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표 전락하는 상저하고?···“강달러·中 불황 韓 경제 불확실성 가중”

현대경제硏 세계 경제 하반기 피크아웃 전망 올해 韓 경제 고꾸라지기만 상저하고 어디로 11개월 수출 감소 지속···秋 “10월 수출 반등”

2023-09-10     최주연 기자
세계 경제가 2분기를 정점으로 ‘피크아웃’(하락 전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상반기 한국 경제는 상승하지 못하고 고꾸라지기만 했는데, 대외적으로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연합뉴스

한국 성장을 견인하는 수출이 11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했다. 주요 수출국인 중국 경기는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갈수록 늪에 빠지는 모양새다. 정부의 ‘상저하고’ (상반기 둔화, 하반기 회복) 전망이 공수표로 끝날 위기에 처했지만 금융당국은 10월 수출 반등 등 하반기 경기회복 전망을 재확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경제가 2분기를 정점으로 ‘피크아웃’(하락 전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상반기 한국 경제는 상승하지 못하고 고꾸라지기만 했는데, 대외 여건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10일 현대경제연구원은 '글로벌 경제 리스크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달러 강세, 중국의 대차대조표 불황 등이 하반기 리스크(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등 주요 선진국은 2분기를 정점으로 회복세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신흥개도국도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상반기에 비해 둔화할 것으로 봤다.

지난해 기준 미국과 중국의 대(對)세계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각각 25.4%, 18.1% 수준이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은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1.9%에서 내년 0.8%로, 중국은 같은 기간 5.1%에서 4.6%로 둔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달러 강세도 세계 및 한국 경제에 타격을 입힐 주요 요인이다.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 상승 등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한국은행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요인이기도 하다. 또 경제 불안과 금리 역전 차로 자본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해 3월부터 지속하고 있는 긴축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연준은 물가를 잡기 위해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금리를 빠르게 올려 0.25%였던 금리를 현재 5.50%까지 올려놨다. 이 기간 달러화 대비 주요국 화폐 가치는 급락했고(환율 상승) 원/달러 환율도 한때 1440원대를 넘나들기도 했다. 현재도 환율 위험 마지노선인 1300원대를 훌쩍 넘어 이슈마다 요동치고 있다.

연구원은 중국의 경기 침체 이슈에도 주목했다. 중국 경제가 '대차대조표 불황'(Balance Sheet Recession)에 진입하면서 소비와 투자가 경직돼 장기불황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대차대조표 불황은 경제 주체가 채무 과다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차입금을 최우선으로 상환하고 이에 따라 유동성을 풀어도 소비나 투자의 확대가 이뤄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장기불황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중국의 주택거래량은 코로나19 사태 한복판에 있던 2021년 7월부터 최근까지 중국 주택 거래량은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지 못하고 전년 대비 마이너스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중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기점으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말 158.2%를 기록했다. 중국 부동산 가격 및 거래량, 비구이위안 등 대형 부동산개발사의 디폴트 위기는 중국이 장기 불황에 들어설 것이라는 주장을 더 확신하게 만든다. 중국의 주택거래량은 코로나19 사태 한복판에 있던 2021년 7월부터 최근까지 중국 주택 거래량은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지 못하고 전년 대비 마이너스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관련 기사 : “돈 꿔줄 테니 아파트 두 채 사시오” 中 당국 안간힘에도 '우울한 평가')

이런 상황에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은 세계를 또다시 물가와의 전쟁으로 떠밀 강력한 요인이다. 이는 또 다른 세계 침체를 직면하게 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원자재가격을 반영한 CRB지수는 지난달 말 기준 281.9포인트로 팬데믹 이전(평균 186.5포인트)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8일 기준(현지 시각)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는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불황형 흑자에 수출 11개월째 뒷걸음
상저하고 자신감 꺾지 않는 금융당국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지난 3일 공식 석상에서 "늦어도 10월경부터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서기 시작하는 등 대외가 주력이 되는 경기회복세가 가시화될 것"이라면서 "특히 주력인 반도체는 9월 이후부터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은 상저하고에 대한 자신감을 꺾지 않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공식 석상에서 "늦어도 10월경부터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서기 시작하는 등 대외가 주력이 되는 경기회복세가 가시화될 것"이라면서 "특히 주력인 반도체는 9월 이후부터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여전히 상저하고 전망을 유지했다. 7월 경상수지 흑자가 이러한 전망의 근거가 됐다. 그러나 수출 감소 폭보다 더 크게 감소한 수입 감소 폭에 기인한 것으로 ‘불황형 흑자’로 지적되기도 한다. 이는 국제 유가 등 에너지 가격 감소 때문이다. 실제적인 수출은 11개월째 뒷걸음질이다.

한국은행도 여전히 상저하고 전망을 유지했다. 7월 경상수지 흑자가 이러한 전망의 근거가 됐다. /한국은행

지난 8일 이동원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은 “경상수지의 경우 상반기 흑자 규모가 작고 하반기에 큰 폭 늘어나는 '상저하고' 모습을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최근에 국제유가 상승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데 이런 흐름이 향후 지속된다면 경상수지 흑자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