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공시하는 노조의 조합원, 올해부터 조합비 세액 공제

상급노조 반대 시 산하 조직 혜택 없어 연좌제라고 반발, 거부하는 양대 노총 정치자금 드러날 우려···내년 총선 변수

2023-10-05     이상헌 기자
지난 4월 21일 금속노동조합 관계자들이 고용노동부의 회계 처리 관련 현장 조사를 앞두고 규탄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양대 노총이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산하 노조 조합원들이 올해부터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5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부 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운영 회계 공시시스템 개통을 보고하는 브리핑을 열고 "조합원과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고 민주성과 자주성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장차 합리적인 노사관계의 장을 여는 데 획기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지난 1일부터 노동행정종합정보망인 노동포털 내에 마련된 노동조합 회계 공시 시스템에 공시를 희망하는 노동조합이나 산하 조직은 내달 30일까지 2022년도 결산 결과를 등록할 수 있다. 이 장관은 "조합원이 클릭 몇 번으로 노동조합의 재정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돼 알권리가 보장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노동조합이나 산하 조직과 상급단체가 모두 결산 결과를 공시하면 조합원이 납부한 조합비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이 부여된다. 다만 소규모 노동조합의 행정 부담을 고려해 조합원 수 1000인 미만의 단위노동조합이나 산하 조직은 공시하지 않아도 상급단체가 결산 결과를 공시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다.

이 장관은 그러면서 "단위노동조합이 아무리 이 제도의 취지에 공감해 회계를 공시해도 총연합단체가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결국 조합원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며 양대 노총의 협조를 당부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지난 4월 21일 고용노동부 직원들의 사무실 진입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동조합이 이번 시스템에 첫 번째로 회계를 공시한 노조가 됐다. 지난해 6월 10일 결성된 열린노조는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에 속해 있지 않아 의사 결정이 자유로웠다. 반면 양대 노총은 산하 조직과 연계된 제도 도입이 연좌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과 맞물려 회계 공시 시스템상에 입출금이 등록되면 노조에서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간 정치자금 추적이 가능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동안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에 공천 지분 등을 행사해 온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정치적 영향력 행사에 제한적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국노총 출신 김성태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의장은 지난 8월 한국경영자총협회 포럼에서 "메이저 노조는 노동자들이 낸 조합비를 국회에 진출한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내는 등 정치세력화를 위해 쓰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국민의힘 소속 박대수·임이자·김형동 의원이 한국노총 출신이다.

한편 고용부는 지난달 15~26일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이 적용되는 상급단체와 산하 조직 673곳을 대상으로 8차례에 걸쳐 사전 교육을 실시했는데, 84곳(12.5%)만 교육에 참여했다. 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 상급단체와 산하 조직 673곳 중 한국노총 가맹 노조와 산하조직은 303곳, 민주노총 가맹 노조와 산하 조직은 249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