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더봄] 지방소멸이 코 앞에 다가왔다
[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 한국의 지방소멸은 심각한 위기상황 실질적인 대응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실질적인 대안 귀농귀촌 활성화 필요
지난봄 한낮에 전라남도 강진 시내의 거리를 걸었다. 건물이 많고 차들이 좀 다니는 큰 거리에서 살짝 바깥으로 돌아 골목을 걸었다. 골목이 길고 구불구불했다. 그래도 집들이 많이 있는 골목임에도 불구하고 인적이 너무 없었다. 날이 더워서 왕래하는 사람이 없나 싶기도 했지만 30분을 걸어도 사람을 못 만나는 것은 심하다고 느꼈다.
그러다가 저쪽 작은 골목에서 할머니 한 분이 걸어 나오신다. 아! 사람이다. 반가웠다. 그러나 그 할머니가 나를 보고 놀라신다. 내가 뭘 잘못한 건지 알 수는 없으나 괜히 미안해져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마도 길에서 사람을 본 지가 오래되신 모양이다.
지난 6월 평창군 미탄면에 사는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리가 아는 흑염소 농장에서 아이가 태어났단다. 축하해 달란다. 그래도 우리 나이에 누가 애를 낳았다고 전화까지 할 일은 아니다 싶어서 ‘네 애도 아닌데 그런 일로 전화를 주냐’고 물으니 미탄면에서 올해 처음 태어난 아이라서 전화했단다.
작년에 1명, 올해 1명이 태어났단다. 지역 주민들이 마을 잔치를 벌일 기세란다. 우리 마을에 사람이 태어났다고 자랑하는 전화를 처음 받아 봤다. 지방에 사람이 드물어지고 있다.
우리 한국의 지방소멸 현황은 매우 우려스러운 문제이다. 특히 농촌 사회는 심각하다. 산업화 이후로 지속되어 온 지방 인구의 대도시 이동이 지금도 계속되는 중이다. 게다가 출생률조차 0.78로 나타났다. 절대 인구조차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지역에 남아 있는 젊은 사람조차 도시로 집중화되고 있다. 지방의 인구는 예전에 비해 현저하게 감소하였다. 인구의 사회적 감소와 자연적 감소로 지방에 가면 사람 구경이 힘들 지경이다. 이런 현상은 지방 지역의 경제 및 사회구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
2020년 이미 우리나라는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보다 많아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인구의 데드크로스 현상'을 경험했고, 총인구의 정점을 기록했다. 전국 시·군·구 단위로 전체의 66%(151곳)가 이미 데드크로스 현상을 경험하고 1/4(57곳)은 2000년 이전에 데드크로스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소멸이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요한 원인으로는 일자리 부족, 고령화, 저출산, 교통 불편 등이 있다. 도시에 비하여 살만한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산업 육성, 주거환경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또한, 지방민간단체나 지역주민들도 자발적으로 활동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 활성화와 인구 유입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추진하는 등 지역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 또한 쉽지 않다.
이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가까이 있어 보인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인구 감소 지역은 전국 89개 지역이다. 이미 지방소멸에 대한 위기감을 직시한 정부가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예산을 마련하여 집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얼마의 예산이 지방에 배부가 되었는지 알 수 없고, 지방 공무원조차 자신의 지역에 어떤 예산이 짜여져 집행되고 있는지 모른다고 한다.
그런 상황이니 지방의 주민들은 수십억에서 수백억까지 지역마다 편성되었다는 지방소멸 대응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우리 지역이 무너질지 모릅니다. 앞으로 우리는 이런 사업을 하겠습니다’라는 공고문이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하는 지방 주민을 만나본 적이 있다.
지방소멸 대응 기금이 조성되어 지역으로 배분이 되어 지원하고 있으나 마땅한 대안과 정책을 마련하지 못한 지자체가 엉뚱한 사업을 지방소멸 대응 기금으로 전용하여 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지방소멸에 대한 대책을 살펴보면 ‘생활 인구 증가’로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생활 인구란 정주 인구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에서 일정한 생활을 영위하는 인구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기존의 주민등록상의 정주인구만 인구로 보는 것이 아니라 특정 목적을 위하여 체류하는 사람들과 외국인을 포함하여 인구로 산정하는 것이다. 특정 목적이란 통근, 통학, 관광, 휴양, 업무, 정기적 교류 등이 해당한다.
그리고 체류 인구와 관계 인구의 개념도 있다. 체류 인구는 주민등록 지역 외 1박 이상 머무는 인구를 말한다. 방문 인구와 정주 인구의 중간 개념이다. 잠시 방문하는 사람들보다 1박 이상 체류하는 사람들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관계 인구는 일본에서 시작된 개념이다. 지역과 관계를 지닌 외부인을 말한다.
지역 주민은 아니지만 그 지역을 지지하고 경제적 공헌이 높으며 지역에 애착과 귀속 의식이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도시의 향우회 회원이나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사람이 대표적으로 해당이 된다.
정주 인구를 늘리는 것은 다른 지역의 인구를 가져오는 결과를 가져오는 제로섬 게임이 되기 때문에 관계 인구를 늘리고 체류 인구를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지금 지방의 마을 재생과 관광 활성화에 관한 토론회나 회의를 가면 생활 인구와 관계 인구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생활 인구를 늘리는 정책으로 대표적인 것들로 ‘두 지역 살아보기’, ‘워케이션(work+vacation)’, ‘농촌 유학’, ‘은퇴자 공동체 마을’, ‘청년 복합공간 조성’ 등이 있다. 그리고 농촌에서는 농촌 관광 사업과 귀농귀촌 유치 사업이 더욱더 필요하다고 이야기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에서 지난 7월 농촌 유학 조례를 폐지한 것은 유감이다. 지방은 인구소멸을 막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인구 유입에 있어 가장 큰 블랙홀에 해당하는 서울시가 반대로 인구 유출을 막겠다고 나선 꼴이다.
귀농귀촌 정책도 지난 10년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귀농인에 대한 영농자금 대출 제도 외에는 달리 내세울 만한 유인책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농가주택과 일반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비과세 정책은 지방의 3억원 이하 주택 구입시 종부세와 양도세를 제외하는 정책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 정책은 귀농귀촌 활성화보다는 부동산 투기 세력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역효과라는 지적이 있다.
일부 사람들의 민원을 해결하는 정책보다는 모두가 긍정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방 소멸에 관하여 커다란 대안일 수밖에 없는 귀농귀촌에 대한 획기적인 정책이 아쉽다.
아울러 지방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만드는 것에 진심이었으면 한다. 지방에 대한 시각부터 바꾸어야 한다. 서울 강남의 블록마다 있는 지하철역은 편의라 하면서 지방의 면 단위에 고작 몇 개 있는 마을 회관을 보고 낭비라 부르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