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이사가 性괴담으로 1000만원 패소···與 가짜뉴스 투쟁의 이중성

가짜뉴스=자유민주주의 敵 강조하지만 정작 극우 음모론 제어 못하는 국민의힘 고민정 소송에 강규형 패소 상징적 사건

2023-09-14     이상헌 기자
강규형 EBS 이사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패소해 1000만원을 물어줘야 할 처지가 됐다. /유튜브 캡쳐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가짜뉴스와의 전쟁의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여권발 허위 정보 확산에는 방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도 좌파뉴스는 곧 거짓 선동이란 프레임 설정에만 치중한 나머지 내부통제에는 실패하는 모습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서보민)는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채널을 운영하는 김세의씨와 강규형 EBS 이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들은 공동으로 원고에게 1000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세의씨가 유튜브로부터 수익 창출 정지를 받기 전인 2021년 12월 가세연 방송에 출연한 강 이사는 2009년 당시 KBS 아나운서였던 고 의원과 남편 조기영 시인이 함께 찍은 사진을 누드 사진이라고 칭했다가 이듬해 6월 고 의원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해당 사진은 서울 종로구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에서 열린 고상우 작가의 '물질이 아닌 사랑이 충만한 세상' 전시회 출품작으로 작가 측은 "옷을 입고 찍은 상태"라고 밝혔지만 조선일보와 일부 극우 매체에선 여전히 "팔과 어깨 등을 노출한 모습"이란 선정적 표현으로 소개되고 있다.

강 이사는 지난 8월 28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취임 후 첫 회의에서 여당 추천 방식으로 교육방송 EBS 이사로 임명됐다. 앞서 오세훈 시장이 보궐선거로 당선된 2021년부터 9월부터 서울시립교향학단의 이사장을 맡아오고 있으며 올해 6월엔 한덕수 국무총리 소속 국가기록관리위원장으로 임명돼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

학계에선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교 인문교양 교수로 활동해온 김 이사의 이번 패소는 여권의 가짜뉴스 투쟁의 이중성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가기록관리위원회는 기록물 관리에 관한 기본 정책의 수립, 기록물관리 표준의 제·개정 및 폐지 등을 주관하는 중책이 부여된 부서로 국가기록원장·대통령기록관장·국회도서관장 등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가하며 위원장은 장관급이다.

기록 및 교육 전문가로서 당연히 출판 및 기록에 엄격성을 보여야 하지만 허위 기재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홍지수 작가가 전체를 번역한 <미국의 봉쇄 전략>(존 루이스 개디스, 비봉출판사)에 감수자로 참여했을 뿐인데 번역자로 이름을 등재해 갈등이 일기도 했다. 비봉출판사가 내놓은 해당 출판물엔 여전히 강 이사가 공동 역자로 기재돼 판매되고 있는데 이는 저작권법 위반 소지가 크다.

차기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가 지난 5일 첫 출근을 하면서 언론노조와 대치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기록 전문가가 출판물 역자 허위기재
尹 투쟁 명분 잃게 하는 강성 보수들

또 여권 안팎에선 차기환 방문진 이사의 5·18 관련 왜곡된 인식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9일 임정환 전 이사의 후임의 보궐이사로 선임된 차 이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인 2009~2015년 방문진 이사를 두 차례 연임하고 2015~2018년 KBS 이사로도 재직했다. 이후 탄핵 정국에서 최근 한동훈 법무장관이 '괴담'이라고 지칭한 변희재씨의 JTBC 태블릿 명예훼손 항소심 형사재판 변호인를 맡아오다 방문진 이사 취임 전 돌연 사퇴해 지난 8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징계 관련 진상 조사에 나섰다.

차 이사는 취재진의 5·18 관련 질문에 대해서도 "가짜뉴스를 이야기하면 MBC 보도부터 할 게 많지"라면서 "북한군 개입설을 퍼뜨린 게 아니고 논의의 장으로 끌고 들어오고 싶어서 하는 얘기다"라면서 지만원씨의 주장에 동조해온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015년 4월 한 토론회에서의 주장을 보면 '칼빈 총상'으로 사망한 한 희생자의 사례를 들어 다수의 사망자가 '계엄군이 아닌 시민군의 총에 의해 사망했다'는 주장을 펼치며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가짜뉴스를 퍼트려온 당사자다. 

일본 '후쿠시마 괴담'에 대응해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가짜뉴스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위협이라고 설파하며 나섰지만 김기현 체제 국민의힘은 극우 음모론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어 명분을 잃게 하고 있다. '뉴스타파 김만배 녹취'를 보도한 봉지욱 기자 등을 겨냥해 "반국가 세력은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지난 2020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린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어 불법적으로 정부를 탈취하려 했다는 쿠데타 수준에 버금가는 중대 범죄 혐의로 재판에 부쳐졌지만 국내선 이에 동조한 세력들이 '유튜브연합회'란 이름으로 최근 활동을 개시했다. 

국민의힘 사정을 잘 아는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일부 극우 세력이 트럼프를 두둔하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바이든과 각을 세우는 바람에 가까스로 회복시킨 한미일 관계에 흠집이 가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