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한 알 4000원 시대···장바구니 물가 불붙었다

기상 여건 악화 농산물 가격 상승 곡물 대외 의존 높은 한국 직격탄 기대 인플레 올려 고물가 우려

2023-08-28     최주연 기자

“물가가 하락하고 있다고 뉴스에선 나오는데 서민들은 전혀 체감 못 해요. 먹거리들은 그 어느 때보다 비싸니까요.”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 사는 A씨는 과일 구경한 지가 오래다. 마트에서 1인 가구를 위해 수박이든 사과든 소량 혹은 낱개로 담아 판매하고 있다곤 하지만 가격 자체가 너무 비싸고 상품 자체도 이전보다 질이 떨어진 것들뿐이기 때문이다. 사과는 4개 묶음에 1만5000원을 넘나들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나가는 신선야채는 시들어 있다. 종류도 다양하지 않거니와 마트가 임의대로 담아놓은 것이나 구매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국내외 식료품 물가(food inflation) 흐름 평가 및 리스크 요인'을 분석한 결과 국내외 식료품 물가 상승세가 당분간 현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28일 여성경제신문이 이날 한국은행이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국내외 식료품 물가(food inflation) 흐름 평가 및 리스크 요인'을 분석한 결과 국내외 식료품 물가 상승세가 당분간 현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엘니뇨 등 이상기후 영향으로 국제 식량 가격이 상승하면 국내 가공식품과 더불어 외식 물가 상승 요인으로도 작용하면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채소·과일 등 농산물 가격이 전월 대비 빠르게 상승하는 데는 집중호우와 폭염, 태풍 등 기상 여건 악화 요인이 결정적이었다. 여기에 흑해 곡물 협정 중단 등이 겹치면서 전 세계적인 식료품 물가 상승→소비자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가능성도 제기됐다.

실제 영국의 지난 3월 식료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9.2% 상승하며 4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금까지도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미국도 최근 기저효과 등으로 오름세가 둔화됐으나 지난해 10% 이상 급등하면서 누적된 가격상승의 폭이 전체 소비자물가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또 한은은 식료품 물가 상승 요인을 이해하기 위해 50개국 데이터를 이용해 글로벌 공통 요인과 나라별 요인을 분석했다. 한국의 경우 주로 원재료 수입의존도가 높은 식료품의 가격 상승률이 여타 품목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등 글로벌 요인의 영향이 크게 나타나고 있었다.

한국의 경우 주로 원재료 수입의존도가 높은 식료품의 가격 상승률이 여타 품목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등 글로벌 요인의 영향이 크게 나타나고 있었다. /한국은행

실제 한국은 쌀을 제외한 곡물의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다. 곡물자급률이 20.9%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 식량 가격 변동이 국내 물가에 크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한은 관계자는 “국제 식량 가격과의 시차 상관관계를 보면 가공식품은 11개월 후에, 외식 물가는 8개월 후에 최대로 나타나며 국제 식량 가격 급등기에는 파급 시차가 단축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가공식품 등 식료품과 외식 물가의 경우 하방경직성과 지속성이 높고 체감물가와의 연관성도 높아 기대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향후 국내 물가의 둔화 흐름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계지출 중 식료품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 부담이 증대되고 실질 구매력이 축소될 수 있는 만큼 향후 식료품 물가의 흐름과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우려했다.

식품 물가는 단기적으로든 중장기적으로든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으로부터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비용 측면의 압력이 점차 완화될 수 있지만 흑해 곡물 협정 중단, 인도 쌀 수출 중단 등 공급 악재가 가격 상승을 견인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이상기후 등이 국제 식량 가격의 가장 큰 상방 리스크로 잠재해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엘니뇨 기간 이후에는 국제 식량 가격 상승기가 나타나는 경향을 보여 왔다. 해수면 온도가 예년 대비 1℃ 상승할 때 평균적으로 1~2년의 시차를 두고 국제 식량 가격이 5~7%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