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약자 지원 늘린다면서 정부 돈줄은 죄겠다는 정부·여당
지출 증가율 文 정부 3분의 1 수준 내년 총선 앞두고 경제 한파 우려
국민의힘과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재정건전성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민생 및 사회 약자 지원은 두텁게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긴축 재정의 여파로 내년 총선 국면에 경제 한파가 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정은 23일 국회에서 '2024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 협의'를 열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도 예산안은 허리띠 바짝 졸라매 지출 증가율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약자를 지원하고 국민 안전과 미래 준비를 충실하게 할 수 있도록 편성했다"고 말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어려운 재정 여건하에서도 우리 사회 약자와 국민 안전, 미래세대를 지키기 위한 예산안이 편성될 수 있도록 재정 당국과 긴밀하게 협의해 왔다"며 "민생 탐방과 각종 현안 관련 당정 협의를 통해 국민이 필요로 하는 예산 사업을 발굴해 내년 예산안에 최종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예산안에는 부모 급여 금액을 50만~100만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다자녀 가정에는 '첫만남이용권'을 200만원 이상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노인 일자리·돌봄서비스를 확대하는 한편 소상공인 3고(고금리·고에너지·고보험료) 부담을 낮춘다. 인천발 KTX 건설 등 지역별 주요 사업도 뒷받침한다.
앞서 정부는 건전재정 기조를 견지하겠다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 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선거에서 지더라도 건전재정을 해야 한다”고 주문한 이후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최근 여권 관계자들이 모인 사석에서 내년 총선 목표 의석수를 170석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당 입장에서는 건전 재정과 총선 압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난국에 빠진 셈이다.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 시절 선거 전략 문건에 경제 이슈가 승패를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라는 내용을 담았다. 야당 입장에선 정부를 정치적·이념적 구호로 공격하는 것보단 경제 실정을 부각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윤석열 정부 3년 차에 치러지는 내년 총선은 현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이 강하다. 국민의힘은 정권 심판론 방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수도권 민심 확보에 경고등이 켜지는 등 상황이 녹록지 않다.
문재인 정부 4년 차에 치러졌던 21대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한 이유엔 적극 재정 기조 덕분도 있다. 당시에도 나랏빚이 쌓여 재정 건전성이 좋지 않았지만 2020년도 예산안 지출을 전년보다 9.5%로 대폭 올렸다.
윤석열 정부의 내년 예산안 지출 증가율은 올해(5.1%)보다 낮은 3~4%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실화한다면 2016년(2.9%)과 2017년(3.6%) 후 7~8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올해 하반기 경기 전망은 밝지 않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감소율이 -7.9%, 1인당 GDP는 8.2% 하락해 주요 51개국 중 세 번째로 큰 감소율을 보여 경제 규모도 줄고 상대적 순위도 10년 전으로 회귀했다.
야당은 경제 위기가 닥쳐오는데 정부의 문제 인식은 낮다고 지적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세수 결손으로 재정지출이 축소되면 성장 하방 위험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부는 재정 투자를 고민하지 않고 여전히 재정 건전화에만 집중한다"고 비판했다.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세계 경제 규모가 10위에서 13위로 하락했다. 성장률은 25년 만에 일본에 역전됐다"며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데 부총리 메시지가 잘 안 보이고 대통령은 경제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간절함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