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은행 노리는 머스크의 트위터 그 이름은 'X'···평가는 회의적?
메신저·결제·티켓·배달 하나로 모은 슈퍼 앱 현 가치 200억달러→2500억달러 성장 포부 금융규제 환경·사용자 성향에 성공은 ‘글쎄’ 전통은행 빅테크 위협에 새 기회 모색해야
전기차 시장 판도를 뒤흔든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탈 것’을 넘어 금융업에 도전한다. 이 밖에도 배달, 차량 호출 등 소비자의 생활 전반을 영업 영역에 편입시키려 시도 중이다. 편입 도구는 바로 작년에 인수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다. 트위터를 수천억 달러 가치의 슈퍼 앱으로 진화시키겠다는 포부다.
그러나 업계에선 머스크의 도전에 대한 전망을 머스크만큼 장밋빛으로 보진 않는다. 아직은 머스크가 전통은행 영업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긴 어렵다는 것이다.
16일 국제금융센터가 공개한 ‘트위터(현재 'X')의 금융 플랫폼 탑재 계획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머스크의 트위터에 대한 금융기능 탑재 계획이 긍정적인 전망도 일부 있지만 회의론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머스크는 지난달 24일 트위터 사명과 로고를 'X'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X에 대해 핵심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나아가 ‘슈퍼 앱’으로 발전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소비자가 일상에서 필요한 대부분의 기능을 X로 통합시키겠다는 것이다. 즉 메신저, 소셜 미디어 등 기존 트위터 기능과 더불어 결제, 구독, 음식 배달, 티켓, 차량 호출 등을 X에 담겠다는 것인데 이는 중국 ‘텐센트사’의 ‘위챗’을 목표로 한다는 머스크 발언과 일치한다.
머스크는 2023년 3월 기준 트위터의 가치를 200억 달러로 책정했다. 그는 지금의 10배가 넘는 2500억 달러(한화 약 335조50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회사로 키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 결제 부문의 경우 5년 후인 2028년까지 13억 달러 수익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그러나 시장은 머스크의 비전이 현실화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X 내부 상황과 △비우호적인 금융규제 환경 그리고 △사용자의 성향 등이 X의 성공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먼저 X의 자체적인 불안정성이 부정적인 전망의 근거가 된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후 기존 직원 약 80%를 해고했다. 또 운영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광고주가 떠나면서 광고 수익이 50% 급감했다. 일련의 상황은 X가 금융기능 개발 및 슈퍼 앱으로의 대대적인 전환을 하는데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대규모의 인력과 자본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 미국 내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성공사례가 없다는 점도 장애다. 금융서비스가 당국의 규제 및 승인 등 제약이 많은 산업인 동시에 전통은행 등 기존 사업자의 영업 틈새를 파고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선배 기업이 뛰어들었지만 실패했다.
송금 서비스 등을 목적으로 암호화폐 발행을 추진했던 페이스북의 Libra, 은행과 연계를 통해 계좌서비스를 제공하려 했던 구글의 Plex 등 기존 빅테크들의 시도는 모두 시도로만 끝났다. 이는 산업 내 펜스보다 미국인의 슈퍼 앱 불신이 가장 큰 장애라는 점을 보여준다.
아시아에서는 머스크가 지향점으로 삼는 중국의 위챗을 포함해 동남아시아의 그랩, 한국의 카카오 등이 크게 성공했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자신의 정보를 하나의 앱에 집중하는 것에 경계심을 갖고 있다. 또 미국인들은 금융거래에 있어 소셜미디어에 대한 신뢰도도 낮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슈퍼 앱이 아직까지 성공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런데도 머스크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일부 시각도 있다. 머스크가 사업 초기의 어려움에도 테슬라나 스페이스X 등을 성공으로 이끈 점에 주목한다. 이들은 사업 아이템에 대한 성공 가능성보다는 개인의 비범함에서 가능성을 찾고 있다.
한편 머스크는 20여 년 전부터 은행업을 영위하고 싶어 했다. 심지어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당시에도 SVB 매입에 관심을 보였다.
머스크는 1999년 인터넷 은행 X.com을 설립했다. 이후 송금 서비스 PayPal을 개발한 칸피니티(Confinity)와 합병 후 이 회사의 CEO가 된 머스크는 사명을 X로 변경하려 했으나 무산됐고 이후 해임됐다. 20여 년이 지난 후 머스크는 X.com 도메인을 PayPal로부터 샀고 결국 2022년 9월 트위터 인수 후 리브랜딩에 적용했다.
전통은행 ‘X’ 위협 크지 않겠지만
빅테크 공격적인 위협에 대응 필요
“은행만의 신뢰도와 안전성 제고”
X가 미국 전통은행의 기존 영업 파이를 뺏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통은행은 빅테크의 위협에 대응해 새 기회를 모색하고 고유 경쟁력을 유지, 강화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안이할 때 위기가 온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다수의 대형 빅테크가 금융업에 진출한 국내 전통은행 등 금융기관이 귀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글로벌은행 부장은 이 보고서를 통해 “은행은 금융업에 진출하는 빅테크 등의 위협 속에서 적극적으로 협업을 고려하고 신속하게 준비함으로써 변화된 환경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신규 사업의 구상 및 디지털 역량 심화 등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할 여러 기회를 타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객의 신뢰와 금융 전문성은 단순히 기술과 혁신만으로는 단기간 내에 구축하기 힘든 은행 고유의 경쟁력이다”라면서 “서비스의 신뢰도와 안전성을 제고하고 금융 규제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자구 노력이 긴요하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