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더봄] 생태 농부 정태성 이야기···"부부는 농장의 조물주"

[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 이천시 유일의 생태농장 '비틀즈자연학교' 생태와 환경 배우고 팜크닉도 즐긴다 우리 아이들에겐 더 건강한 환경이 필요해

2023-09-29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농업인들에게 생태적으로 살자고 이야기를 건네 보지만 정작 그렇게 살기는 매우 힘들다. 농법을 생태적으로 하자는 것은 화학농약을 줄이고 유기농을 지향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하여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오염 물질 배출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자연 친화적 농촌 생활을 하는 것인데 모두 다 수긍을 하지만 지엽적인 방법론 측면에서 놓치는 부분들이 많다.

우스갯소리로 귀농귀촌 교육을 가서는 앉아 있는 교육생들에게 여러분들은 모두 유기농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왜냐고? 귀농귀촌한 초보 농사꾼인 여러분이 농약을 치는 방법을 모르니 저절로 유기농이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농약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한 농담이지만 농약은 어설프게라도 사용하게 된다. 

어떤 농민은 저농약을 목표로 농사를 지었다. 그러다 농약 잔류량을 검사하니 꽤 나와서 당혹스러웠다고 한다. 더 당혹스러웠던 것은 그 원인이 옆집 어르신이 농약을 대신 뿌려 주셨기 때문이었다. 농약을 칠 줄 모르는 초짜 농부가 답답해서 알아서 배려하신 거라는데 이웃끼리 뭐라고 할 수도 없어 난감했다고 한다. 생태적으로 농사를 짓는 것은 혼자만의 노력뿐 아니라 주변의 협조도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도 묵묵히 생태적 농업과 생태적 삶을 실천하는 농부들이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그런 농장이 경기도 이천에 있다. 비틀즈자연학교라는 농장이다. 

이천시 비틀즈자연학교는 생태농업을 실천하며 시민들에게 휴식장소를 제공하는 농장이다. /사진=김성주

경기도 이천시는 도농복합 지역이다. 지역의 명물은 이천쌀 그리고 반도체이다. 예전에는 맥주 공장이 유명해서 수학여행 코스이기도 하였다. 이천 시내에는 반도체 공장을 중심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즐비하다. 그곳에서 발길을 돌려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명품 이천쌀을 품은 논들이 즐비하다. 

비틀즈자연학교는 생태농업을 실천하는 농장이다. 논과 밭의 작물들을 생태 농법으로 짓는다. 그리고 사람들이 생태농업을 견학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공간과 동선을 조성하였다. 사람들이 소풍을 즐길 수 있는 녹지와 카페를 갖추었다. 이천시 사람들은 비틀즈자연학교로 쉬러 온다. 가족끼리 소풍을 즐기러 농장을 온다. 

정태성 대표가 농장의 연못에서 농산물과 수서생물의 공생에 관한 교육을 하고 있다. /사진=정태성

지난여름 나는 비틀즈자연학교의 카페에 앉아 커피를 홀짝거리며 마시고 있었다. 점심이 지나자 몇몇 가족들이 들어 왔다. 농장의 회원이란다. 회원들은 연간회비를 내면 농장에서 제공하는 생태 체험과 농촌 체험을 받을 수 있다. 회원이 아니어도 들어와 노는 것에 제약이 없다. 

모두 자연스럽게 마당에 자리를 펴고 앉는다. 아이들끼리는 서로 친한지 만나자마자 서로 손잡고 뛰어다닌다. 주섬주섬 간식거리를 가져온 부모들은 느긋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족들은 농장에서 주는 장화를 신고 논으로 들어갔다. 논과 연못에는 잠자리 유충을 비롯한 물방개, 송사리, 우렁이, 물자라, 게아재비, 장구애비 등 무수한 수서생물들이 서식한다. 농약을 치지 않으니 마음 놓고 산다. 아이들은 그것들을 잡고 관찰하고 놓아준다. 텃밭에 자라나는 많은 채소와 블루베리, 방울토마토, 고추, 가지는 수확 철이 되면 얼마든지 딸 수 있다. 벼에 꽃이 피고 상추에도 꽃이 핀다는 것을 이곳에서 배운다.

비틀즈자연학교의 비틀즈는 Beetles이다. 딱정벌레를 뜻한다. 처음부터 곤충들이 행복한 텃밭을 만들려고 노력한 곳이다. 농장주인 정태성, 한혜정 부부는 환경단체에서 인연을 맺었다. 그래서인지 환경과 생태라는 것이 매우 익숙하고 좋은 것임을 알기에 농장을 그렇게 꾸민 것이다. 농장 안에 작은 생태계가 구성되어 살아 돌아가도록 설계했다. 필자는 부부를 조물주라 부른다. 온갖 동식물이 안심하고 살게 만들어 놓았으니 조물주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요즈음 수도권에 캠프닉이라는 캠핑과 피크닉을 결합한 장소가 각광을 받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비틀즈자연학교는 팜크닉을 제공하고 있다. 농장(farm)과 소풍(picnic)이다. 농장이야말로 가장 환경친화적인 소풍 장소이다. 농장 안의 카페에서는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다.

특이한 것은 보통 카페가 아니라 이천시의 경력 단절 여성이 창업 훈련을 하도록 방침을 만들어 놓고 시작한 카페라는 것이다. 공유라는 개념을 농장 안에 얹어 농장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있다. 놀이를 공유하고 경험을 공유하고 학습을 공유한다. 게다가 6차산업 인증까지 받았으니 사회와 소통하는 농장으로서 무한한 발전과 진화를 할 것으로 보인다. 

비틀즈자연학교(농업회사법인 자연과디자인)의 귀농귀촌 교육 과정 /제공=정태성

작년부터 비틀즈자연학교는 귀농귀촌 교실을 열고 있다. 경기도귀농귀촌지원센터에서 주관하는 ‘성공귀촌설계 아카데미’를 유치하여 농장에서 직접 교육생을 모집하여 교육을 진행한다. 

주제를 ‘소규모 귀농 정착기’로 정하고 내용은 생태적 농촌 생활을 다루어 8차 수를 9월 12일부터 10월 13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농촌과 생태에 정통한 쟁쟁한 전문가들을 정태성 대표의 인맥으로 모두 끌어모았다. 생태학자, 생태 동화 작가, 반려동물 전문가, 도시농업 전문가, 과학 저술가, 농촌관광 전문가 등이 모여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는데 교육생들의 반응이 너무 좋다. 서울과 경기도에서 모여든 수십명의 예비 귀농귀촌인들이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어린이가 행복한 비틀즈자연학교 /사진=정태성

정태성 대표는 농작물을 재배하고 판매하는 일반적인 농업 형태보다 지금의 생태 농업과 농촌 관광업이 훨씬 어렵다고 토로한다. 그래도 이렇게 도시 근교에서 생태 농장을 운영하는 이유는 우리 아이들이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올해 추석은 생태가 살아 있는 농장으로 소풍을 가는 것을 추천한다. 이천을 지나갈 일이 있다면 비틀즈자연학교(농업회사법인 자연과디자인)에 가면 추석 연휴에 좋은 느낌표 하나와 행복한 쉼표를 하나 찍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