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정상화 고심하는 정부···'민생 강조' 野도 반대 안 해

세수 펑크에 인하 종료 검토 리터당 200원 오를 가능성 국민의힘, 총선 여파 고려

2023-08-03     이상무 기자
지난달 2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모습. 휘발유 가격이 1666원으로 고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이달 중 종료를 앞둔 유류세 인하 조치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에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세수 확보 필요성에 부분적으로 공감해서 반대하지 않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리터)당 1653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초 1569원과 비교하면 84원이 오른 것이다. 경유 가격도 지난달 초 1380원에서 1467원으로 87원 상승했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바로 종료될 경우 현재 기준 휘발유는 리터당 200원, 경유는 210원가량 오를 수 있다. 유류세 인하는 당초 4월 말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정부는 민생을 우선 고려해 4개월 동안 제도를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는 2021년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 기름값이 휘발유 기준 리터(ℓ)당 1800원을 넘어서자 그해 11월부터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시행했다가 이듬해 3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서자 인하 폭을 30%로 높였고 같은 해 7월엔 37%로 재차 상향 조정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국제 유가가 낮아지면서 휘발유 인하율을 다시 25%로 축소했고, 경유·LPG(액화천연가스) 부탄 인하율은 37%를 유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로 지난해에만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관련 세수가 5조5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류세를 정상화하면 5조원 이상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하려는 인식의 배경엔 올해 상반기에만 40조원에 달하는 ‘세수 펑크’가 발생하면서 생긴 재정 악화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반면 기름값 인상에 따른 서민 부담 증가는 인하 조치 연장 필요성에 힘을 싣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정부가 유류세를 8월에 원상 복귀시키지 않을까 싶다"며 "서민 부담이 있을 거 같은데 세수가 워낙 부족해서 고민이 많을 거다. (야당이) 특별히 반대하는 입장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정부의 유류세 인하 폐지 추진에 반대한 바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4월 "민생경제 고통이 극심한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 폐지는 서민 증세"라며 "초(超)부자 감세하느라 구멍 난 나라 살림을 왜 서민들 지갑으로 채우느냐"고 주장했다.

안정세로 접어들었던 국제 유가가 최근 들어 다시 꿈틀거리는 점이 변수다. 최근 비(非)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의 감산 우려와 미국 재고 감소 등이 겹치면서 브렌트유와 두바이유 모두 배럴당 80달러대를 넘었다. 향후 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인 점을 야당도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일단 기재부의 발표를 기다려 본다는 입장이다. 류성걸 국민의힘 기재위 간사는 본지에 "현재로서는 유류세 인하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정부로부터 들은 게 없다"며 "정부가 판단을 해서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사후적이라도 우리 기재위에 보고를 한다든지 또는 당과 협의를 한다든지 이런 부분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부적으로는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유류세 인하 종료를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기름값 상승률이 상당히 클 우려가 있어 총선 전 인하 폭을 조정하도록 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