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설 입소 대기 장애인 전국 1223명···'동반자살' 사각지대 놓였다

입소 대기자 대부분 '심한 장애' 업계 '지역사회 서비스 확충 없이 추진된 정부의 시설 소규모화 정책이 원인' 전문가 "거주 다양화 통해 선택권 보장해야"

2023-08-01     김현우 기자
​지난 1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국장애인거주시설부모회가 '탈시설' 정책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최근 4년간 장애인 시설에 입소하고 싶어도 들어가지 못하는 '시설 입소 대기 장애인'이 전국에 누적 12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대다수는 일상생활이 매우 어려운 지적·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어 지역사회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일 여성경제신문이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장애인 거주시설 입소 적격 판정을 받았지만 입소하지 못한 장애인이 전국에 1223명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시설 입소 대기자는 195명, 2020년엔 508명, 2021년 843명, 2022년 1056명 2022년 6월 기준 1223명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시설 입소 대기자는 늘어나고 있다. 

장애인 거주시설 입소 적격자 중 미입소 현황(누적). /이종성 의원실, 보건복지부

시설 입소 대기 장애인이 해마다 크게 증가하는 이유로는 지역사회에서 충분한 복지서비스를 확충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의 무리한 탈시설 정책에 따른 시설 소규모화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 정석왕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소식이 있다"며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가 자녀와 함께 동반자살을 했다는 소식이다. 모두 시설 입소 대기자들의 이야기다. 정부가 시설을 10년 안에 폐쇄해야 한다는 입법안을 발의하고 난 뒤 장애인 시설 소규모화를 진행하면서 입소 정원이 줄었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사각지대에 중증·최중증 장애인이 묶여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달장애인 가족 433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9.8%가 극단적 선택을 고민했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 중 26.3%(1139명)는 하루 20시간 이상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응답자 중 실제 20시간 이상 지원 서비스를 받는다고 답한 이들은 0.1%(4명)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탈시설 정책을 적극 추진 중이다. 올해는 탈시설 시범 프로젝트가 진행된 지 1년이 되는 시점이다. 지난해 1월 보건복지부는 탈시설 시행에 동참할 지역을 공모했고 3월에는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제주, 경북 경주, 전북 전주, 전남 화순, 충남 서산 등 총 10곳의 지자체가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가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입소 대기자 지역별 명단. 대부분이 '심한 장애'를 앓고 있다. /이종성 의원실, 보건복지부

최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전달받은 '10개 지역 정부 탈시설 시범 프로젝트 진행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기준 대구, 부산, 경주, 제주, 전주, 인천, 화순 등 7곳 지역에서 35명이 지역 사회 내 자립에 성공했다고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장애인 복지 관련 교수 A씨는 "장애인이 지자체 탈시설 조례에 따라 시설에서 나와 장애인지원주택이나 장애인 자립생활 주택으로 옮겨 갈 경우 해당 조례에는 장애인복지법과 같은 시설기준이 전혀 없다"며 "영리를 추구하는 이들 주택 운영사업자가 법이 규정한 기준보다 더 나은 시설을 설치할 이유는 없는 만큼, 결국 장애인들은 탈시설로 인해 서비스 악화를 경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사회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장애인들의 지원주택과 자립생활 주택 시설기준을 없앰으로써 국가는 장애인들이 더 열악한 환경으로 전락하도록 방치해 사실상 장애인 보호에 대한 헌법상 의무마저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종성 의원은 "장애인 자립을 위해서는 장애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환경 및 여러 요인들에 기반한 적절한 서비스의 지원이 필수요건이라 할 수 있다"며 "장애인의 단계적인 사회통합을 위한 조화로운 정책의 추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장애인을 더 큰 위험에 내몰 수 있다. 장애인의 주거 선택권을 보장하고 다양한 지원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