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늙어도 갈 곳이 없다···노인복지관 이용률 9.5%

노인요양원 전국 4000여 곳 노인복지관 보니 단 366곳 장기요양급여에 쏠린 노인복지

2023-07-17     김현우 기자
챗GPT를 활용, AI가 그린 '노인의 쓸쓸한 뒷모습' 이미지. /챗GPT

국내 노인 복지가 고령 환자에게 쏠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명 '건강한 노인'이 여가 생활을 보낼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이들을 위한 노인복지관이 마련되어 있지만, 프로그램 참여율도 저조해 개선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17일 보건복지부 노인복지시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노인복지관은 366곳으로 조사됐다. 노인복지관은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주간 여가 생활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시간대별로 댄스스포츠·바둑·서예 등 문화생활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문제는 전체 노인 인구 중 노인복지관을 이용하는 노인이 9.5%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방 지역의 경우 이용률이 6.8%로 전체 대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반면 치매나 기타 질병을 앓는 상황에서 자택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노인들이 이용하는 노인요양시설의 국내 추이는 2021년 기준으로 4057곳이다. 노인 요양 공동생활가정도 1764곳에 달한다. 한국노인복지중앙회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연평균 73만명이 노인거주시설 및 재가요양 서비스를 이용했다. 복지관은 같은 기간 평균 4만여명의 노인이 이용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질병을 앓고 있는 고령자를 위한 정책 마련이 우선순위에 놓일 수밖에 없다"면서 "일반 고령층을 위한 복지 서비스도 복지관을 통해 공급하고 있지만, 민간 분야에서의 노인 여가 생활 이용률이 현저히 높은 게 사실이다. 복지관을 통한 여가 복지 프로그램 개선도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노인복지관이 제공하는 여가 프로그램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 전국에 7만여 곳에 이르는 경로당도 높은 접근성에 비해 프로그램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노인복지관 이용자 A씨(72·남)는 "모든 복지관이 마찬가지다"라면서 "바둑, 한글 서예 쓰기, 검도, 단전 호흡, 댄스 스포츠, 당구 등 일상생활에서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만 구성됐다. 민간 분야에서 비용만 지불하면 더 나은 환경에서 즐길 수 있는 활동을 '저비용' 즉 가성비로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해 두니 만족도가 높을 수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노인복지 여가시설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82.9%의 응답자가 경로당 및 노인복지관을 찾는 이유가 단순 '친목 도모'라고 답했고 프로그램 이용에 대한 만족도에서는 79%에 달하는 이용자가 '불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자체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인 여가 시설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21년 충남 공주시에서는 5억원을 투입해 '어르신 놀이터'를 개설한다. 이곳에는 14종의 운동기구와 휴식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대구시와 서울시 등에서도 유사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실 사용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기구 사용 방법을 모르겠다"는 등 형식적인 사업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수현 태안종합복지사회관 사회복지사는 "아동이나 청소년을 위한 여가 공간, 혹은 노인들을 위한 요양 시설은 많지만 건강한 노인을 위한 공간 및 프로그램은 여전히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우리도 여행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데 수가도 적다 보니 수목원 외에는 대체할 만한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