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과 동결 사이 지킬 박사가 된 파월···코스피 강세가 동결 증거?
7월 구인 건수 900만 건 밑 ‘29개월만’ ‘연준 촉각’ 비농업 고용도 감소 전망 미 국채 큰 폭 하락 9월 동결 가능성↑ 파월 금리 인상 vs 신중한 통화 정책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정책 결정과 관련해 촉각을 세우고 있던 뜨거웠던 고용시장이 서서히 그 열기를 잃어가는 모양새다. 시장 수요 압력이 약화하고 각종 고용지표가 2년 전 수준으로 되돌려지고 있다. 이에 미 국채 수익률도 둔화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내달 있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보다는 동결에 더 많은 표를 던지고 있다. 추가적인 금리 인상과 신중한 통화 정책 가능성, 즉 매와 비둘기 가면을 반쪽씩 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금리 동결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외 증시가 강세를 보였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9.06포인트(0.35%) 오른 2561.22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이 1689억9600만원어치를 팔아치운 반면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억7600만원, 1491억2500만원 순매수했다. 코스닥은 전장 대비 7.57포인트(0.83%) 오른 923.81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 증시뿐 아니라 뉴욕 증시도 마찬가지 흐름을 보였다. 29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92.69포인트(0.85%) 오른 3만4852.67로 거래를 마쳤다. 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64.32포인트(1.45%) 상승한 4497.63으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38.63포인트(1.74%) 상승한 1만3943.76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 같은 증시 흐름은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고용지표 상승률이 큰 폭으로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9월 FOMC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점 하락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 내 구인 건수는 882만7000건으로, 2년 5개월 만(2021년 3월)에 900만 건 밑으로 낮아졌다. 이는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전망치(946만5000건) 보다 63만8000건이나 하회한 수치다.
미국 고용시장에서 수요 둔화는 구인율과 실제 고용 추이를 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6월 5.5%였던 구인율은 지난달 5.3%로 하락했으며, 고용은 577만3000명으로 전월 대비 16만7000명 감소하며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직장을 쉽게 그만두던 분위기도 줄었다. 지난달 퇴직자는 354만9000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1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숙박과 음식업종, 의료서비스, 금융까지 전반적으로 퇴직자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연준이 금리 정책 결정에 큰 비중을 두는 8월 고용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9월 금리 동결론에 근거를 대고 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이달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전월 대비 17만 건 늘어 전월 증가 폭(18만7000건) 대비 소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시간당 임금의 연간 상승률(4.4→4.4%)과 실업률(3.5→3.5%)은 전월과 동일한 수준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달 구인 건수가 전망치보다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을 비춰볼 때 전망치보다 더 하락할 가능성은 있다.
고용 지표 둔화→미 국채 수익률 하락
경제 지표 따라 금리 결정한다는 파월
미국 GDP와 8월 물가 지표 결과 관건
고용 지표 둔화로 미 국채 2년물과 10년물이 크게 반응했다. 이날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은 전일 대비 15bp(1bp=0.01%) 하락한 4.89%를, 10년물 수익률은 전일 대비 8bp 하락한 4.12%를 기록했다. 실제 국채 수익률 하락은 미 주가 상승을 이끌었고 한국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9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86.5%로 보고 있다. 그다음 FOMC가 열리는 11월에도 금리 동결 가능성은 51.2%로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43.3%)보다 우위에 섰다.
시장의 동결 기대 속에서도 파월 의장의 입에 대한 경계는 보이고 있다.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을 파월 의장이 아직은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코스피 지수가 정오를 기점으로 상승세가 다소 꺾이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과 8월 물가 지표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경계심리가 발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 상반기부터 ‘발표되는 경제 지표에 따라’ 금리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선언한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과 동결 가능성을 모두 열었다. 파월 의장은 지난 25일(현지 시각)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 개막 연설에서 “우리는 적절한 경우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향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제한적인 수준에서 정책을 유지할 계획”이라면서도 한편으론 “신중하게 (통화정책을) 진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말해 9월 FOMC까지 발표되는 경제 지표와 금리 정책의 연관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