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 칼럼] 미국 주택시장에 등 떠밀려 나온 에어비앤비 매물
[김성재의 국제금융 인사이트] 월세 몰리며 매물 부족→집값 폭등 초단기 에어비앤비로 거래 성행 정부 “30일 이상 렌트해야 허가” 공급 과잉 전환 땐 집값 폭락
최근 미국 부동산 시장에는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금리가 매우 높은 상태지만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긍정적 견해가 다수를 이루고 있다. 그런 가운데 7월에는 신규주택 착공 수가 전년 대비 10% 가까이 급증했다.
미국 주택시장의 이와 같은 긍정적 기류의 바탕에는 ‘공급 부족론’이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미국의 주택 보유율은 66%에 지나지 않는다. 주택 보유율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69%에 비하여 여전히 매우 낮은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집값이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여 50% 이상 급등했지만 기존 주택 보유자들은 집을 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과거 3~4%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로 돈을 빌려 집을 샀는데 지금 매매차익을 보기 위해 집을 팔고 새집을 사면 7~8%의 모기지론 금리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이 매물 부족에 시달리면서 금리 인상과 더불어 작년 6월 308포인트 고점으로부터 금년 초 293포인트까지 5% 하락했던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도 급반등했다. 최근에는 어느덧 전고점에 거의 다가서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주택가격이 새로운 강세장에 접어들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주택 공급 부족 사태
팬데믹 월세 수요↑ 기관·업체·개인 공급↑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의 밝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택시장의 앞날이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 데는 실질적 이유가 있다. 최근의 주택시장 공급 부족이 주택 수의 부족이라는 자연적 원인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조장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우선 팬데믹 기간 월세(rent) 수요가 급증하자 기관투자자들이 거액을 투자해 대도시 주택을 입도선매했다. 그러고는 이 주택에 세를 놓았다. 월세로 받은 돈으로 모기지 원리금을 내고도 돈이 남았다. 몇 년만 지나면 집이 그저 생기는 것과 같았다. 렌트한 집을 관리해 주는 전문업체까지 등장하면서 투자가 더욱 용이해졌다.
이렇게 너도나도 월세 시장에 뛰어들면서 매물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했고 주택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집값이 오르자 기존 소득으로는 집을 살 수 없게 된 가구 수도 늘어났다. 이들이 집을 렌트하면서 월세도 나날이 상승했다. 그러면 기관투자자들은 더 많은 주택을 사들였다. 주택 매물 부족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집을 사서 세를 놓아 수익을 창출한 것은 기관투자자만이 아니었다. 개인들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하여 펀드를 조성해 투자에 나섰다. 심지어 이들은 1년이나 6개월 기한을 정해 세를 주는 것이 아니라 2~3일 또는 수 주일 집을 빌려주는 단기 렌트에 나서기도 했다. 바로 에어비앤비(Airbnb)나 브보(BRVO)와 같은 전문 사이트에 집을 올려 숙박을 제공한 것이다.
뉴욕 같은 대도시나 유명 관광지에서는 에어비앤비에 집을 올리면 금방 예약이 성사되었다. 이들은 호텔에 버금가는 숙박비에다 관리 비용까지 얹어 받으면서 짧은 기간에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어떤 투자자는 아파트 몇 채를 렌트해 에어비앤비에 올리는 방법으로 1년에 수십만 달러의 돈을 벌기도 했다.
에어비앤비 통한 단기 임대 매물 인기
주택시장 매물 부족 심화 공동체 불만
이렇게 에어비앤비를 통한 단기 숙박 제공이 돈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자 많은 사람들이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특별한 소득이 없어도 에어비앤비를 통해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이러한 수익모델에 한계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에어비앤비 가맹이 급증하면서 숙박 공급이 단기간에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단기 숙박 수요가 높은 지역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숙박 공급 증가는 공실률 상승과 가격 인하 경쟁을 통해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 기관인 리벤처 컨설팅의 자료에 의하면 애리조나주의 최대도시이자 미국 10대 도시인 피닉스의 에어비앤비 공급은 최근 수년간 100% 넘게 증가했다고 한다.
그 영향으로 피닉스 지역의 에어비앤비를 통한 숙박 제공 수입은 50%나 줄어들었다. 또한, 테네시의 내슈빌이나 노스캐롤라이나의 애쉬빌과 같이 관광객이 즐겨 찾는 도시의 에어비앤비 가맹업체 수입도 40% 안팎 감소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렇게 에어비앤비 공급이 증가하면서 주택시장의 매물 부족이 심화했다는 사실이다. 주택가격이 올라 매물로 나와야 할 집이 단기 숙박 제공이라는 대안을 찾아 숨어버렸기 때문이다. 리벤처에 따르면 최근 에어비앤비와 브보가 제공하는 숙박이 96만 건에 이른 반면 주택 매물은 58만 건에 불과했다.
이렇게 주택 매물을 찾기가 어렵게 되자 지역 공동체의 불만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관광객에게 제공된 집에서 고성방가와 쓰레기 투기 등이 성행하면서 주민들은 에어비앤비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뉴욕 등 다수 도시 초단기 숙박 렌트 제동
공급 부족 해소 전망···공급 과잉 문제 우려
이에 뉴욕을 비롯한 다수의 도시가 에어비앤비의 단기 숙박 제공 서비스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특히 4만 건이 넘는 에어비앤비 숙박업소가 존재하는 뉴욕시는 매우 단호한 조치를 내려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뉴욕시의 새로운 조례는 숙박업소 렌트 기간이 30일을 넘지 않을 경우 독채 전체를 임대할 수 없게 했다.
또한, 렌트하는 기간에 집주인이 반드시 집에 있어야 하고 집의 모든 공간을 손님과 공유토록 했다. 공간을 공유하는 손님 숫자도 두 명을 넘지 못한다. 무엇보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단기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뉴욕시에서 라이선스를 발급받아야 한다고 못 박았다.
에어비앤비는 뉴욕시의 이 같은 조례가 사실상의 금지 조치라며 강력 반발했다.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최근 패소했다. 설상가상으로 댈러스와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다수의 도시가 에어비앤비 규제에 동참했다. 그런데 규제의 여파가 지속되고 수익성 악화가 심화할 경우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박을 제공한 집주인은 주택을 매도해야 할 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커진다.
각종 관리비와 에어비앤비에 내야 하는 수수료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달콤한 수익에 젖어 있다가 손실을 보면 높은 가격에 집이라도 팔고 보자는 심리가 확산한다. 물론 이렇게 에어비앤비 주택이 매물로 둔갑하면 가뜩이나 수요가 부족한 상태에서 주택시장의 공급 부족은 공급 과잉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진다. 주택시장 전망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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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종합금융회사에서 외환딜러 국제투자업무를 7년간 담당했고 예금보험공사에서 6년간 근무했다. 미국에서 유학하여 코넬대에서 응용경제학석사,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경영학박사 (파이낸스)를 취득했다. 2012년부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주 가드너웹대학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퍼먼대학교에서 재무 금융을 가르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