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인권 교육 외면 국회사무처···앞으로도 손 놓겠다는 뜻 시사
성폭력·약자 비하·차별 발언 온상인데 인권 교육 개설 요구에 검토 필요 운운
국회의정연수원이 실시하는 연간 교육과정에 '인권 교육 과정'을 개설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국회 사무처가 사실상 반려했다. 정무·별정직 공무원의 인권 교육 프로그램을 자진해서 마련해야 할 장관급 부처가 앞으로도 손 놓고 있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9일 국회 사무처 등에 따르면 국가인권위는 앞서 "국회가 인권 교육 과정 개설을 좀 더 전향적으로 검토·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국회 사무처는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가인권위는 지난해 11월 △입법기관의 인권 역량 강화를 위한 인권 교육 의무화 △국회의원 및 의원 보좌진 법정의무교육 이수율 제고 방안 마련 △정당의 인권 교육 제도화 및 실효적 이행방안 마련을 국회의장과 국회 사무총장, 5개 원내정당에 권고했다.
국회의원과 국회 구성 공무원은 입법 관련 업무를 행하고 있어 높은 인권 감수성이 요구되지만 국회의원들의 성폭력 논란, 여성·장애인·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에 대한 비하, 차별적 발언으로 국민의 공분을 사는 경우가 반복되면서다.
이번에 국가인권위는 국회의장에게 국회의원과 의원 보좌진 등이 법정 의무 교육 대상의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 특성에 맞는 인권 역량 강화 교육 이수 의무를 규정하라고 했다. 아울러 국회 사무총장에게는 인권 교육 과정을 개설하고, 법정 의무 교육 이수율 제고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국회 내 각 정당 대표에게도 국회 선출직과 당직자 등을 대상으로 인권 교육 이수 의무를 명문화하고 이행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국가인권위 권고에 원내 5개 정당과 국회의장은 긍정적으로 답했지만 국회 사무처는 "인권 교육 과정 개설은 교육의 내용·방식·시기 등에 대한 충분한 연구·조사 및 업무 소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일부적인 수용에 그쳤다.
국회 사무처가 의원과 보좌진 등 정무·별정직 공무원에 대한 교육을 소홀히 하면서 국회 내 인권 교육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법정의무교육인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 이수율은 2019년 국회의원과 의원 보좌진 모두 0%였다. 이듬해 각각 24%, 18.24%로 올랐지만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특히 국회의정연수원에서 실시하는 성인지 교육의 경우 선출직인 국회의원을 아예 제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