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댁 감동시킨 韓 버스 기사의 안내 방송···"일본에는 없는 배려"
퇴근길 만원 버스에서 아기 업고 서 있던 이와타 씨 98번 버스 기사의 안내 방송 덕분에 자리 양보받아
'기사님의 선한 영향력으로 모든 교통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당연히 안전을 위해선 그렇게 해야지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25일 홍영성(33)·이와타 사야(岩田紗彌·27) 씨 부부와 수원여객 98번 버스 기사 유근종 씨(61) 사이에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이다. 최근 SNS에는 퇴근시간 아기를 업고 탄 일본인 주부를 배려한 버스 기사의 선행이 화제가 되고 있다.
연합뉴스와 SNS 등에 따르면 한국 생활 2년 차인 이와타 씨는 지난 19일 오후 6시 30분께 생후 9개월 아기를 업은 채 유 기사가 운전하는 수원여객 98번 버스에 탔다. 퇴근길 만원 승객 틈에서 아기를 업고 서 있던 이와타 씨가 위험해 보였는지 유씨는 "아이를 업고 있는 엄마에게 양보해주실 승객이 있으면 감사드리겠다"고 안내 방송을 했다. 이를 들은 승객들은 통로를 만들어줬고 한 중년 여성이 자리를 양보했다.
이와타 씨는 당시 "'한국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척 행복했다"고 한다. 감사함을 전하려고 수원여객과 수원시청 교통과 등에 수소문했지만 버스 기사를 찾지 못하자 남편 홍씨는 지난 19일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아기엄마를 대하는 버스 기사님의 태도'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훌륭한 기사님', '마음에 위안이 된다', '기사, 승객, 당사자 모두 멋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와타 씨는 "일본 버스에도 기본적인 안내방송은 있지만 교통약자에게 개인적으로 안내하는 방송은 본 적이 없었다"며 "모두 예민하고 무척 피곤할 퇴근길에도 신경을 써주신 기사님과 승객의 배려에 감동하였다"고 말했다. 친절하지만 매뉴얼에 맞추는 일본 버스 기사와 달리 무뚝뚝해도 승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향하는 '정(情)'을 유씨에게서 느낀 것이다.
유씨는 버스 운전 11년째인 베테랑 기사이다. 유씨가 버스 운전을 하면서 마이크를 잡기 시작한 것은 2018년 마이크가 달린 전기버스가 도입되면서 부터라고 한다. 그는 "(버스가 지나가는) 팔달문 시장에서 노인들이 많이 타고, 출퇴근 시간에 많은 인원이 탑승해 위험할 때가 있었다"며 "마이크가 있어 한두 마디씩 안전을 위해 하던 말이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승객들을 생각하다 보니 누가 시키지도 않은 행동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승객들은 안내방송의 효과가 크다는 반응이었다. 버스에서 만난 이모 씨(42)는 "방송을 하고 안하고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며 "사람이 앞에만 몰려 있을 때 뒤로 이동해달라는 안내가 있어 편하게 버스를 탄 적이 있다"고 했다.
수원여객은 27일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해서 화제가 된 유씨에게 '모범우수사원상'을 수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