이 이란과의 관계 개선에 성공하면 국제 유가 안정에 도움이 된다. 그러면 그간 경제 불안을 야기하며 선거 승리에 걸림돌이 되었던 인플레이션 퇴치에도 유리해진다. 그런데 바이든의 이 모든 노력이 하마스의 공격으로 일순간 수포로 돌아갈 지경에 처했다.

우선 그간 하마스를 음으로 양으로 지지하며 경제적 지원을 제공했던 이란 정부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완전히 물 건너갔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인 죄수 석방의 대가로 계좌 동결 제재를 해제한 한국발 자금 60억 달러가 하마스에 지원됐다는 야당의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개선도 커다란 암초에 부딪혔다.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 발발 후 빈 살만 왕세자는 온갖 촉각을 곤두세워 사태의 진전을 주시해 왔다. 그는 전쟁범죄가 확산하지 않도록 국내외 모든 관계자와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브라임 라이시(Raisi) 이란 대통령과도 직접 통화했다. 장기간 견원지간이던 두 나라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두 사람의 통화 자체가 놀라운 상황의 진전이었다. 빈 살만이 라이시와 통화해 사태를 논의했다는 사실이 암시하는 바는 적지 않다.

우선 이는 원칙적으로 사우디가 이스라엘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과시한 것이다. 사우디 국민의 5%만이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을 지지하는 상황에서 같은 무슬림 형제인 팔레스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중동의 또 다른 맹주인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대통령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는 하마스와 교섭하면서 인질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신장 위구르와 연관된 테러 공격에 시달렸던 중국이나 체첸 테러로 골머리를 앓았던 러시아도 대놓고 하마스를 지지하기는 어렵다. 레바논에 근거를 둔 강경 테러 조직인 헤즈볼라 정도가 공개적으로 하마스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이와 같은 상황 전개를 감안할 때 이번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정확히 50년 전 이스라엘의 안식일인 욤키푸르(Yom Kippur)에 발발했던 제4차 중동전쟁과 같은 충격적인 여파를 미칠 것 같지는 않다. 당시에는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과 서방에 맞서 아랍 진영이 대동단결했다.

아랍연합군을 결성해 서방에 대하여 석유 금수조치를 내리고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발족하면서 국제유가가 4배나 올랐다. 바로 제1차 오일쇼크였다. 석유파동이 세계 경제를 강타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두 자릿수로 치솟았고 경기도 급격하게 침체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1970년대 각국을 괴롭혔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게 전개되고 있는 듯하다. 전쟁 직후 4%가량 뛰었던 국제유가는 오히려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하여 모든 상황이 종결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향후 국제유가와 세계 물가의 키를 쥔 ‘고조(escalation)’라는 단어의 작용 때문이다.

대부분의 주요국이 상황의 악화와 긴장의 고조를 바라지 않고 있지만 교전 당사국인 이스라엘이 이들의 바람대로 움직여 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재집권한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극우 민족주의 성향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적대적 강경정책이 맞물리면서 가자지구에 대한 비인도적 공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전황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국지전이 아니라 서방과 아랍 진영이 맞서는 거대한 국제정치적 게임으로 전개되면 50년 전 욤키푸르의 악몽이 재현될 수도 있다. 사진은 폭격을 맞은 가자지구. /AP=연합뉴스

미국의 일방적 이스라엘 편들기도 이런 네타냐후의 확신을 부채질하고 있다. 막강한 공군력을 보유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쉴 틈 없이 때리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문제는 민간인 사상자가 폭증하면서 비난의 여론이 고조되는 때다. 그 경우에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던 사우디를 비롯한 아랍 각국이 반서방 모드로 쏠릴 수 있다.

만약 전황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국지전이 아니라 서방과 아랍 진영이 맞서는 거대한 국제정치적 게임으로 전개되면 50년 전 욤키푸르의 악몽이 재현될 수도 있다. 물론 문제해결의 키를 쥔 것은 최강대국 미국이다. 과연 유대계 국무장관인 블링컨이 사태 수습의 일선에 나선 미국에 합리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미국의 외교력이 커다란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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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종합금융회사에서 외환딜러 국제투자업무를 7년간 담당했고 예금보험공사에서 6년간 근무했다. 미국에서 유학하여 코넬대에서 응용경제학석사,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경영학박사 (파이낸스)를 취득했다. 2012년부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주 가드너웹대학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퍼먼대학교에서  재무 금융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