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빈살만···’ 韓 물가 다섯 달 전으로 되돌린 사우디 왕자
9월 물가 3.7%↑ 5개월 내 가장 큰 폭 고유가 영향 기저효과 잃고 낙폭 둔화 산유국 감산에 亞 휘발유 올해 최고치 고금리 장기화 유가 오름세 진정 전망
잊을 만하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감산이 세계 물가를 뒤흔든다. 지난달 한국 물가는 지난 4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석유 가격 상승 탓이다. 9월 중순 세계 3대 유가는 일제히 배럴당 90달러를 넘겼고 아시아 휘발유 가격은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불확실성이 큰 석윳값은 향후 한국 물가를 좌우할 전망이다. 사우디 실세 빈살만 왕자의 손에 달린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2020년=100)로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3.7% 올랐다. 이는 지난 4월 물가(3.7%) 수준으로 5개월 만에 가장 높다.
한국 물가는 작년 7월 6.3%까지 올랐다가 올해 7월 2.3%까지 내려왔다. 석유 가격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다. (관련 기사 : [경제 0면] 살림살이 팍팍해도 성장률 전망은 2%···‘극심했던 무역 적자 덕')
그러나 올해 사우디아라비아의 계속된 감산 연장과 더불어 결국 러시아까지 합세한 연말까지 감산으로 물가는 8월부터 급격하게 상승 전환(7월 2.3→3.4%)했다. 물가 상승세는 8월에 이어 9월(3.4→3.7%)까지 이어졌다. 세계 3대 유가인 브렌트유와 두바이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각각 94.78달러, 93.56달러, 91.70달러로 지난달 18일 열 달 만에 나란히 90달러대를 기록했다. (관련 기사 : [포커스] 국제유가 열 달 만에 90달러대···배회하는 '오일 쇼크' 유령)
이는 아시아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아시아 휘발윳값은 9월 중반 리터당 105.8달러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9월 26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790원을 넘어섰고 이때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873원으로 이미 1800원대를 훌쩍 넘었다.
이러한 국제유가 급등에 석유류 가격 낙폭은 작아졌다. 기저효과가 상쇄된 셈이다. 이에 따라 석유류 물가는 1년 전보다는 내린 4.9%를 기록하며 8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긴 했다. 그러나 하락률은 지난 7월(-25.9%), 8월(-11.0%)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전체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도 7월(-1.49%포인트), 8월(-0.57%포인트), 9월(-0.25%포인트) 연이어 작아졌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석유류 가격의 하락 폭이 둔화했다"며 "국제유가에 따라 앞으로 (물가 흐름이)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휘발유 가격에 달린 한국 물가
고금리 장기화 유가 진정 요소
제어 장치 없는 상승세에 세계 유가는 한때 배럴당 100달러 전망까지 나왔지만 상승세는 꺾였다. 지난 5일 기준 WTI 선물은 82.31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브렌트유는 84.07달러, 두바이유는 85.51달러에 종가를 기록했다. 10월 들어 급격하게 원유 선물 가격이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10월 초 차익매물 등으로 90달러 선을 하회했다”고 설명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유가에 대해 100달러 전망을 여전히 내놨다. 다만 시점은 내년 이후다. 올해의 경우 공급 부족은 물론 글로벌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로 유가 상승세를 제한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우디가 감산을 지속하는 반면 중국 원유 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과거부터 침체 해일을 몰고 다닌 고금리 장기화가 원유 가격을 막아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국제원자재시장 동향’ 보고서에서 “연말까지 글로벌 원유 공급부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국제유가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라면서도 “다만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차익매물 출회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주요국의 고금리 장기화 예상에 따라 국제유가 오름세는 점차 진정될 전망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이슈가 국제유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상황이므로 향후에는 미국을 포함한 여타 산유국들의 증산 및 수요 둔화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