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尹정부 한·중 관계 해빙, 북·러 밀착 견제 노림수

한중 정상회담 가시화 신냉전 구도 탈피할 계기 교류 활성화 기대감

2023-09-27     이상무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국제관계에 미묘한 변수가 생길 조짐이다. 북한과 러시아가 우방 관계를 한층 돈독히 하는 사이 한국과 중국은 양국 간 최고위급 연쇄 회담을 계기로 해빙 국면을 맞기 시작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이러한 일련의 정세 변화는 한·미·일과 북·중·러가 대결적으로 연대하는 신냉전 상태를 일정 부분 탈피해 한국이 외교적으로 실리를 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연내 한·일·중 정상회의에 이어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추진하려는 정부의 구상에 청신호가 켜졌다. 최근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을 위해 방중한 한덕수 국무총리와 시 주석이 26분 동안 만나 연내 정상회담 논의를 하면서다. 시 주석은 "한·중은 ‘이사할 수 없는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라고 말했다.

시 주석 방한이 성사될 경우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7월 이후 약 10년 만이 된다. 다만 중국 측은 발표문에서 시 주석의 방한을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과 중국 관계는 그동안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지난 4월 윤 대통령이 로이터 인터뷰에서 "대만 해협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고 하자 중국 측이 즉각 "말참견 말라"고 반발했으며 지난 6월에도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면 반드시 후회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불거졌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일과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관계 개선 여지를 놓지 않았다. 지난 7월 박진 외교부 장관이 왕이 외교부장과 만나는 것을 시작으로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만나 51분 동안 회담해 다시 물꼬가 트였다.

이는 북한 김정은이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4년 만에 회담을 진행하면서 북러가 군수품과 미사일 기술 등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맞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재래식 무기를 대가로 대량살상무기 기술을 지원한다면, 한국을 겨냥한 도발로 보고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미 9월 한 달 동안 60여 개국, 취임 이후 현재까지 총 140차례 양자 회담을 하며 귀국 후 코피까지 흘리는 외교 행보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중추 국가’로의 도약을 위해 책임 외교·가치 외교를 실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중국은 빙벽을 풀었다. 싱하이밍 대사는 26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중화인민공화국 창립 74주년 경축 리셉션’ 축사에서 시 주석과 한 총리의 회담, 윤 대통령과 리창 총리의 회담을 언급하며 “양국 정상의 공통된 전략하에 한·중 관계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했고, 발전 동력에 힘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대외정책 결정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이뤄지는 점이 많단 점이 특징이다. 한중관계 개선은 향후 양국 간 교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과 중국 사이는 최근 틈새가 감지된다. 현재까지 북한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김일국 체육상을 단장으로 한 '올림픽위원회 대표단'만 보낸 상태다. 지난 7월 북한의 소위 '전승절'(정전협정체결일) 행사 때도 북한은 방북한 러시아 대표단보다 중국 대표단을 사실상 '홀대'하고 중국 또한 대표단의 급을 낮추기도 했다.

전문가는 중국이 북한과 러시아에 일정 거리를 두고 한국과 관계 개선 필요성을 인식한 것은 안보적으로도 자국의 국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중국이 한국과 최고위급 소통을 강화하는 전반적인 흐름은 한미일 삼각공조에 대한 일종의 반응이자 한국 끌어당기기로 볼 수 있다"며 "러시아와 북한과의 강력한 밀착을 일정 부분 제어하는 의미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과의 군사협력 쪽에는 같이 발을 담그지 않겠다고 일정 부분 선을 그었다는 차원에서 보면 소위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에 중국이 깊이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또 대한국 관계 개선을 조금 역이용하는 부분도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