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 여성안심귀갓길 예산 삭감 주도 최연소 구의원 최인호 구설
고교 때 정치편향 교사 비판 유명세 페미니즘=괴물이라며 反페미 활동 관악구 잇딴 여성 범죄에 사퇴 압력
"대한민국은 몰카천국이 아니고, 남성들의 강간 카르텔이 만연하지도 않다. 오히려 치안이 좋고, 객관적으로 굉장히 안전한 나라다. 관악구에서 불법 촬영 감시 및 점검을 위해 사용하는 예산 6412만원을 전액 삭감하겠다."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일대에서 흉악 범죄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여성안심귀갓길' 예산 삭감을 추진해 구설수에 오른 관악구의원 최인호 씨가 과거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비판을 피해망상으로 규정해온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커지고 있다.
20일 관악구의회 홈페이지 '의회에 바란다' 판에는 최씨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1000여건 가까이 올라오고 있다. 관악구 신림동 성폭행 살인 사건에 이어 같은 구 봉천동에서 10대 여학생이 나흘째 실종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본인 인증을 하면 사는 지역과 상관없이 글을 올릴 수 있는 해당 사이트엔 시민들의 보행 안전 예산 삭감을 주장한 자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이 멈추지 않는다. 아울러 여성가족부 폐지를 목적으로 극단적인 반페미 운동을 펼치며 여당의 공천까지 받을 수 있었던 최씨의 정치적 배경도 거론되고 있다.
만 20세 최연소 구의원인 최씨는 지난해 6·1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관악구 가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는데, 이에 앞서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재학 시절인 2019년 교사들이 정치 편향 교육을 한다는 폭로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당시 그는 인헌고 교사들이 교내 마라톤행사에서 학생들에게 반일 구호를 외치도록 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페이스북 등에 올리는가 하면 이듬해 1월엔 학교수호연합이란 단체를 조직해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하다 경찰과 충돌해 응급실로 실려가 화제가 됐다.
2019년 말 바른인권여성연합의 한 포럼에서의 최씨의 발언을 보면 당시 인헌고가 페미니즘을 비판하기 위해 만든 자신의 동아리를 강제 폐쇄 조치한 것이 극우 성향의 정치 활동에 나선 이유로 파악된다. 보수 진영에서 명성을 얻은 최씨는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본부 양성평등특별위원장으로 임명받는다.
또 여성혐오 주장은 곧 피해망상이라는 극단적 반페미 성향은 이경옥 여성의당 경남도당위원장과의 소송에서도 잘 드러난다. <페미니즘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의 저자로 당시 최 씨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김소연 변호사는 최후 변론에서 경남 창원 식당 여주인 살인사건에 대한 비참한 심정을 표현한 이 위원장의 트위터 글을 "피해망상증상"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또 이번 논란 과정에서 최씨가 특정 여성에게 10여분간 쉬지 않고 일방적으로 혐오적 욕설을 퍼붓는 녹취도 공개됐다. 제보자는 "당시에는 1 대 1 대화였고 대화의 한쪽 주체가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어서 공개하지 않았으나 저열한 언어 속에 여성에 대한 최씨의 견해가 무척이나 선명하게 담겨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 관악구 신림동 등산로 강간살인 사건은 지난 17일 오전 11시 44분께 인적이 드문 공원의 둘레길에서 벌어진 범죄다. 지난 4월부터 성폭행을 계획한 범인은 폐쇄회로(CC)TV가 없는 점을 노려 범행 장소를 택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초등학교 교사인 30대 여성은 의식 불명 상태로 서울 시내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지난 19일 오후 3시 40분께 끝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