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더봄] 나 홀로 귀농귀촌이 늘고 있다···만족도는?

[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 나 홀로 귀농귀촌인 증가 추세 배우자 간 합의하여 따로 생활 서로의 삶의 방식 존중한 결과

2023-10-13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사과 농사를 지으며 귀농 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김상호 씨는 안양에서 정선으로 이주하여 홀로 살고 있다. 오십 대 중반인 그가 혼자 사는 이유는 배우자가 농촌으로 따라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골 생활보다는 도시 생활이 더 편하다는 이유였다. 가끔 한 달에 한 번 정도 평창과 안양으로 오가며 만난다. 그래도 둘 사이는 큰 문제는 없다. 오히려 만날 때마다 반갑게 맞이하고 시간을 보낸다.

영월에서 펜션을 하는 박찬진 씨도 홀로 귀농 생활을 하고 있다. 펜션업을 하기 때문에 일주일이 후딱 지나가는 그에게 바쁜 주말에 와서 일손을 도와주는 아내가 무척 고맙다고 한다. 아내는 수원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이미 수십 년의 경력을 쌓아 놓고 직장에서는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기에 영월로 함께 귀농하여 생활할 상황이 아니라고 한다. 

10년 전만 해도 귀농귀촌인들을 만나면 가족 상황을 물어보곤 했는데 지금은 굳이 가족 현황이나 배우자 근황을 물어보지 않는다. 홀로 사는 경우가 매우 많고 홀로 사는 이유가 부정적이지 않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글의 특정 내용과 관련이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제주로 귀촌한 정금순 씨도 혼자 생활하고 있다. 오랫동안 도시에서 병원 행정직을 하다가 은퇴를 결심하고 제주로 간 것이다. 다른 이들처럼 한달살이를 해 보다가 제주 생활이 체질에 맞는다고 생각하여 집을 연세로 계약하여 머물고 있다.

물론 배우자는 아직도 도시에서 일을 하고 있다. 자녀들도 직장을 다니고 있기에 홀로 귀촌 생활을 하고 있다. 이번 추석에는 정씨가 가족들이 있는 서울로 왔다. 추석 연휴가 길어서 제주가 너무 북적이고 비행기 표를 구하기가 만만치 않아서 혼자 귀경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 것이다. 긴 연휴를 잘 보내고 한글날 저녁에 제주로 향하였다고 한다. 

가족이 있음에도 홀로 귀농귀촌 생활을 하는 이가 생각보다 많다. 전국적으로 1인 가구가 늘어서 2022년 기준으로 1인 가구 수는 750만2350가구이고 1인 가구 비율이 34.5%를 차지한다고 하는데 이는 도시만의 통계가 아니라 귀농귀촌에서도 해당이 된다. 

10년 전만 해도 귀농귀촌인들을 만나면 가족 상황을 물어보곤 했는데 지금은 굳이 가족 현황이나 배우자 근황을 물어보지 않는다. 홀로 사는 경우가 매우 많고 홀로 사는 이유가 부정적이지 않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세 명은 배우자가 농촌 생활을 원치 않거나 직업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홀로 귀농귀촌 생활을 하고 있다. 그들과 이야기해 보면 부부 관계는 전혀 이상이 없다고 한다. 서로의 결정을 존중하여 떨어져 살고 있을 뿐 관계의 변화는 없단다. 전보다 더 사이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부부 중 한 명은 도시 생활, 한 명은 농촌 생활을 하는 사례가 꽤 많다. 나 홀로 귀농생활이 서로의 생각을 존중한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고 시니어층에서 더 많이 발견되고 있다. 

귀농귀촌 상담 가이드에는 반드시 가족과 상의를 하고 함께 가는 것이 좋다고 나와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막무가내로 혼자 시골 생활을 하겠다고 정하고 가버리는 사람도 있다. 

함께 상의하고 각자의 거처와 일자리를 정한다면 매우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일이다. 아내와 남편 모두 사회에서 각자 역할이 있음을 존중하고,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것을 관계의 종식이 아니라 긍정적인 변화로 인식하는 것이니 민주적이고 평등한, 그리고 쿨한 가정이 많아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의외인 것은 나 홀로 귀농생활이 만족도가 높다는 사실이다. 함께 있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자유로워 좋고, 가끔 만나게 되면 반가움이 더 커져서 사이가 더 좋아졌다고 한다. 

나홀로 귀농귀촌 생활을 하는 이들 여럿을 만나 혼자 사는 농촌 생활의 장점을 꼽으라고 했더니, 역시 자유로운 생활을 일 순위로 꼽는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해 보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생활하는 것이 무척 즐겁다는 것이다. 사진은 글의 특정 내용과 관련이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나 홀로 귀농귀촌 생활을 하는 이들 여럿을 만나 혼자 사는 농촌 생활의 장점을 꼽으라고 했더니, 역시 자유로운 생활을 일 순위로 꼽는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해 보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생활하는 것이 무척 즐겁다고 한다. 그렇다고 예전에 배우자와 함께했던 생활이 나빴던 것은 아니란다. 함께했던 시간이 좋은 만큼 나이가 들어서 새로운 삶을 시도하는 것을 배우자가 허락을 해주어 기쁘다는 응답이 있었다. 쿨한 사람들이 많다.

잠시 홀로 여행을 갔을 때의 해방감과는 다른 느낌이다. 혼자 스스로 일어서서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느낌이라는 표현도 있었다. 어릴 때 자전거를 배울 때 서서히 균형을 잡는 느낌이랄까. 우리는 성인이 되어서도 혼자 결정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야만 움직이고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지내지 않았는가. 귀농귀촌을 선택한 사람들은 매우 독립적이고 자존감이 높은 경향이 있다.  

귀농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가족에게 전했을 때 반응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처음부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은 많지 않다. 대부분은 굳이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살이를 하려는지 궁금해한다. 이해를 못 해줘서 다투기도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남편이 아내에게 함께 귀농하자고 했을 때 아내가 순순히 응해주는 경우는 매우 적은 반면, 아내가 귀농하자고 했을 때는 거의 대부분이 바로 수락한다. 아내를 따라 귀농했다는 남편들에게 당시 왜 그렇게 순순히 쫓아 왔냐고 물어보니, 무언가 살아남아야 한다는 본능이 작동되었다고 한다. 그 본능은 나도 잘 안다.

어떤 귀농인은 한 달에 한 번 아내가 농촌으로 올 때 몹시 긴장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내가 오면 먼저 집안을 한번 훑고 청소 상태와 빨래 상황을 지적하기 때문이다. 잔소리가 마구 쏟아진단다. 그런데 그게 너무 반가워서 웃으면서 잘못했다고 하며 함께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빨래를 한단다. 혼자 사는 남편이 걱정되어 하는 잔소리인 줄 알기에 너무나 듣기 좋단다. 

그래도 한 가지 빨래 잔소리만큼은 시정을 했단다. 세탁기 옆에 빨래가 많은 것은, 농사일하다 땀이 무척 나서 하루에도 옷을 몇 번을 갈아입는 상황이라 빨랫감이 많이 생기는 것이지 게을러서 빨래를 모아 놓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줬단다. 그 이야기를 듣더니 아내가 눈시울이 붉어졌단다.

혼자 하는 농촌 생활이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인 부분이 많더라도 조심해야 할 것은 있다. 혼자 사는 남성이 괜히 마을에 혼자 사는 여성에게 말을 나누고 있으면 금세 마을에 소문이 돈다. 좋은 소문은 아니다. 그 여성이 마을 사무장이라 공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아직 농촌 마을은 싱글 귀농인의 해방감을 이해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