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옥 더봄] 탕후루·마라탕 그리고···중딩들의 최애 먹거리 3종 세트

[홍미옥의 일상다반사] 얼얼한 마라탕과 달달한 탕후루에 얼음 음료 프라푸치노까지 더하면 먹거리 도장 깨기 3종 세트 완성

2023-07-31     홍미옥 모바일 그림작가
요즘 가장 핫한 디저트인 탕후루 /그림=홍미옥, 갤럭시노트20울트라

내가 아는 탕후루는 아프도록 달콤하고 치명적인 신맛이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배우 장국영의 영화 <패왕별희>에는 탕후루 이야기가 등장한다.

'얼마나 맞았으면! 저런 연기를 할 수 있는 거야?' (영화 패왕별희 대사 중에서)

만만치 않았던 경극의 극단 생활, 집요하고 반복적인 훈련과 바깥세상을 동경하던 어린 수련생들은 충동적으로 가출을 감행한다. 그런 그들이 평소 제일 먹고 싶었던 게 있었다. 바로 탕후루! 보석처럼 빛을 내며 흐르는 진득한 달콤함과 아삭함이 일품인 그것은 당시 장터의 인기 먹거리였다.

그들은 일시적이지만 자유라는 달콤함과 혀끝을 물들이는 맛있는 탕후루를 들고 장거리 경극을 구경하게 된다. 현란하게 펼쳐지는 경극을 넋 놓고 보던 어린 수련생들의 한마디는 '얼마나 두들겨 맞았으면, 저런 연기를!' 이었다. 하필 달콤한 탕후루를 들고 녹록지 않은 그들의 고충을 관객들에게 지독한 신맛처럼 이야기한다. 

짧은 자유를 맛보고 현실로 돌아온 수련생들, 또다시 펼쳐지는 고된 현실 앞에서 그만 목을 매고 만다. 평소 입버릇처럼 이걸 먹을 수만 있다면 죽어도 좋다던 탕후루 몇 알을 입에 욱여넣은 채로. 하지만 영화에서 목숨과 맞바꾼 탕후루는 그저 달콤한 저잣거리의 흔한 먹거리일 뿐이었다. 

마라탕과 탕후루 그리고 프라푸치노 3종 세트

알싸하고 자극적인 맛으로 인기 고공 순항 중인 마라탕 /사진 =홍미옥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학교 앞의 최고 먹거리는 단연코 떡볶이였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인기인 것만은 분명하다. 우르르 교문을 빠져나온 학생들은 저마다 종이컵에 담긴 떡볶이를 들고 학원을, 혹은 집을 향해 달려가는 게 일상이었다. 빨간 떡 사이의 김말이 튀김과 순대도 빠질 수 없는 별미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부쩍 눈에 띄는 게 있다. 색색이 영롱하고 이쁜 과일꼬치인 탕후루가 그 자리를 무섭게 밀어내는 모양이다.

학교 시험을 마친 날의 청소년들은 소위 정해진 루틴이 있다고 한다. 일주일여를 짓눌린 시험에서 벗어나는 마지막 날, 우리 아이들은 일단 마라탕으로 시작한다. 화끈한 불맛 같기도 하면서 오묘한 매운맛이 스트레스를 날리는 데는 그만이다. 물론 인증샷을 나누는 건 필수다. 단체 대화방이 마라탕 사진으로 도배되는 순간이다. 

이번엔 단맛이다. 새콤달콤 찐득한 설탕 시럽이 흘러내리는 과일꼬치인 탕후루는 보기에도 먹음직하다. 딸기, 샤인 머스캣, 사파이어 포도로 만든 탕후루가 최고 인기다. 그리고 눈알이 아리도록 차가운 얼음 음료인 프라푸치노로 마무리한다는데···. 영락없는 '라테 세대'인 난 요즘 중딩들의 용돈이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과 청소년들의 과한 당분 섭취를 걱정하게 된다. 

기성세대에겐 그리 친숙하지 않은 탕후루는 중국 북송 때 만들어졌다고 한다. 빨간 산사나무 열매를 대나무 꼬치에 끼운 후 설탕 시럽을 바르고 얼려서 만든 디저트다. 반짝반짝 빛나는 모양새가 차가운 얼음과도 비슷하여 '삥 탕후루'로도 불린다고 전해진다. 

속초 여행지의 필수코스인 중앙시장에서도 탕후루의 인기는 최고다. /사진=홍미옥

지난주 속초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시장은 속초시민보다 전국에서 몰려든 여행자들로 흥겹게 북적이고 있었다. 더운 날씨임에도 소문난 속초 명물 닭강정 가게와 튀김 가게의 줄은 시장 입구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분명 몇 년 전만 해도 보이지 않았던 알록달록 탕후루 가게가 몇 군데 보였다. 아닌 게 아니라 엄마·아빠를 따라나선 어린이나 교복 차림의 학생들의 손엔 빨갛고 노랗고 초록빛의 예쁜 탕후루가 들려 있었다. 긴 가지에 주렁주렁 열린 조롱박처럼 달콤한 설탕 시럽 옷을 입은 그것은 시장의 분위기까지 유쾌하게 바꾸어 놓은 것 같았다.

겉은 달지만 속은 시큼할지도 모르고 자칫 와사삭 깨물다간 치아를 상하게 할 수도 있는 탕후루! 우리 청소년들의 입맛을 휘어잡은 그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나도 조심조심 한 입 베어 물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