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더봄] 코로나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확진 판정을 받았어요

[김현주의 텐션업 갱년기] 일상회복 선언 후 첫 코로나19 양성 판정 엔데믹 시대 방역의 어려움을 느끼다

2023-08-01     김현주 공공기관인, 전 매거진 편집장
일상회복이 되었다고 긴장을 풀었더니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게 됐다. 첫 코로나 확진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양성이 나왔네요. 여기 계시면 처방전 가져다드릴께요.” 간호사가 내가 앉아있는 자리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건넸다. “그래요? 증상이 심하지는 않았는데…” “지금부터는 다른 분들과 격리해 주시는 게 좋아요. 집에 가셔서도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시작된 때부터 지금까지 3년 동안 한 번도 안 걸렸고 남편과 아이가 확진됐을 때도 괜찮았는데, 지금 코로나19라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하긴 그동안은 방역 수칙을 착실하게 따르며 생활했다. 어딜 가든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녔고, 손 소독은 필수,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자리는 가능한 참석하지 않았고, 예방접종은 권고안대로 4차까지 맞았다.

식구들이 감염됐을 때도 각자 방 안에서만 생활하고 공용공간으로는 가능한 한 나오지 않게 했고,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환기 및 소독 등 실내 청결을 철저하게 관리해 가족 간 연속 감염도 막았다. 나도 아이도 천식과 비염의 기저질환이 있어 더욱 조심했다. 아무래도 방역 완화 조치가 시행된 지난 6월 이후 일상 회복 모드에 냉큼 환승했던 게 문제였던 것 같다. ‘이제 코로나는 끝’이라는 분위기를 타고 사무실, 식당, 대중교통 등 실내외 어디서든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지냈으니 말이다. 

이틀 전 사무실 옆자리 직원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연락을 해왔고, 나를 비롯한 부서원들은 급하게 검진 키트를 꺼내 들었다. 자가검진 결과 이상은 없었지만 하루 종일 집에서 가족과 함께 있어야 하는 주말 전에는 확실하게 해 두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아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했고 예상과 다르게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지금까지 수차례 신속항원검사와 PCR 검사를 받았지만 항상 음성이라는 결과를 받았기에 더 당황했던 것 같다. 

7월 마지막 주 하루 평균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4만5529명으로 전주 대비 17%가 증가했고, 하루 5만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등록된다고 하니 양성판정을 받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민 대다수가 백신을 맞은 지 오래되어 면역이 약해진 데다 매번 새로운 변이가 출현하기에(지금의 우세종은 XBB라고 한다), 당분간 감염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감염 예방에는 일절 신경도 안 쓰고 코로나바이러스가 없어진 듯 지내왔으니 언제 걸려도 뭐라고 할 수 없겠다. 

팬데믹은 아니지만 감염병에 대한 주의와 예방은 앞으로도 지속해 필요하다. 어쩌면 이전보다 스스로 더 신경 써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게티이미지뱅크

우선 약국에서 처방 약을 받고, 쓰고 있던 얇은 마스크 대신 KF-94를 구매해 바꿔 썼다. 가족 단톡방에 상황을 남기고 집에 가는 대로 방에서 격리하겠다고 적어 두었다. 비상 연락망으로 부서 직원들과 회사에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알렸고, 전날 사무실을 방문한 분들에게 조심스럽게 상황을 전달했다. 격리 권고가 5일이니 주말 지나 몸 상태를 체크한 후 병가를 낼지 재택근무를 할지 정하기로 하고 회사에 나가지 못하는 날들의 스케줄을 정리했다.

집에 돌아온 후에는 마스크, 손소독제, 살균 물티슈, 물통과 노트북 등 필요한 것들을 챙겨 방으로 들어갔다. 남편과 딸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방 안에서 5일 동안 머물러야 하니, 작은 테이블에 선풍기와 매트, 물통 등을 챙겨 그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셀프 격리 공간을 세팅했다. 일도 하며 쉴 수도 있는 공간 말이다. 

병원에서 돌아온 지 한 시간쯤 지났더니 관할 보건소에서 ‘코로나19 양성 확인 통지 및 확진자조사 안내’ 문자가 왔고 URL로 접속해 자기기입식으로 조사서를 작성하라는 안내도 받았다. 권고에 따라 격리를 성실하게 이행한 경우 생활지원비(가구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 및 유급휴가 비용(30인 미만 사업장)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설명도 있었다.

오후에는 보건소로부터 호흡기환자 진료센터 명단과 의료상담에 관한 두 번째 안내 문자를 받았다. 그리고 구청장 이름으로 확진 판정에 대한 위로와 구청이 지원하는 내용에 대해 세 번째 안내 문자도 받았다. 코로나 대응 3년차여서인지 확진자가 된 나도 확진자를 관리하는 보건소도 필요한 내용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일사불란하게 전달하고 전달받아 격리를 준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8월부터는 2급 법정 감염병인 코로나19를 4급으로 낮추고 대응체계도 일반 의료체계로 전환한다고 하니 내가 받은 이런 안내를 모두가 제때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등에 일부 남은 마스크 착용 의무도 완전히 해제하고 확진자의 전수 감시도 중단한다는데 말이다.  

코로나19 확진 이후 3일째 날이다. 아직은 걱정했던 것만큼 증상이 심하지는 않다. 기침으로 인한 호흡 곤란을 우려했는데 미열과 두통이 있고, 목이 갑갑하고, 복통과 설사가 조금 잦은 정도다. 남은 며칠 동안 어떤 증상을 겪게 될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확진이 되고 나니 앞으로 어떤 주의를 기울이며 지내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감염병의 최상위 단계인 팬데믹(Pandemic)을 지나, 전파력은 강하지만 중증도는 낮은 주기적 유행 엔데믹(Endemic)이 된 코로나바이러스는 조만간 독감 등 여러 가지 바이러스와 함께 동시에 나타나는 멀티데믹(multidemic) 상태로 등장할 거로 예측하고 있다. 결국 스스로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나와 가족의 건강을 지키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