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세] 모바일 게임 ‘현질’에 빠진 청소년
한 달 용돈 하루 만에 다 쓰고 부모 카드로 긁고
여성경제신문이 연재하는 [청년이 보는 세상] 이번 편은 고려대에 개설된 '고려대 미디어 아카데미(KUMA)' 7기 수강생들이 작성한 기사입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쿠마를 지도하는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와 수강생들의 동의 하에 기사를 [청세]에 게재합니다. [편집자주]
미성년 자녀가 컴퓨터 게임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는 문제로 인해 부모와 자녀 사이에 자주 갈등이 발생한다. 최근 게임으로 인한 또 다른 갈등 이유가 존재한다. 청소년이 모바일 게임 머니를 충전하기 위해 과도한 현금을 무리해서 쓰는 이른바 ‘현질’이다.
미성년자 사이에서는 PC게임 현질보다 모바일 게임 현질이 더 편해 결제 장벽이 낮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H 중학교 2학년 김모(14) 군은 “PC게임에서 현질 하려면 보통 카드 결제로 한다. 근데 체크카드는 결제 한도가 걸려있어 한 번에 많은 돈을 쓰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모바일 게임은 굳이 PC방을 가지 않아도 된다. 결제도 문화상품권을 등록하면 된다. 편의점에서 구글 플레이 카드를 살 수도 있다. 카드 결제보다 많은 돈을 충전할 수 있다. 결제 내용이 부모한테 가지 않아 들키지 않고 충전할 수 있다.”
수집형 게임, 아이돌 게임, 육성게임
보통 게임 내 캐릭터의 레벨이 높을수록 게임 이용자들한테 인정받고, 자신이 키운 캐릭터의 강함을 과시할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높은 레벨에 도달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원하는 캐릭터를 바로 갖고 싶어 현실을 하는 편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H 중학교 2학년 조 모(14) 군은 K사 수집형 RPG 게임에서 가장 많이 현질 했다고 했다. 이 게임은 각기 다른 쿠키 캐릭터를 통해 자기 왕국을 꾸미고 다른 이용자와 협업 전투를 해 높은 점수를 노린다.
조 군은 “친구들보다 높은 점수를 얻고 싶은 마음보다 내가 원하는 캐릭터를 빨리 뽑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라며 “현질로 원하는 캐릭터를 뽑으니 게임이 더 재밌어졌다”라고 말했다.
특정 게임 캐릭터의 팬이어서 금액에 상관없이 현질로 그 캐릭터를 무조건 뽑기도 한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J 여자 중학교 3학년 서모(15) 양은 “최근 H사 아이돌 프로듀스 게임에 빠져있다. 나는 S 캐릭터의 팬이다. 팬이라면 무조건 이번에 새로 나온 옷을 입고 있는 버전의 S 캐릭터 카드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게임은 아이돌 캐릭터들의 스토리와 캐릭터 카드 모으기를 중심으로 한 모바일 게임이다. 서 양은 “한 달 용돈이 15만 원인데 하루 만에 다 썼다. 그런데도 부족해서 부모님 카드로 구글 플레이 카드를 샀다”고 말했다.
인권캐 리스트
모바일 게임을 하는 여러 청소년은 현질 하는 다른 이용자로부터 영향을 받아 현질을 한다. H 중학교 2학년 김모(14) 군은 최근 C사의 육성게임에 빠져있다. 경주마 캐릭터를 훈련하고 육성해 게임 내 레이스에서 승리하는 것이 목표다. 김 군은 C사 게임 이용자들이 만든 커뮤니티에서 ‘이번에 꼭 뽑아야 하는 인권캐 리스트’ 게시글을 보여줬다.
‘인권캐’란 인권이 당연히 존재하는 것처럼, 게임을 즐기기 위해 당연히 소지하고 있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캐릭터다. 랜덤 뽑기 요소가 있는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주로 통용되는 용어이다. 김 군은 인권캐 5개 중 2개를 갖고 있다.
“등급 낮으면 안 받아줘서”
“나는 처음엔 인권 캐릭터를 뽑으려고 현금을 내지 않았다. 그냥 게임 출석 포인트를 모아 가끔 한 번 뽑아보는 식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플레이하니 점수도 안 나오고 재미가 없었다. 인권캐가 하나도 없으니 게임 등급이 항상 낮았고 들어가고 싶은 (게임 내) 서클에서도 안 받아줬다. 서클은 높은 등급의 이용자만 받아주기 때문이다. 이번 용돈도 거의 다 써서 이제 못 뽑지만, 용돈 받자마자 인권캐 뽑는 데 써야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2년 모바일 게임 이용자 37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에 지출하는 월평균 비용은 1만5000원으로 전년도 대비 상승했다. 1만~3만 원을 지출한다는 응답이 34.2%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취재 결과, 모바일 게임에 월 10만 원 이상 지출하는 미성년자를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자제력 잃고 현질”
일상생활에 무리가 되지 않는 적당한 현질은 게임 플레이를 재밌게 하고 학업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미성년자 학생은 자주 자제력을 잃었다. J 여중 3학년 장 모(15) 양은 “게임 현질을 한 이후로 용돈 관리가 어려워졌다. 한 캐릭터를 뽑고 나면 교통비까지 다 쓰게 된다”고 말했다.
장 양은 “처음 시작할 때는 횟수를 정해두고 돈을 충전했는데 이제는 뽑을 때까지 무리해서 돈을 충전한다. 나중에 잔액 확인하면서 충격받은 적이 많다”고 했다.
김선아 고려대학교 대학원 미디어학과 졸업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