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 하는 일본 20·30세대···부모가 직접 나서서 맞선 본다
자녀 프로필 들고 늙은 부모 단체로 대리 맞선 CNN, ‘출산율 1.3’ 시대 일본 결혼 문제 조명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는 현상은 일본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2021년에는 일본의 혼인 신고 건수가 50만1116건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에선 부모가 직접 자녀 대신 맞선을 보러 나가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5일 CNN 보도에 따르면 일본에선 '부모 대리 맞선'이라는 개념이 최근 성행하고 있다. CNN은 보도를 통해 "최근 오사카 상공회의소에서 60여 명의 나이 든 남성과 여성들이 둥근 테이블 주위에 앉아 있었다"면서 "이들은 '오미아이(맞선)'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이었고, 자신이 아닌 자녀의 결혼을 위해 참가비 1만4000엔(약 12만6500원)을 내고 참석했다"고 전했다.
이들 노부모는 자녀의 사진과 프로필 자료를 가지고 테이블 주위를 돌면서 상대를 찾았다. 맞선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의 자녀는 주로 30~40대고, 가장 어린 사람은 28세,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은 51세였다. 이들은 의사, 간호사, 공무원, 비서, 교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다.
80대 한 부부는 CNN과 인터뷰에서 "우리 49세 아들은 직장 때문에 연애할 시간이 없다"라며 "우리는 손주를 원해서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주로 40대 남성의 부모들이 20~30대 여성과의 맞선을 희망하며 참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로 결혼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10% 정도일 뿐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행사는 지난 10년 동안 계속되어 왔으며, 결혼 정보 업체의 담당자는 "부모가 이러한 방식으로라도 자녀의 결혼을 돕는 것이 좋다는 인식이 일본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이러한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부끄럽게 여겨졌지만, 현재는 시대가 변하면서 이러한 방식이 허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 내 미혼자의 80%가 "결혼을 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일본 청년들은 주변 환경 때문에 결혼을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거 문제, 고용률 저하, 낮은 임금, 높은 생활비, 긴 노동시간 등이 결혼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언급되며, 여전히 가부장적인 사회 구조 때문에 결혼한 여성에게는 가정 역할이 부여되어 여성들이 결혼을 꺼리는 이유로도 지적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일본에서는 여성이 아이를 키우고, 남성은 집 밖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있다"면서 "이러한 문화로 인해 젊은 여성들이 결혼을 꺼리는 경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