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수출 반등 장담하지만···천하의 삼전도 눈보라 속 순익 85% 뚝

더 나빠진 체감 경기 대중소기업 부정 전망 중국발 리스크 등 경기 불확실성 지속 전망 ‘중꺾마’ 추경호? “수출 반등세 본격화할 것”

2023-08-23     최주연 기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꺾이지 않는 ‘상저하고’ (상반기 부진, 하반기 반등) 전망에도 냉각된 기업 심리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순이익은 적자 기로에 있거나 이미 적자다. /연합뉴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가 수출 난항으로 한파를 겪고 있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경기 침체 국면으로 들어서면서 반도체와 철강 수요 부진에 대·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중국 영향을 받고 있다.

피부에 닿는 영업이익 축소에 기업의 부정적인 경기 전망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꺾이지 않는 ‘상저하고’ (상반기 부진, 하반기 반등) 전망에도 냉각된 기업 심리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순이익은 적자 기로에 있거나 이미 적자다.

23일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다트) 삼성전자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22조4234억원) 같은 기간 대비 약 85%가 급감한 3조298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전년(24조5891억원)에 비해 대폭 줄어 14조4616억원을 기록했다. 실질적인 영업성과 자체가 반타작이 난 것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기업이 실제 제조, 판매 활동을 하면서 발생한 현금 유출입을 가리킨다. 이에 따라 이 수치가 급등하면 당기 순이익이 적자라 해도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만큼 기업의 영업에서의 현금창출력을 판단할 수 있다.

주력으로 반도체 부품을 제조하는 SK하이닉스 상황은 더 좋지 않다. SK하이닉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5조573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에는 4조8686억원 흑자였다. 이 기간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마이너스 전환됐다. 작년 9조7148억원에서 6900억원 적자다.

IT·전기·전자 업종 기업이 중국 경기 영향을 많이 받았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을 분석한 결과 이중 IT·전기·전자 업종 영업이익이 올해 2분기 6954억원 적자를 내며 전년(20조6535억원)에 비해 큰 영업 손실을 봤다. 반면 자동차·부품 업종 영업 이익은 같은 시기 52.7% 증가했다. 작년 2분기 6조3792억원에서 올해 9조741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현대차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작년 상반기 성과 4조5848억원에서 1470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이는 재고자산 증가와도 연관이 있다. /다트

그러나 자동차·부품 업종도 뜯어보면 상황이 여유롭진 않다. 현대차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6조7662억원으로 전년(4조8622억원) 같은 기간 대비 39%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작년 상반기 성과 4조5848억원에서 1470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이는 재고자산 증가와도 연관이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 분석 결과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의 재고자산은 166조465억원으로 1년 전(151조5295억원)보다 9.6% 늘었다. 2년 전(100조3510억원)과 비교하면 65.5% 증가했다.

이중 올해 상반기 현대차(3조3552억원·43.7%)와 기아(1조8100억원·29.0%), 삼성전자(39조2621억원·19.9%), SK하이닉스(4조8794억원·110.7%) 등 한국 수출을 이끄는 주력 기업과 업종들의 재고 규모가 작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자동차·부품 업종도 뜯어보면 상황이 여유롭진 않다. 현대자동차 양재동 본사 모습 /연합뉴스

늦어지는 반도체 경기 회복 체감경기 뚝
한은 “경기 불확실” 秋 “중국 영향 미미”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전산, 제조업, 비제조업까지 전달보다 더 나빠졌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제조업 업황 BSI는 전월보다 5포인트 하락한 67을 기록했다. 전산업은 3포인트 하락한 71, 비제조업은 1포인트 하락한 75다.

BSI는 기업체가 느끼는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다.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경기 악화를 예상하는 기업이 호전될 것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음을, 100보다 높으면 경기호전을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 규모별로 보더라도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BSI의 10년 장기평균치를 훨씬 하회했다. 대기업은 평균 BSI가 85지만 이달 70을 나타냈고 이는 전망치인 71도 밑돌았다. 중소기업의 경우 평균 BSI가 74이지만 이달 64로 크게 차이가 벌어졌다. 이는 전달(72)보다 8포인트나 하락한 수치며 전망치(67)보다 3포인트 더 떨어졌다.

수출이 열 달째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기업 BSI는 64로 중소기업과 같은 수치를 보였다. 수출기업 10년 장기평균치는 83이다. 벌어진 격차만큼 기업인들의 경기 냉각 심리를 나타낸다. /한국은행

수출이 열 달째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기업 BSI는 64로 중소기업과 같은 수치를 보였다. 수출기업 10년 장기평균치는 83이다. 벌어진 격차만큼 기업인들의 경기 냉각 심리를 나타낸다.

이와 관련해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제조업 중에서도 중소기업 BSI가 많이 하락했는데 그 이유는 비중이 큰 전자, 영상, 통신장비 업종에서 반도체 설비, PCB(인쇄회로) 기판 제조 등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의 업황 실적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중국발 리스크 등 수출 회복을 지연하는 요인들로 인해 주력사업 부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면서 “(9월 BSI 하락 가능성은) 이런 요인들이 전환되면서 반등의 기미가 있는지 계속해서 모니터링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 수출 주력 상품인 반도체 수급 악화와 그에 따른 재고 급증으로 기업은 아직 힘들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상저하고’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전날 추 부총리는 이달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고 본격적으로 수출도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경기 회복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분석되는 부동산 시장 침체도 큰 문제로 보지 않았다.

추 부총리는 이달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고 본격적으로 수출도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경기 회복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분석되는 부동산 시장 침체도 큰 문제로 보지 않았다. /연합뉴스

추 부총리는 “올해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2배 정도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게 모든 기관의 대체적인 추세 전망”이라면서 “아직은 중국 당국의 대응, 금융회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므로 ‘중국 경제에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것이 우리 경제에 매우 큰 문제가 된다’라고 판단하기는 굉장히 이르다”고 주장했다. 또 “부동산 문제 또한 우리의 중국에 대한 노출 정도가 굉장히 미미하기에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본지에 “정부는 경제 심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전망 내는 거 꺼린다. 중국도 경제 전문가한테 부정적으로 이야기하지 말라고 지시한다”면서 “부정적인 전망은 소비심리를 실제 얼어붙게 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고 반대로 긍정적인 전망은 위기 대응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