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녕 더봄] 화난 리더의 메시지, 직원들 반응은

[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 감정 아닌 핵심 남기는 연마 과정 필요 쪼개서 떼어내고 다듬는 과정 거쳐야

2023-10-03     최인녕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회의에서 팀장은 상황과 환경을 탓하며 비난과 원망을 쏟아냈다. 팀원들에게는 팀장이 '화가 났다'는 메시지만 남았다. /게티이미지뱅크

“이게 말이나 됩니까?”

사장은 전월 저조한 성과 리포트를 본 후 기분이 상해서 팀장들에게 한 마디씩 던졌다.

“A 팀장, 고객사 컴플레인이 왜 이렇게 늘었습니까? 고객 관리를 이따위로 할 겁니까?”
“B 팀장, 시즌이 코앞인데 신규 서비스 런칭이 또 딜레이라는 건가요? 이런 식으로 할 거면 프로젝트 다 접어요.”

분위기 최악의 회의가 끝난 후, 팀장들은 팀원들을 불러 모았다. 일에 완벽함을 추구하는 A 팀장은 성과가 부진해서 속상했는데, 사장에게 지적당하는 상황에 몹시 화가 났다.

A 팀장은 사장이 말한 내용과 사장의 감정 상태를 그대로 팀원들에게 전달했다. 사장이 자신에게 짜증을 낸 것 이상으로 분노에 찬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며, 팀 내 중간 관리자들을 문책했다. A 팀장은 팀원들 앞에서 협력사, 고객사, 실수가 잦았던 팀원들을 소환하여 언급하며 상황과 환경을 탓하며 비난과 원망 섞인 말들을 장황하게 쏟아냈다.

B 팀장은 팀원과의 미팅 전, 잠시 혼자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사장과의 회의에서 언급된 내용들과 팀원들에게 전달할 내용을 간추렸다. 개선을 위한 현실적 방안과 이를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 등 사장의 메시지 외에 리더로서 추가할 내용 등을 정리했다.

사실 B 팀장도 너무 화가 나서 신규 서비스 런칭을 진행하는 직원들을 야단치며 비난과 원망을 퍼붓고 싶었다. 하지만 팀의 리더로서 성과에 대한 책임자로서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애썼고 정리한 내용 위주로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를 간결하게 마치며 담당자들과 단계별 점검을 위한 다음 일정을 정했다.

 

A 팀장과 B 팀장의 사례에서 이상적 리더상을 꼽으라면, 대부분 B 팀장을 선택할 것이다. 리더들을 대상으로 ‘본인은 어떤 리더에 더 가까운가?’ 묻는다면, 평소 본인은 B 팀장에 가깝지만 인간인지라 A 팀장과 비슷한 면도 있을 수 있다고 답할 것이다.

한편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당신의 리더는 어떤 리더에 가까운가?’라고 묻는다면, B 팀장의 모습일 때도 있지만, A 팀장의 모습이 더 많다고 답할 가능성이 높다. 리더가 생각하는 리더로서 자신의 모습이 실제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모습과 다른 경우가 흔하다. 리더 스스로 볼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조직의 구성원들은 다각도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의 블라인드 스팟(Blind Spot, 맹점) 속 약점은 성과를 방해하여 궁극적으로 리더십 역량을 약화시킨다. 특히 리더의 단어 하나 사소한 행동 하나에 부정적인 감정이 개입되면 구성원들은 정작 리더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하는 블라인드 스팟 속 리더의 모습에 크게 실망하고 상처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리더는 항상 직원들이 원하는 가면을 쓰고 일해야 하는 걸까? 화나고 속상할 때도 무조건 리더라는 이유로 참고 좋은 말만 해야 하는 걸까?

먼저, 리더는 덩어리(chunk)를 쪼개어 핵심으로 좁혀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복잡한 환경과 부정적 상황이나 도전적 과제가 뒤엉켜서 하나의 큰 덩어리로 인식될 때 그것을 쪼개고 분리하여 단순하고 간결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마치 찰흙 덩어리를 떼어내기도 하고 깎아내기도 하고 다듬어서 확실하고 쉽게 눈에 보일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처럼 말이다.

위의 사례에서 A 팀장은 사장과 회의에서 있었던 일들과 내용에 자신의 분노를 구구절절이 더 해서 그대로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자신이 받은 큰 덩어리를 그대로 들고 와서 더 크게 만들어 팀원들에게 던져버린 것이다.

이 큰 덩어리를 받은 구성원들에게는 핵심 내용과 해결 과제보다는 ‘팀장이 사장한테 혼나서 화났다’라는 것이 주요 메시지로 남을 것이다. 또한 조직 구성원들은 ‘우리 팀장은 화를 잘 내는 감정적인 리더’라는 평판을 만들어 갈 것이다.

B 팀장은 어떠했는가? 저조한 성과, 지연되는 신규 서비스, 사장의 날카로운 지적과 꾸지람, 리더로서 책임감, 침체된 기분 등이 뒤섞여 있는 커다란 덩어리를 먼저 쪼개는 시간을 가졌다. 감정을 떼어내기도 하고, 실행 목표를 다듬기도 해서 현실적인 개선 방향과 실행 지원이라는 핵심을 주요 내용으로 간결하게 진행했다. 구성원들에게 팀의 목표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의 우선순위가 전달될 것이다. 조직 구성원들에게 B 팀장은 명확한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의 모습으로 비칠 것이다.

리더는 앞에 놓인 덩어리(chunk)를 미래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쪼개고 다듬어서 현재 필요한 핵심으로 좁혀가야 한다(chunk down). 현재 상황에서 불필요한 부분은 떼어내고 조직을 위해 꼭 필요한 내용을 추려서 발전적이고 미래 지향적 메시지를 구성원들에게 전해야 한다.

리더가 지나간 일에 연연해하며 자신의 기분과 부정적 감정을 그대로 실어서 말과 행동으로 표출한다면 리더에게 긍정적이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조직원들은 리더의 기분을 리더의 태도로 인식하여 부정적 이미지와 평판을 형성하게 된다. 또한 감정이 섞인 덩어리가 구성원들에게 그대로 전달되면 구성원들 역시 불쾌한 감정과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느끼며 업무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 리더에게서 시작한 감정이 조직문화를 지배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감정을 배제하고 필요한 부분만 도려내어 일하기는 참 어렵다. 어떤 것을 버리고 어떤 것을 골라내야 하는지 그 기준이 애매한 경우도 다반사다. 이 모든 것이 두루뭉술할 때 덩어리를 쪼개어 성과를 저해하는 요소는 떼어내고 발전할 수 있는 것은 다듬어서 핵심을 만드는 과정을 되풀이한다면 리더로서 역량을 키우며 바람직한 리더의 평판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