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도와주네 빈살만···’ 국제유가 고공행진에 경상 적자 우려 수면 위
브렌트유 95달러 멀어져가는 ‘상저하고’ 3%대로 올라선 물가 금리 인상 가능성 불황형 흑자마저 놓칠라 경기 전반 부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연장 결정에 국제 유가가 제동 없이 상승하고 있다. 세계 3대 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넘어 이제는 100달러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가 상승에 한국 경제는 좌불안석이다. 금융당국의 ‘상저하고’ (상반기 둔화, 하반기 회복) 전망이 공수표로 끝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입 금액 증가로 ‘불황형 경상 흑자’마저 놓칠 위기다.
2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브렌트유의 가격이 배럴당 94.34달러(19일 기준)를 기록했다. 이날 브렌트유는 장중 95달러를 넘어서며 작년 11월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3대 국제유가 중 하나인 두바이유도 배럴당 95.15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작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배럴당 123.7달러(2022년 3월 8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 기준)까지 치솟았다. 미국의 대규모 전략비축유(SPR) 방출(수요↓‧공급↑)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선 밑에 안착하기도 했지만 본격적으로 유가가 하락세에 진입한 것은 연방준비제도(Fed)가 작년 6월 28년 만에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이후부터다. 세 번째 0.75%포인트 인상이 있던 10월 말에서야 유가는 80달러 아래를 밑돌았다.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고강도 긴축으로 경기 둔화 국면에 들었다. 국제유가는 올 초 배럴당 70달러대로 떨어지기도 했는데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OPEC+(플러스)의 감산 연장 결정으로 돌변했다. 지난해부터 OPEC+의 감산을 주도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5일 하루 10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러시아는 하루 3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연말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 결정 이후 국제유가는 고공행진 중이고 배럴당 100달러 전망을 불러왔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전 세계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미국은 물론 한국도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모두 상승 전환했다. 한국의 8월 소비자물가는 전달(2.3%) 대비 0.5%포인트나 상승한 3.4%로 집계됐다. 한 달 만에 3%대로 올라섰다. 이날 발표된 생산자물가 상승률도 전달 대비 0.9% 상승하며 1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관련 기사 : [경제 0면] 잠잠하던 인플레 빼꼼···석유·농산물價 압력에 물가 전쟁 ‘경보’)
물가 상승세에 한국은행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도 불가피한 것으로 전망된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최근 한두 달 유가 상승 흐름만을 가지고 물가 안정 흐름 전체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상승세가 길어지면 경기 전반에 파급력이 향상되면서 물가가 다시 불안정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2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는 금리 인상만큼 국민에게 고통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유가 상승은 한국이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는 경상수지 흑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7월 경상수지는 35억8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석 달 연속 흑자이지만 이는 수출 감소 폭보다 더 크게 감소한 수입 감소 폭에 기인한 ‘불황형 흑자’로 지적되기도 한다. 즉 이 기간 유가 하락에 지출액이 감소하면서 흑자를 낸 것이다. 실제 수출은 11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이 같은 무역 악재로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전환된다면 정부가 지금까지 공언하고 있는 상저하고 전망도 힘을 잃게 된다. 금융당국은 이달 초까지 상저하고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러나 이는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측이 원유 감산 연장을 공개하기 직전이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공식 석상에서 "늦어도 10월경부터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서기 시작하는 등 대외가 주력이 되는 경기회복세가 가시화될 것"이라면서 "특히 주력인 반도체는 9월 이후부터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