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 칼럼] 돈 빌리려는 바이든, 돈 줄 조이는 파월

[김성재의 국제금융 인사이트] 고강도 긴축에도 미 국채 10년물 금리 급등 바이든 천문학적 국채 발행→고금리 초래해 끈적한 인플레이션 경기 호조세 채권 공급↑ 2007년 장기 긴축에 결국 침체→장기금리 뚝

2023-08-28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최근 미국 장기금리 급등은 채권시장의 단기 수급 악화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진보적 성향의 바이든 행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적자재정 편성을 지속하면서 국채 발행 규모가 천문학적 수준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채권을 사줘서 금리를 조정해야 할 연준은 오히려 채권 보유를 크게 줄이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로이터, 신화통신=연합뉴스

이자는 돈을 빌리는 사람이 돈을 사용한 대가로 지불하는 사용료다. 그런 면에서 이자율은 돈의 가격이라 할 수 있다. 이자율이 높으면 돈의 값이 비싸진다. 돈의 값이 오르면 몸값이 오른 돈이 잘 돌지 않게 된다. 당장 시급하게 돈이 필요한 가계와 기업은 돈 가뭄에 목이 타게 된다.

이자율 또는 금리가 급등하면 가계와 기업의 경제활동은 직격탄을 맞는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이자율이 적정한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활발히 전개됐다. 그 논쟁은 또한 공정성에 대한 것이기도 했다. 차입자는 약자이므로 이자율은 낮은 것이 옳은 것일까?

정부가 나서서 고금리가 부도덕하다는 이유로 시장 금리보다 낮게 이자율을 설정해야 할까? 그렇게 되면 아마도 지하경제에서 사금융이 융성하게 되고 돈을 빌려주려는 사람들도 사채놀이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사금융에 따르는 위험 프리미엄이 더해져 사채금리는 더욱 높아진다.

정부나 은행과 연줄 있는 기업은 제도권 금융에서 정부가 공정하다고 판정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는 반면 힘없는 서민과 중소기업은 사채시장에서 매우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따라서, 금리는 정부가 아니라 시장에서 정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장에서 정해지는 금리는 공정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정해지게 되므로, 시중금리가 가리키는 바에 따라 귀중한 자원인 돈이 낭비되지 않고 효율적으로 배분되게 된다. 실제 자유시장경제에서 이 원리에 따라 금리가 정해지는 곳이 채권시장이다.

수요·공급 법칙에 채권 가격·금리 결정
금리 상승 이유 : 고물가 및 채권 공급↑
미 4.2%대 금리 모기지 사태 직전 수준

채권시장은 기업이 빚을 팔아 돈을 마련하고 이 빚이 거래되는 곳이다. 여기에서는 매일 매일의 수급에 따라 빚의 가격이 정해진다. 채권시장에서 돈을 빌려주려는 사람(채권 수요↑)이 많아지면 빚의 가격이 오른다. 즉, 빚의 인기가 올라가면 금리는 떨어진다. 돈의 공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반면 빚의 인기가 시들해지면 금리가 오른다. 빚을 내려는 사람은 많은데(채권 공급↑) 돈을 공급하려는 전주가 부족할 때(채권 수요↓)이다. 이 경우 빚의 값은 떨어지고 반대로 금리는 상승하게 된다. 그렇다면 빚의 가격에 영향을 미쳐 금리가 오르게 하는 요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물가가 오르면 돈을 빌려주는 것보다 실물을 보유하는 것이 이익이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경제에서는 빚의 값은 떨어지고 금리는 상승한다. 또한, 경제가 성장하면 투자 기회가 많아져 돈을 빌려주려는 사람보다 빚을 내려는 사람이 많아진다. 이 경우에도 빚의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오른다.

또한, 정부가 재정지출을 크게 늘려 많은 돈을 빌리려 할 때도 빚의 공급이 늘어나 그 값이 떨어진다. 그래서 재정적자는 고금리를 초래하는 주범이 된다. 반면 돈을 빌려주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빚의 가격은 오르고 금리는 떨어진다. 빚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장기금리를 대표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있어 많은 이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강도 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둔화할 것이 예상되어 왔기 때문이다. 경기가 둔화하면 빚을 내려는 사람이 줄어 금리가 내려야 한다.

그렇다면 최근 2007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미 국채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의 변화가 금리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당초 채권시장은 연준이 금리를 강하게 올리면 물가는 조만간 잡힐 것이라 예상해 왔다.

물가가 잡힌다는 것은 근원 인플레이션율이 2%대 초반으로 하락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최근 미국 채권시장이 전망하는 향후 5년간 평균 물가 상승률은 2%대 초반에서 2.5% 안팎으로 올랐다. 일손 부족으로 서비스 물가가 생각보다 끈적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 전망이 현실화하면 연준의 고금리 정책은 기존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커진다. 금리를 잠깐 낮췄다가 다시 올려서 아시아 외환위기를 불러왔던 1990년대 후반의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 물론 상황은 당시보다 훨씬 좋지 않다.

1990년대 후반 근원 인플레이션은 2.5% 아래로 떨어졌다. 경제성장률은 4% 안팎을 기록하면서 초호황을 지속했다. 그런데도 연준은 선제적 금리 인상에 나서 6%에서 4.75%로 내렸던 기준금리를 다시 6.5%까지 인상했다.

더불어 채권시장은 최근 미국의 경기호조도 반영하고 있다. 최근 미국 경제는 2.4%의 GDP 성장률을 보이며 경기침체를 예상했던 전문가의 전망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또한, 어느 정도 조정을 받으리라 보았던 주택시장도 견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 모습 /연합뉴스

이런 상황을 반영하면서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2007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인 4.2%를 넘어섰다. 불과 3개월 전 3.2%에서 단기간에 1% 포인트나 상승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높은 수준의 장기금리가 앞으로도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을까?

경기 상황→기준→단기→장기 順 영향
“금융위기의 교훈···긴축에 장사 없어”

금리 전망에 있어서 명심해야 할 것은 장기금리는 미래 단기금리의 평균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단기금리는 연준의 기준금리 수준을 반영한다. 물론 연준의 기준금리는 경제 펀더멘털과 물가수준을 감안해 결정된다. 그런데 물가수준은 또한 경제 펀더멘털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결국 향후 경기 상황에 대한 전망이 장기금리를 좌우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1990년대 후반 고강도로 올렸던 기준금리는 2년여 후에는 1%로 급락했다. 연준의 고금리를 버티지 못하고 닷컴버블이 붕괴하면서 미 경제가 침체에 빠졌기 때문이다.

장기금리가 급등했던 2007년에도 연준의 장기간 긴축을 버티지 못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중심으로 버블이 붕괴하면서 경기가 침체에 빠졌다. 그 후 장기금리는 2% 아래로 밀렸다. 현재도 연준이 고금리 긴축을 지속할 경우 자산 버블이 붕괴해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고금리는 ‘잔매’와 같아서 웬만한 맷집의 경제라도 버티기 힘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근 장기금리 급등은 채권시장의 단기 수급 악화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진보적 성향의 바이든 행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적자재정 편성을 지속하면서 국채 발행 규모가 천문학적 수준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채권을 사줘서 금리를 조정해야 할 연준은 오히려 채권 보유를 크게 줄이고 있다. 양적 긴축을 실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 침체가 가시화하면 연준은 다시 금리를 내리고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 경기와 펀더멘털의 흐름을 예의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종합금융회사에서 외환딜러 국제투자업무를 7년간 담당했고 예금보험공사에서 6년간 근무했다. 미국에서 유학하여 코넬대에서 응용경제학석사,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경영학박사 (파이낸스)를 취득했다. 2012년부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주 가드너웹대학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퍼먼대학교에서 재무 금융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