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저작권 70%는 도둑 맞아요"···일벌백계 처벌과 꾸준한 홍보 촉구

한국저작권보호원 주최 캠페인 선포식 백성현 배우·이종범 작가·준오브다샤 "인식 개선 됐지만 웹툰은 여전히 피해" 저작권 방어에도 첨단 기술 개발해야

2023-09-08     최영은 기자
8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국저작권보호원 주최로 열린 대국민 캠페인에서 홍보대사들이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유튜버 준오브다샤 부부, 박정렬 저작권보호원장, 웹툰 닥터 프로스트 이종범 작가, 배우 백성현. /최영은 기자

"웹툰 저작권은 60~70%가 도둑 맞고 있다고 느껴요." (YD 웹툰 작가)

"불법 이용자에게 벌금을 매긴 사례가 한두 건만 나와도 달라질 거다." (한국만화가협회 신일숙 회장)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백성현. /최영은 기자

K-콘텐츠 '전성시대'다. 그러나 콘텐츠 불법 유통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이 과거 콘텐츠를 베껴오던 국가에서 지켜야 하는 국가로 위상이 달라지다 보니 저작권 보호는 아직 초보 단계다. 그나마 국내에선 꾸준한 계도 활동으로 콘텐츠도 돈을 내고 소비해야 한다는 문화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 서버를 둔 '누누티비'나 '밤토끼'와 같은 불법 유통 사이트가 활개치면서 K-콘텐츠 저작권 보호망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저작권보호원이 나섰다.  K-콘텐츠 저작권 지킴이 최전선에 나서면서 국내외 인식 개선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8일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열린 선포식에선 저작권 보호를 알릴 홍보대사 임명과 저작권 보호 관련 강연 및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선포식엔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김경숙 위원장, 한국만화가협회 신일숙 회장, 여성경제신문 정경민 대표, 숭실대학교 홍지만 교수 등이 참석했다.

한국만화가협회 신일숙 회장은 “불법적인 경로로 만화를 소비한 사람들에게 벌금을 부여해야 한다"며 "이용자 제재 사례가 한두 개만 나와도 불법 콘텐츠 사용이 근절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우 백성현, 웹툰작가 이종범, 유튜버 준오브다샤 홍보대사 임명

이날 선포식에선 저작권을 알릴 홍보대사 임명식이 먼저 열렸다.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과 곧 선보일 KBS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에 출연한 배우 백성현은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수백억 원을 들여 수많은 스태프와 배우가 혼신을 다해 만든 작품을 몇 백원짜리 불법 사이트에서 스트리밍 되는 걸 볼 때 허탈해진다"며 "콘텐츠 불법 유통은 결국 창작을 위축시켜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콘텐츠 불법 유통은 개인이 나서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 만큼 저작권보호원 같은 공공기관에서 시스템으로 단속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보대사로 위촉된 웹툰 닥터 프로스트 이종범 작가와 박정렬 저작권보호원장. /최영은 기자

웹툰 닥터 프로스트를 연재해온 이종범 작가도 거들었다. 이 작가는 "저작권 도용 피해를 가장 많이 입고 있는 피해자가 웹툰 작가"라며 "검정고무신의 작가 이우영 선생님 같은 불행한 사태가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웹툰 관련 저작권 보호 대책이 시급히 마련됐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 작가는 "닥터 프로스트 후속으로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담은 웹툰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과 러시아를 잇는 국제 결혼 커플로 유명해진 유튜버 '준오브다샤' 부부도 홍보대사로 합류했다. 준오브다샤의 어원준 PD는 "힘들게 만든 영상을 아무렇지 않게 퍼가서 유통하는 걸 볼 때 심각성을 느낀다"며 "저작권 홍보에 적극 나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러시아 출신 아내 다샤는 "러시아에서도 저작권 이슈는 심각하게 다뤄지고 있다"며 "해외에 K-콘텐츠를 알리고 저작권을 홍보하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홍보대사로 위촉된 준오브다샤 유튜버 커플. 남편 어원준씨와 아내 다샤. /최영은 기자

이어 저작권보호원 정성희 부장이 나서 캠페인의 추진 방향 세 가지를 소개했다. '늘리고, 줄이고, 느끼게 하고'가 모토였다. 저작권 보호를 위한 다양한 대책은 늘리고, 침해 사례는 줄이고, 소비자가 공감하게 한다는 취지다. 정 본부장은 "저작권보호원은 피해자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늘 함께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갈수록 진화하는 불법 사이트 기술에 맞대응해야

카이스트 사이버보안연구센터 이경석 연구원이 발제자로 나서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한국저작권보호원

2부 포럼에서는 카이스트 사이버보안연구센터 이경석 연구원이 발제자로 나섰다.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며 "그 이면엔 유해사이트로 인한 사회적, 금전적 피해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모바일 플랫폼 보급 등 산업변화에 따른 불법 서비스 진화 양태에 대해서도 짚었다. 이 연구원은 "불법 사이트들은 블랙리스트 기반의 차단 방식을 회피하는 접속 우회 기술을 사용하며, 수사 및 감시·차단 회피를 위해 서버를 수시로 옮기거나 주소를 바꾸는가 하면 '안티 크롤링' 기술을 도입한 저작권 침해 사이트를 운영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저작권 침해 사이트 근절을 위해 범국가적 차원의 유해사이트 근절 시도와 AI 기반 유해사이트 탐지 및 차단 기술 연구가 시급하다”고 전했다.

행사에 참석한 숭실대학교 홍지만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10년 전에는 불법 앱 방지 기술에 집중해 불법 앱 유통이 많이 줄었다"며 "최근에는 해외 OTT 서비스의 이용자 수를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해외 OTT 사업자는 국내 서비스 사업자와 달리 시청률을 공개하지 않는다"며 "이를 이용해 광고업자에게는 시청자 수를 실제 수치보다 뻥튀기 하고 제작업체에게는 줄여서 보고해 이익을 챙기는 만큼 투명한 정산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텔레그램이 저작권 침해 우회 통로로 이용돼

토크콘서트 세션은 저작권 보호에 대한 인식과 대응 방안 등을 발언했다. 왼쪽부터 YD 웹툰 작가, 노동환 웨이브 정책 협력 부장, 김동원 김앤장 변호사, 허영주·허정주 듀자매 크리에이터, 광운대학교 전략 커뮤니케이션학과 정원빈 학생이 참여했다. /한국저작권보호원

마지막 토크콘서트는 김앤장 김동원 변호사가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YD 웹툰 작가, 노동환 웨이브 정책 협력 부장, 광운대학교 전략 커뮤니케이션학과 정원빈 학생, 듀자매(허영주·허정주) 틱톡 크리에이터가 참여했다.

권리자 부문의 첫 발의자 YD 웹툰 작가는 “웹툰 이미지가 무단으로 굿즈 상품이 되기도 했고 웹툰 스토리가 소설화 되어 유료 사이트에 게재되기도 하더라"며 "심지어는 외국어책으로 출판까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저작권 침해 사례를 적발해 법적 조치를 취하려 했지만 변호사들조차 실익이 없다며 말리더라"며 “체감상 느끼는 저작권 침해율은 60~70%로 웹툰이 도둑맞고 있는 실정에서 이용자들의 인식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발의자 노동환 웨이브 정책 협력 부장은 “종합 저작물이 정당한 대가 없이 인터넷상에 떠도는 문제는 규모보다는 창작자에게 미치는 심적 피해가 더 심각한 만큼 정성적 접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텔레그렘에 다양한 불법 스트리밍 우회 사이트 주소가 돌아다니고 우회 접속이 갈수록 자동화·지능화되고 있다"며 “불법 사이트는 매일 나오고 있지만 집계가 되지 않는 만큼 고도화되고 있는 불법 사이트를 차단 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끈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용자 부문의 발의에서는 광운대학교 전략 커뮤니케이션학과 정원빈 학생이 평소 저작권 보호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20대들은 중·고등학생 때부터 저작권에 대한 교육을 많이 받아왔다. 불법인 사실을 알고 있고, 저작권 보호가 양질의 콘텐츠 생산으로 연결된다는 사실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블로그, SNS 등에 방송화면이나 웹툰의 캡쳐 샷을 무단 도용하는 사례가 많다. 더 어린 연령대의 이용자들은 누누티비, 밤토끼와 같은 사이트를 많이 이용하는데 그 이유로는 돈 버는 입장이 아니다 보니 방대한 양의 콘텐츠 사이트가 달콤한 독사과와 같았다. 주인 의식을 가지고 권리를 지불하는 인식이 깊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토크콘서트에 패널로 참석한 틱톡 크리에이터 듀자매의 허정주·허영주 자매. /최영은 기자

네 번째 발의자 듀자매 틱톡 크리에이터는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며 크리에이터로서의 수입을 받고 있다. 또한 이용자로서 콘텐츠에 사용하는 폰트도 신경 쓰고 있다. 저작권에 대해 생각을 하고 이용 한다”고 말했다.

“생각해 보면 초등학교 때 불법 다운로드 받는 게 당연한 시대였다. 소리바다에서 음악을 불법다운 받았었다. 그 이후, 지금과 같은 캠페인이 있었고 그 이후, 스트리밍 사이트에 이용료를 지불하면서 한층 더 성숙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의 행동이 K-콘텐츠 산업에 영향을 끼친다고 느꼈다.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종합 발언으로 좌장 김 변호사는 저작권 보호 대국민 캠페인 운영 계획 3가지에 대해 되짚었다. 서포터즈 및 대국민 공모전을 통한 자발적 저작권 보호 참여 기회 마련을 위한 합법 이용자 수 증대, 국내〮외 일반 이용자, 침해 이용자, 업로더 등 저작권 보호 경고 메시지 전달을 통해 불법 이용자 수 감소, 국가별 특성 분석에 따른 맞춤형 홍보를 통해 이용자 인식 개선이다.

저작권 보호원 캠페인 표어 '저작권보호 바로 지금', /한국저작권보호원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김경숙 위원장은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위원회 심의 대상이 다양화되고 있다. 데드카피(시판 중인 상품의 모방 생산),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운영, 웹툰 무단 유통뿐만 아니라 교재를 PDF 형태로 불법 복제하는 행위, 뮤지컬 촬영본을 파는 행위, 불법 스트리밍 영상을 볼 수 있는 기기를 판매하는 행위 모두 단속 대상"이라며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이를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영은 기자·강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