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시설, 진입로 철거에 발만 동동 "위급 상황 어떡해요"
토지 소유주 "원상복구 명령에 따르는 것일 뿐"
광주 북구의 한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이 10년 이상 사용해 온 유일한 진입로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시설 내 입소자들의 병원 치료와 식재료 공급 등에 영향을 받는 상황인데, 시설 관계자들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27일 광주 북구 A 장애인 시설에 따르면 시설 앞 도로의 실소유자인 B씨는 지난 24일 중장비를 동원해 진입로 철거 작업을 시작했다.
이 진입로는 원래 B씨가 장애인 시설 근처에 장례식장을 건설하기 위해 도로를 확장하기 위해 만들었다. 하지만 장례식장 건립을 위한 토지 확보에 실패하면서 이 사업은 중단됐다고 한다. 건축허가도 취소된 상황에서 B씨는 이전에 진입로로 사용되던 부분을 원래 상태로 복구해야 한다는 명령을 받았다.
B씨는 원상복구 명령이 내려진 만큼 자신의 토지에 설치된 시설 진입도로도 원상복구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시설 측 차량 통행이 가능하도록 배려해 철거 작업을 단계적으로 하고 있고, 철거가 완료되더라도 비포장길이 될 뿐이어서 차량 통행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B씨는 "장례식장 개발을 위해 예치한 산지·농지 전용료 2억5000만원을 환불받아야 하는데, 원상복구 명령을 이행해야만 그 가능성이 생긴다"며 장애인 시설 앞 진입로를 철거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시설 측은 이 진입로가 사라지면 입소자 응급 상황 발생 시 대처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설 내 입소자 중 많은 사람들이 중증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어, 응급 상황에 대비해 신속한 이동이 필요하다는 것. 이 진입로가 없으면 입소자의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북구 관계자는 "해당 도로는 시설의 유일한 진입로이고 오랜 기간 사용해 왔기 때문에 원상복구 계획서 제출·승인 과정에서 협의가 가능한 사안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 소유의 토지인 만큼 행정청에서 철거를 중단시킬 수 있는 권한은 없다"며 "시설 측에 법적 대응 등 방안을 안내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