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재보선 혼란 예상에···선거법 개정안, 법사위 계류

여야 공방에 본회의 처리 무산 위헌성 해소 시한 넘겨 野 "국민의힘 법사위원장 책임"

2023-07-27     이상무 기자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공직선거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운동의 제약을 완화하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위헌성 해소 시한을 넘기게 되면서 오는 10월 11일로 예정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선 개정안을 적용할 수 없게 됐다.

법사위는 이날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했지만 논의 끝에 의결을 보류했다.

여야가 이견을 보인 건 공직선거법 103조 3항이다. 현행법상 ‘누구든지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 또는 야유회, 그 밖의 집회나 모임을 개최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헌재는 이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개정안은 이 조항을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집회나 모임 중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야유회 및 참가 인원이 30명을 초과하는 집회나 모임의 개최를 한정적으로 금지한다’고 변경했다.

또한 개정안은 선거운동 시 후보자가 아닌 일반 유권자도 홍보용 어깨띠를 맬 수 있도록 하고, 선거일 전 120일까지는 각종 홍보물의 게시를 허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현행 공직선거법 관련 조항들에 대해 '정치적 표현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한다'며 잇따라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위헌성 해소를 위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마련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가 입법을 하는 데 있어서 해야 될 의무를 다하지 않고 너무 급하게 올라온 법안”이라며 “30명을 끊어서 집회나 모임을 허용한다고 하는 것이 헌재 결정에서 문제 제기했던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것인지, 그냥 무작정 집회 모임을 허용하자고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실효됐기에 다음 달 1일부터는 선거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누구든지 현수막을 걸 수 있게 된다"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부터 적용하기 위해서라도 오늘 법사위에서 의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하고 여야 간사 간 논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양측은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 직전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김 위원장이 법안 계류를 결정하면서 당일 본회의 처리는 무산됐다.

해당 개정안엔 시민단체도 반대의 뜻을 폈다. 참여연대는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개정안은 유권자 표현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제안되었음에도 정개특위 논의를 거칠수록 오히려 앙상해졌다"며 "선거 시기 후보자가 아닌 일반 유권자들에게 주어진 선거법 규제 조항을 무엇 하나 속 시원히 정리하지 않고 어정쩡하게 타협하여, 유권자 표현의 자유 확대를 외면한 정개특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그동안 부작용을 우려했고, 법사위 불발에 대해 알고 있지만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여당 쪽에서는 위헌 결정된 취지에 따라 법이 개정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인데 법체계 정합성이 사실 조금 복잡한 얘기긴 하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조항 위헌성 해소 시한은 오는 31일까지였는데, 이날은 이달 마지막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날이다. 국회 법사위와 정개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회의가 끝나자 개정안 의결 보류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번 법안 통과를 지연시킨 것에 대한 책임,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기한을 넘어 선거법의 공백을 초래한 책임, 유권자의 혼란을 초래하고 선거 과열로 인한 공동체의 분열과 시민의 불편 등 모든 책임은 국민의힘 법사위원장에게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밝힌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