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아이돌 포토 카드, 알고 보니 수출 효자 상품

"팬들은 실물 원해"···콘텐츠 시대의 도래 하이브 잼버리 포토, 천문학적 홍보 효과

2023-08-23     이상헌 기자
외국의 한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하이브 방탄소년단 포토 카드. 대부분 제품이 품절 상태다. /여성경제신문DB

K팝이 어느덧 수출 효자 아이템으로 등극하면서 콘텐츠 산업을 대표하는 자리를 차지했다. 올 상반기 하이브를 비롯한 JYP 등 국내 주요 기획사들의 매출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 나오면서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하이브는 올해 상반기 매출 1조316억원 가운데 63.3%에 달하는 6526억원을 해외에서 올렸다. 지역별로 아시아가 3170억원(30.7%)으로 가장 많았고, 북미 2872억원(27.8%), 기타 국가 485억원(4.7%)으로 그동안 공을 들였던 북미 진출이 성공 궤도에 올랐다.

이뿐 아니라 트와이스와 스트레이 키즈가 속한 또 다른 대형 가요 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 역시 같은 기간 해외 매출이 52.2%를 기록해 처음으로 국내를 앞질렀다. 블랙핑크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48.6%로 해외 매출 비중이 창사 이래 가장 높았다.

기획사들의 역대급 해외 매출에는 CD(음반), 포토 카드 등 실물 판매량이 효자 노릇을 했다. 앨범 속에 들어 있는 포토 카드를 수집·소장할 목적으로 앨범을 구매하는 해외 소비자가 뜻밖에도 많다는 의미다. 매년 상승하는 앨범 판매량에서 알 수 있듯 CD는 음악 감상 용도뿐만 아닌 소장 가치가 있는 하나의 굿즈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포토 카드는 이미 하나의 팬 문화로 자리 잡았다. 팬들은 서로 포토 카드를 교환하며 친목을 쌓는가 하면 맛있는 음식과 포토 카드를 함께 놓고 사진을 찍는 등 일상생활에서도 포토 카드를 활용해 팬심을 드러내고 있다. 음악 시장 외에도 미국 프로농구 NBA·프로야구 MLB·프로풋볼 NFL·북미아이스하키리그 NHL 등 유명 스포츠 리그와 '포켓몬스터' 등 유명 일본 만화에서도 포토 카드는 '알짜 굿즈 사업'이다.

지난 11일 2023년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참가한 대원들이 방탄소년단 포토 카드를 자랑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K-팝 팬들 유독 앨범 보유 성향

하이브는 각국의 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인 잼버리에서도 방탄소년단 포토 카드 세트 4만3000개(8억 상당)를 무상 제공했다. 일곱 멤버(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의 초상이 각각 담긴 7종의 포토  카드가 하나의 세트로 구성된 제품으로 하이브 인사이트(HYBE INSIGHT)에서 판매되는 공식 상품 중 가장 인기 있어 재고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올해 상반기 K팝 음반 수출액은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 기준 1억3293만4000달러(약 1783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관세청 집계 수출액에는 해외 팬이 한국에서 직접 사 가거나, 보따리상 등을 통해 반출된 액수는 포함되지 않아 실제 음반 수출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음악 시장 분석 업체 루미네이트가 발표한 올해 중간 보고서에 따르면 K팝 팬들은 좋아하는 가수에게 지지를 보여줄 목적으로 음원이나 음반을 구입하는 경향이 다른 장르 팬보다 67%나 높았다. 또 향후 12개월 내 CD를 구매할 가능성이 46%, LP를 구매할 가능성이 69%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실물 음반 '톱 10' 가운데 무려 7개가 K팝 음반이 차지하기도 했다. 한 엔터테인먼트사 관계자는 "팬덤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음원 파일보다 실물 음반 소비가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좋아하는 가수의 포토 카드를 수집·소장하려는 욕구가 음반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