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보호에 뒷북 치는 野, 학생인권조례 때리는 與

서이초 사건 이후 정쟁 격화 진보 교육감 추진 조례 정비

2023-07-24     이상무 기자
21일 오전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극단적 선택을 한 서이초등학교 담임 교사 A씨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이 서이초등학교에서 일어난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교권 침해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여야가 현재 발의된 관련 법안의 각론과 학생인권조례 부분을 놓고 충돌하면서 정쟁화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제기된다.

24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현재 15개에 달하는 교원지위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대부분 야당의 반대에 막혀 상임위 접수 및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여당의 법안은 엄벌주의적 성격이 강하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은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한 학생에 대한 학교 측의 조치 내용을 학생부에 기재해 관리하자는 내용이다. 같은 당 서정숙, 이태규 의원도 비슷한 취지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다. 

조경태 의원은 24일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선생님을 때리듯 하는 행동은 잘못된 행동이지 않으냐"며 "그것을 바로잡아야 되는데 민주당은 말도 안 되는 논리 가지고 자꾸 반대해 골치 아프다.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여론이 일단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생활기록부 기재에 대해 낙인 효과를 우려하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대신 민주당은 교사에 대한 학부모 민원 창구를 일원화하는 등의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제도 개선은 교사와 학생 모두의 존엄과 인권이 보장받는 방향으로 만들겠다”며 “학부모의 민원을 선생들에게 짐을 지우지 않고 합당하게 처리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 신고 및 수사로 이어지는 일을 막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교사가 생활지도를 이유로 입건 또는 기소될 때 학교장이 수사 기관과 법원에 의견을 제출하도록 해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별도로 발의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법령과 학칙에 따른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 골자다.

서울교사노조 등 교원단체들은 서이초 교사의 극단 선택에 교실 내 학교폭력 사안 관련 과도한 학부모 민원과 교권 침해가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후에도 교사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교사들이 직접 겪은 교권 침해 사례가 계속 알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양천구 소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한 교사가 6학년 학생에게 폭행당해 전치 3주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는 일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여야는 이날 체벌을 금지하고 복장과 두발을 자유화하는 등 학생들의 자율성을 높이는 '학생인권조례' 재정비를 두고 이견을 보였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10월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재임 중일 때 경기도를 시작으로 광주·서울·전북·충남·제주·인천 등 그동안 7개 시도 교육청에서 마련됐다. 서울에서는 곽노현 서울 교육감·박원순 서울시장 체제였던 2012년 주민 발의로 제정됐다.

진보 성향 교육감 시절 추진된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학생 훈육 과정과 관련한 부모들의 항의가 늘어났고, 이에 따라 문제 학생을 처벌하기 꺼리는 현장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게 여당의 인식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학생인권조례도 교권 침해의 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해 수정이 필요하거나 그에 따른 당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면 필요한 조치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철규 사무총장도 "학생인권조례를 내세워 학생의 인권만 강조하다 도리어 교육 현장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치던 수많은 교사들의 인권을 사지로 내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한국노총에서 열린 교사노동조합연맹과 간담회에서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교권 침해와 관련해 불합리한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오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불합리한 자치 조례를 개정하라"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 여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 교육권과 학생 인권을 나누고 대립시키며 모든 비난의 화살을 학생인권조례와 소위 진보 교육감에게 돌리려 하고 있다”며 "교사의 비극적 죽음 앞에서도 문제가 생길 때면 특정 집단, 특히 정치적 반대 세력을 가해자로 지목하고 맹목적 비난을 쏟아내는 작태를 반복할 뿐"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