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기 더봄] 은퇴 자금 얼마나 있어야 할까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 목돈이 아니라 현금 흐름이 필요 돈만 있으면 노후 준비 다 된 걸까 인생 2막은 꿈을 실행하는 시기 행복한 인생 2막을 사는 법

2023-08-24     백만기 위례인생학교 교장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이 제일 고민하는 것은 역시 돈이다. 지금처럼 정기적으로 돈을 벌지 않더라도 과연 먹고 살 수 있을지가 걱정스럽다. 그렇다면 노후 생활을 위해서 돈은 얼마나 있어야 할까? 어느 금융회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노후 자금으로 7억 또는 10억이 필요하다고 한다. 20억이라고 주장하는 회사도 있다. 정말 이렇게 큰돈이 필요할까.

어느 은행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은퇴 후 부부 두 사람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평균 월 2백만원의 생활비가 든다고 한다. 만약 정기예금의 금리가 연 3.5%라면 7억원을 예치했을 때 월 2백만원의 이자를 받는다. 금융회사에서 노후 자금으로 7억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런 논리에서 나온 것이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것은 자사의 금융상품을 팔기 위한 공포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부지런히 돈을 모아 자기 회사에 맡기면 월 이자로 그만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노후 생활을 하기 위하여 7억원의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적정생활비에 상응하는 월 2백만원이 나올 수 있게 현금흐름을 만들면 된다.

목돈보다 생활비에 상응하는 현금흐름을 만들면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어떻게 이런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을까? 직장생활을 정상적으로 한 사람이라면 국민연금을 통해 월 1백만원 정도의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 국민연금으로 적정생활비의 반은 해결하는 셈이다. 그리고 정년이 되었을 때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집 한 채 정도는 갖고 있을 것이다.

노후에 이 집을 주택연금에 위탁하면 또 월 1백만원의 현금흐름을 얻을 수 있다. 그러니까 국민연금과 주택연금을 이용하여 최소한 은퇴 후의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금융회사의 얘기만 듣고 노후 준비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며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다만 정년 때까지 직장에서 근무하는 것이 공기업이 아닌 민간기업에서는 쉽지 않다. 조사에 의하면 주된 사업장에서 퇴직하는 나이가 50세라는 통계도 있다. 그래서 별도로 저축을 통해 부족한 자금을 준비해야 한다. 저축은 소비 후에 남은 금액을 예금하는 것이 아니고 월급의 일정 부분을 미리 예금하고 생활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정작 가격이 비싼 것은 생필품이 아니고 사치품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생활비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 물론 소비는 하방경직성이 있어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그래서 은퇴 전에 미리 소비수준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검소한 생활을 하겠다고 작정하면 살아가는데 큰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사실 우리가 생을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비싸지 않다. 정작 가격이 비싼 것들은 생필품이 아니고 없어도 그만인 사치품들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미루나 루이스는 60세 이후에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결정을 45세 이전에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이 50세가 되어서는 그동안 익숙해진 생활에 변화를 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노후를 의미 있게 보내려면 40대부터 어떻게 삶의 부담을 줄여야 하고, 어떻게 생활을 단순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인생 후반전 계획을 세워야 한다.​

돈만 있으면 노후 준비가 다 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돈은 그중의 하나일 뿐이다. 인생 2막을 살기 위해선 할 일이 있어야 한다. 일은 자존감을 지켜주고 생명력을 유지해 주는 힘이다. 다만 그 일이 먹고 사느라 어쩔 수 없이 했던 일이 아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어야 한다. ​​

성인 남녀 70%가 꿈이 있다고 답했다. /백만기

세계적인 투자가 조지 소로스의 어릴 적 꿈은 철학자였다. 그러나 돈을 버느라 철학자가 되지는 못했다. 그는 자신이 철학자가 될 수 있다면 그가 모은 전 재산을 바꾸어도 좋다고 한다. 사실 생이 얼마 남지 않은 그에게 돈이 뭐가 그리 중요하겠는가. 인생 2막은 자신이 꿈꾸던 일을 비로소 실현하는 시기다. 그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면 더욱 좋다.​​

어느 조사기관에서 성인남녀 2000명에게 어릴 적 꿈에 대한 설문을 조사한 적이 있다. 대상자의 78%가 어린 시절 꿈이 있다고 했다. 그 꿈을 이루었냐는 설문에 4%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지금도 꿈을 가지고 있냐는 설문에 70%가 그렇다고 답했다.​

호스피스 병동에 가보니 죽어가는 사람이 후회하는 건 돈을 더 많이 모았으면, 더 높은 지위에 올랐으면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후회한 것은 남이 원하는 삶을 사느라 정작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것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