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더봄] 경험이 주는 지혜에 공감했어요

[김현주의 텐션업 갱년기] ‘댄스가수 유랑단’의 김완선과 엄정화를 보며 선배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다

2023-08-15     김현주 공공기관인, 전 매거진 편집장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우리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던 댄스 가수 5명이 함께한 프로그램 ‘댄스가수 유랑단’이 종영했다. /사진=tvN

레전드 댄스 가수들이 전국 투어를 한다. 이효리를 중심으로 김완선, 엄정화, 보아, 화사까지 이름만 들어도 입이 벌어지는 그녀들이 ‘유랑단’이란 이름으로 전국을 다니며 공연을 하고, 그 내용이 방송화된다는 걸 알았을 때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20대에서 50대까지 세대는 다르지만 춤, 노래, 가수라는 직업 안에서 소통하고 이해하고 존중하는 스토리에 대한 예측과 이전에 좋아했던 그녀들의 곡을 다시 라이브로 들어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 물론 김태호 PD가 연출했던  ‘싹쓰리’, ‘환불원정대’에 이어지는 이효리가 등장했던 이전 방송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겠다는 짐작도 있었다. 

이후 3개월 동안 그 댄스 가수들이 학교, 공원, 시장 등 일상 속 장소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춤을 추며 무대를 꾸리는 모습을 브라운관을 통해 볼 수 있었다. 매번 챙겨보지는 못했지만 어쩌다 마주한 그녀들은 지역별로 마련된 무대의 소중함을 느끼며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그렇게 무대에 오른 서로를 격려하고 축하했다.

추억을 소환하는 그 시절 히트곡들이 매 회 펼쳐진다는 것 외에 새로움이 없었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이 프로그램은 무대를 만들기 위한 무대 밖 모습들을 농밀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1980년대부터 2023년 현재까지 당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댄스 가수들이 모인 이 프로그램에서 나의 눈길을 끈 건 데뷔 30년이 훌쩍 넘은 김완선과 엄정화였다. 지난 주 방송된 마지막 회 무대에서 그 둘이 신곡을 선보였을 때에는 멋지게 마무리를 해 준 두 가수에게 진심을 담아 박수를 보냈다.   

방송을 통해 보여진 김완선과 엄정화의 모습은 한 분야에 오랫동안 몸 담은 선배가 보여줄 수 있는 미덕이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사진=엄정화 인스타그램(@umaizing)

방송을 보면서 오랜 경험을 가진 두 사람이 전한 영감에 수없이 고개를 끄떡였던 것 같다. 우선 주어진 기회의 소중함을 알고 최선을 다해 시도한다는 것! 넉넉하지 않은 시간임에도 신곡을 만들어 발표한 것도 그런 두 사람의 마음을 잘 보여준다. 본인들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인정하고 배워가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파워풀한 춤의 대명사 김완선은 신곡 ‘LAST KISS’를 작업하며 아이돌 뮤지션들의 동작을 배우고, 신곡 ‘DISCO ENERGY’ 안무 연습 기간 동안 엄정화는 댄서 동료들에게 “12시까지만 하자, 한 번 더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말하며 몸에 익을 때까지 쉬지 않는다. 

한 분야에서 삼십 년 이상 몰두하며 일해왔다는 건, 그 긴 시간동안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을 겪어냈다는 말과 같다. 그래서 그 길을 가고 있는 후배들의 현재를 이해하고 필요한 조언과 응원을 해 줄 수 있다. 그리고 현재의 자신들의 모습이 앞으로 후배들이 만나게 될 시간들이란 것도 잘 안다.

“니 마음을 따라가”, “관심의 중심에 있어 버거울 때도 있겠지만 스스로를 믿고 꽃을 피우기를 바래”라고 전한 김완선과 엄정화의 응원이 가볍지 않은 건 그 때문이다.

이런 말을 해 줄 수 있는 든든한 선배가 있다는 건 후배들에게도 현재를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엄정화 팀의 한 댄서는 그녀와 함께 무대를 하면서 춤을 처음 시작하던 시절 그저 좋고 즐거워서 춤을 췄던 순수했던 마음으로 돌아간 것 같아 눈물이 난 적이 있다고 고백한다. 보아는 김완선을 보며 나도 그 나이가 되어도 저렇게 멋진 춤을 출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용기를 얻었다고 말한다.  

연륜이 있다는 것은 중요한 것과 고마운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에 대해 표현하는 것에 진심을 다할 수 있다는 거다. “효리야 덕분에 이렇게 멋진 경험과 추억을 가질 수 있게 되어서 너무 너무 고마워”, “나도 효리에게 길이 될 수 있어서 좋았고, 효리가 내 손을 잡아줘서 너무너무 좋았어” ‘댄스가수 유랑단’이란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이끌어간 이효리에게 전한 인사만 들어도 알 수 있다.

노력하고 있는 서로에 대한 격려와 지지도 마음에 남았다.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늘 완선만의 음악을 해 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앞으로의 완선의 시간은 더 다른 빛나는 무대가 될 것 같아, 그 시간을 내가 응원하고 함께 같이 가자” “내가 사랑한다는 말을 잘 못하는 편인데 정화한테만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친구야, 내가 좀 힘들고 투정부리고 싶고 위로 받고 싶을 때 연락할 테니까 잘 받아줘.”

이 두 가수가 ‘현재진행형’의 가수로서 다시 한번 도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 역시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오랜 시간 한 분야에서 일을 해 온 나는 후배들에게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지, 현재의 나를 만들어 가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며 살고 있는지 돌아보면서 말이다. ‘길을 만드는 마음으로 돌파하려고 한다’는 그녀들을 응원하며 이참에 나도 내 길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