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사망 수사 번복에 외압성 지시 정황 드러나

자신이 결제한 수사 결과 번복한 이종섭 "임성근 특정인 지칭 없었다"며 버티기 스피커폰으로 함께 들은 증인 2명 등장

2023-08-17     이상헌 기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앞)과 신범철 차관이 지난 5월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위해 현충탑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수사 결과 보고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번복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외압성 지시가 존재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국방부가 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대령)에게 집단항명 수괴 죄를 적용하기에 앞서 장관 결제 문건 존재 사실을 두고 내부 논의를 진행한 것도 미심쩍은 부분이다.

17일 KBS 보도에 따르면 채 상병 사건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가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 전 대령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통화 녹취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유 법무관리관이 박 전 대령과 옥신각신하는 통화 전후 신범철 차관과 논의를 진행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박 전 수사단장의 법률대리인인 김경호 변호사는 "수사단장과 (유재은) 법무관리관과의 직접적인 녹취는 없다"고 밝혔다. 유 법무관리관은 지난 1일 박 전 수사단장과의 통화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제목을 빼라"고 언급한 당사자로 지목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박 전 수사단장과 법무관리관의 통화는 스피커폰으로 이뤄졌고 당시 중앙수사대장인 박 모 중령과 중앙수사대 지도관인 최 모 준위가 함께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수사단장이) 사령관실에서 다소 언성을 높여 법무관리관과 통화한 다음 중앙수사대장 집무실에서 함께 이 문제를 논의하던 중 수사단장이 법무관리관에게 전화를 하게 되었다"며 "(박 모 중령과 최 모 준위는) 상황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스피커폰으로 같이 듣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어 "법무관리관이 장관의 결재 본이 존재한다는 수사단장의 이야기를 듣고 '(신범철) 차관과 이야기해 보겠다'며 전화를 끊었고, 이후 (박 전 수사단장이) 국방부에서 말하는 대로 하면 수사서류 왜곡이고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일지 /여성경제신문

박 전 수사단장 측이 전일 공개한 당시 수사 사건 보고서를 보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7월 28일), 이종호 참모총장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7월 30일) 결재가 마무리됐지만 갑자기 하루 만에 '보류' 판정을 받았다. 문서로 정식 보고 절차를 밟았던 수사 결과가 구두만으로 무효가 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장관 결제 사실과 관련해  신범철 차관과 유재인 법무관리관 간의 논의가 있었고 이는 김계환 사령관에게 전달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신범철 차관은 "이첩을 보류하라는 장관 지시 사항만 전했을 뿐"이라며 맞서고 있다. 국방부 역시 "김계환 사령관이 문자메시지를 읽어 줬다"는 박 전 수사단장 발언의 사실관계에만 초점을 맞춰 "신 차관은 해병대 사령관에게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고와 관련한 문자를 보낸 적이 없음은 물론이고, 특정인(임성근 사단장 제외 사실)을 언급한 바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