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세] 공부 잘하는 중학생 ‘특목고’ 아닌 ‘특성화고’로?
대학 진학 대신 확실한 취업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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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경제신문이 연재하는 [청년이 보는 세상] 이번 편은 고려대에 개설된 '고려대 미디어 아카데미(KUMA)' 7기 수강생들이 작성한 기사입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쿠마를 지도하는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와 수강생들의 동의 하에 기사를 [청세]에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
요즘 중학교 3학년 학생은 고민이 많다. 고등학교에 지원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서다. 공부를 잘하는 몇몇 중학생은 특목고가 아니라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를 고려한다. 대학 진학보다 확실한 취업이 낫다는 것이다.
“게임 만드는 기술 배우려고”
이 학생들은 고교 졸업 후 바로 취업이나 창업을 하기를 원했다. 서울 서초구 영동중학교에 다니는 3학년 김모 군은 “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기술을 익혀 고교 졸업 후 창업하고 싶다”라고 했다. 김 군은 경기 안산시 소재 특성화고인 한국디지털미디어고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영동중 3학년 이모 군도 마이스터고등학교인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 진학을 희망했다. 이 군은 “고등학교를 나와 바로 취업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특성화고는 소질과 적성, 능력이 유사한 학생을 대상으로 특정 분야 인재 양성 교육 또는 자연 현장실습 같은 체험 위주 교육을 전문적으로 실시하는 고교다. 마이스터고는 전문적 직업교육의 발전을 위해 산업계 수요에 직접 연계된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고교다.
특성화고·마이스터고를 준비하는 중학생들은 대학입시 공부가 실생활에 쓸모가 있는지에 의문을 나타냈다. 영동중 3학년 임모 군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누나들이 있다. 누나들이 직장에서 하려는 일이 수능시험 공부와 별 관계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임 군은 오디세이학교 진학을 고민하고 있다. 오디세이학교는 고교 1학년 학생들이 대학입시 경쟁과 교과 지식 중심의 일반적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고 주체로 성장하게 하는 교육을 지향한다.
경기도 수원시 한 중학교 교사 주모(24) 씨는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커리큘럼이 잘 되어있는 특성화고등학교나 마이스터고등학교에 똑똑한 중학생들이 가는 경우가 꽤 많다”라고 했다. 성적표(사진)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김 군과 이 군, 임 군 모두 중학교에서 중상위권 성적을 유지한다.
“유튜브 영향 커”
학생들은 모두 ‘빠른 성공’을 꿈꿨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데는 유튜브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김 군은 특성화고 진학을 결심한 계기와 관련해 “누구나 할 수 있는 걸 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유튜브 영상을 봤다”라고 말했다.
“그 영상이 너무 마음에 와닿았다. 그때 이후로 진로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나이가 어릴 때 여러 가지를 이루어 놓아야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는 자기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임 군은 “젊은 나이에 성공한 사람들의 유튜브를 자주 본다”라며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빨리 찾아 그 일에 필요한 것들을 빨리 익히고 싶다”라고 했다.
“대학 나와도 취업 어려우니”
남들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자녀가 부모는 걱정스럽기도 하다. 임 군의 어머니 주모(55) 씨는 “아이가 오디세이학교에 갔다가 중간에 그만두고 일반계 고교로 오면 어떡하나 걱정된다”라고 했다. 그러나 주 씨는 임 군을 지지해 주기로 했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려운 현실을 생각했다.
“딸 둘이 서울 4년제, 2년제 대학을 나와 취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 대학을 나온다고 취업이 잘 되는 것도 아니고. 아들이 대학에 관심이 없는데도 일반고에서 3년 입시 공부를 하는 것도 허송세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 군과 이 군의 부모도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진학을 지지한다고 한다. 김 군은 “부모님은 특성화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코딩 기술로 학교 홈페이지를 직접 만드는 모습을 보고 제 결정에 동의했다”라고 했다. 이 군은 “부모님이 요즘 시대에는 수능에 얽매이는 것보다 빨리 일자리를 찾는 게 좋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임경진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