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륙’ 준비하는 주요국···홀로 하강하는 韓 경제, 상저하고 이상 무?
IMF 올해 한국 성장률 1.5%→1.4% 주요국 상승 혹은 유지 세계 0.2%P↑ “소비·수출·투자 상황 여의치 않아”
“정부의 ‘상저하고’(상반기 부진, 하반기 반등) 전망과는 달리 하반기 경기 반등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 경기는 상당히 불안한 상황에 놓여있다.”
26일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정부 진단과는 달리 한국 경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비와 수출, 투자 상황이 여의치 않아 하반기 경기 반등은 불투명하다.
한국 경기성장률 전망치도 5회 연속 하향 조정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4%다. 직전 전망치(1.5%)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IMF는 작년 7월(2.9%→2.1%)부터 같은 해 10월(2.1%→2.0%), 올해 1월(2.0%→1.7%), 4월(1.7%→1.5%)까지 계단식으로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내려 잡았다.
주요국 경제 전망과는 상반된다. IMF는 2023년 주요국 성장률에 대해 직전 전망 대비 상향 혹은 보합을 나타낼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1.6%→1.8%), 일본(1.3%→1.4%), 유로존(0.8%→0.9%) 등은 상향, 중국은 5.2% 전망치를 유지했다.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2.8%)도 직전 전망 대비 0.2%포인트 상향 조정된 3.0%로 내다봤다.
양 교수는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인데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제가 생각보다 반등하지 못했고 물가 상승에 따른 내수 둔화로 경기가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유가가 떨어졌다고 하지만 체감 물가가 잡혔다고 보는 사람은 대체로 없다. 물가를 신속히 잡았다면 내수 물가가 지금처럼 오르진 않았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 성적표를 구성하는 소비와 수출, 투자는 낙제점을 받았다. 경제 버팀목인 민간 소비마저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지난 25일 한국은행이 집계한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6%로 나타났다. 작년 같은 분기와 비교하면 경제성장률은 0.9%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년 4분기(-0.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수출이 전 분기 대비 1.8% 감소했고 수입도 4.2% 줄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면서 흑자로 전환했다. 원유 등 에너지 수입이 줄어든 영향이다. 이에 따라 ‘불황형 성장’을 기록했다. 한은은 이 같은 순수출(수출-수입) 증가가 2분기 GDP 성장률을 1.3%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지난 1분기 성장을 끌어올렸던 민간 소비는 0.1% 역성장했다. 음식, 숙박 등 서비스 부문에서 감소한 영향이다. 정부 소비도 건강보험 급여 등 사회보장현물수혜가 줄면서 1.9% 급감했다. 정부 소비 감소 폭은 1997년 1분기(-2.3%) 이후 최대다.
투자 부문도 마이너스 행렬에 꼈다. 건설투자는 토목건설을 중심으로 0.3%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전기 대비 0.2% 감소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여전히 상저하고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발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방역 조치 해제 등의 기저 효과가 해소되고, 소비자심리지수도 개선되고 있어 향후 민간 소비는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상반기 성장률은 예상을 웃돌았지만, 중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크기 때문에 연간 전망치는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국장은 “상저하고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부정적이다. 양 교수는 “내수 물가 상승에 소비도 어려워지고 수출과 투자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소강상태에 이르고 중국 경기도 안정화될 거라는 기대가 있지만 투자는 내년 상반기까지도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면서 “전반적으로 위기 상황에 처해있다. 가계부채는 물론 국가 채무도 높고 연준 금리 인상 시 환율 불안정 등 외환시장이 위기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한국 경제는 살얼음판 위에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본지에 “한국인 연체율 증가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있는 돈 이자로 다 냈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 부실화를 비롯해 뱅크런 가능성도 있다”면서 “수출이 늘어나면 경기가 좋아지겠지만 한국 경제 불안한 상황이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