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세] 건강한 모습 담는 ‘바디프로필’···부메랑 효과 가져온다

지나친 식단 조절과 운동량에 건강 이상 호소 기력 저하·면역체계 약화·호르몬 불균형 발생

2023-09-16     박종서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여성경제신문이 연재하는 [청년이 보는 세상] 이번 편은 고려대에 개설된 '고려대 미디어 아카데미(KUMA)' 7기 수강생들이 작성한 기사입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쿠마를 지도하는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와 수강생들의 동의하에 기사를 [청세]에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최근 심미성이 뛰어나고 건강한 몸을 만들어 이를 기록하는 ‘바디프로필’ 문화가 퍼지고 있다. 하지만 바디프로필 촬영 이후 건강 이상을 겪는 사람들도 많다. /픽사베이

“건강하고 멋진 몸을 갖고 싶어서 바디프로필 준비를 시작했죠. 결국엔 준비 전보다 몸도 안 좋아지고 건강도 잃었어요.”

대학생 국 모(24) 씨는 지난해 5월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횡문근융해증을 앓았다. 횡문근융해증은 근육이 괴사하면서 세포 안에 있는 근육 성분이 혈액으로 방출되는 질환이다. 국 씨는 바디프로필을 목표로 고강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가 지나친 근육 손상을 겪었고 건강 이상으로 이어졌다. 국 씨는 한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헬스장에서 퍼스널트레이닝을 받으며 식단과 운동을 관리받았음에도 벌어진 일이다.

3월 바디프로필을 촬영한 직장인 김 모(25) 씨는 극심한 요요현상을 겪고 있다. 바디프로필 이후 식단 유지에 실패했고 체중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75kg에서 바디프로필 준비를 시작했지만, 현재 83kg으로 오히려 체중이 늘었다.

김 씨는 “괜히 (바디프로필을) 찍었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든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건강하자고 하는 건데 너무 무리하는 것은 결국 본인한테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심미성이 뛰어나고 건강한 몸을 만들어 이를 기록하는 ‘바디프로필’ 문화가 퍼지고 있다. 유명인, 인플루언서에 그치지 않고 많은 사람이 바디프로필을 촬영한다. 다양한 매체에서 바디프로필 준비 과정, 사진 등을 담은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건강한 몸을 아름답게 기록한다는 취지는 건전하다. 하지만 바디프로필 촬영 이후 건강 이상을 겪는 사람들도 많다. 최근에는 SNS에서 바디프로필의 부작용을 다룬 콘텐츠도 급증하고 있다.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주요인은 바디프로필을 위한 급격한 일상의 변화다. 서울 영등포구 로뎀나무병원 방혜승 원장은 “평소와 다른 지나친 식단 조절과 급격한 운동량의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방 원장은 본인의 몸 상태, 체질, 영양학적 지식이 적은 상태에서 삶의 초점을 바디프로필에 맞추는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단기간에 준비해 바디프로필을 찍는 것에 대해 헬스 트레이너 정 모(26) 씨는 “어느 정도 운동과 식단 준비를 해보지 않았고, 지식이 적은 상태에서 (바디프로필을)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운동을 꾸준히 해 오지 않은 이상 단기간 내 바디프로필 준비는 체지방량을 줄이는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였다.

급격한 체지방률의 저하는 기력 저하, 면역 체계 약화, 호르몬 불균형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정 씨는 “운동량을 급격하게 늘리고 고강도 운동을 진행할 경우 근육 부상, 인대 부상, 횡문근융해증 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급격한 체지방률의 저하는 기력 저하, 면역 체계 약화, 호르몬 불균형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또 운동량을 급격하게 늘리면 근육 부상, 인대 부상, 횡문근융해증 등을 겪을 수도 있다. /픽사베이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며 평소보다 건강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어도 문제는 발생한다. 개인의 체질과 상태에 따라 식단을 진행해야 하지만 충분한 지식과 전문가의 상담 없이 식단을 구성하는 사례가 다반사다. 헬스 트레이너 정 씨는 “흔히 고구마, 닭가슴살, 야채로 식단을 구성한다”면서 “급변한 식단으로 인해 소화장애를 겪는 회원도 많다”고 말했다.

탄수화물 거부하다간 세로토닌 수치 저하
“급격한 변화 주기보단 서서히 개선해야”

일반적으로 지방을 소모하기 위해 일일 기초대사량보다 섭취 칼로리를 낮게 유지하고,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 섭취량을 늘린다.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 따르면 탄수화물 권장 섭취량은 성인 130g, 단백질 권장 섭취량은 성인 남성 65g, 성인 여성 55g이다. 바디프로필을 위해 식단 마련하는 경우 대개 권장 섭취량에 미달하는 탄수화물과 초과하는 단백질을 섭취한다.

탄수화물은 신체 주요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저탄수화물 식단을 지속할 경우 기력이 저하된다. 탄수화물 제한은 감정, 수면, 식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 호르몬 수치 저하를 유발한다.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 호르몬의 수치저하는 우울감, 피로감 증가로 이어진다. 단백질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혈중 요산 수치를 높여 통풍이나 신장 결석, 골다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변비, 속쓰림 등 소화 문제도 동반한다.

건강은 쉽게 잃을 수 있지만 회복하기는 어렵다. 로뎀나무병원 방 원장은 “적절한 기간을 잡아 몸을 만들고, 식단과 운동에 급격한 변화를 주기보단 서서히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종서 고려대 노어노문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